【팩트TV】 최근 직설적 정치·시사풍자로 주목받고 있는 개그 프로인 'LTE뉴스'의 방송내용이 인터넷에서 사라져 네티즌 사이에서 ‘외압’ 의혹이 일고 있다. 'LTE뉴스'는 SBS 예능프로그램인 '웃음을 찾는 사람들' (이하 웃찾사)의 한 코너다. 이 코너는 풍자개그 외에도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핵심만 간단하게 전달한다는 슬로건을 내세워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런 외압 의혹은 박근혜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한 지난 3일 방영분이 현재 SBS 홈페이지는 물론, 유료 VOD와 유튜브에서도 삭제되면서 일어났다. 또한 9일 ‘웃찾사’ 재방송에서도 'LTE 뉴스’만 삭제되어 방영됐다. 해당 방송분은 프랑스의 동영상 공유 서비스인 ‘데일리모션’에서 시청할 수 있다.
▲ SBS '웃찾사'의 코너 'LTE 뉴스'(사진출처-SBS '웃찾사' 방송화면 캡쳐)
3일 방송 중 코너 진행자인 개그맨 강성범 씨와 김일희 씨는 “교육문화수석 문제가 터졌을 때 대통령께서는 캐나다 순방 중!” “윤창중 전 대변인이 사고를 쳤을 때도 대통령께서는 미국 순방 중!”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논란이 됐을 때도 대통령께서는 아시아 순방 중!”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다가 강 씨는 “이렇게 민감할 때마다 해외에 계시는 박근혜 대통령은!” 하며 목소리를 높이자 김 씨가 “어~민감해요” 하면서 말리기도 했다.
또한 이날 프로를 통해 두 진행자는 정부가 내세우는 부자감세 및 서민증세를 비난하면서 “정부 관계자께서 증세는 없다고 얘기했습니다. 정말 증세는 없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민들 부담은 올리고, 부자들 부담은 줄이고, 전체적으로 증세는 없는 거지요?”라고 정면으로 꼬집었다.
더불어 “정부가 할 말 없을 때 내세우는 게 OECD 평균이지만, OECD 중 꼴찌인 것은 복지혜택·소득분배·출산률이고, 정작 1위인 것은 사교육비·등록금·이혼증가율·원인불명 사망률·남녀불평등”이라면서, 자기 입맛대로만 ‘OECD 수준’을 들먹이는 정부의 태도를 질타했다.
이렇게 박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한 내용이 삭제되자, 네티즌들 사이에서 외압 의혹이 더욱 증폭된 것이다. 나아가 지난 10일 방영된 ‘LTE뉴스’에는 평소의 정치풍자 강도가 약해진 것은 물론 4분 30초~5분 정도의 방송분량이 3분 10초대로 축소되는 등 ‘자기검열’ 의혹까지 일고 있다.
이에 정호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은 지난 12일 보도자료를 내고 ‘LTE 뉴스’영상 삭제가 박 대통령에 대한 풍자개그가 문제되어 삭제됐다면, 이제 개그프로그램 하나도 마음 놓고 보지 못하는 세상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표현의 자유를 가늠하는 언론자유지수가 2006년 31위였던 것이 올해 2월에는 57위까지 추락했다"면서 "과거 군사독재정권보다 더한 '억압과 시대'가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웃찾사 측 “부정확한 정보, 오해유발 멘트 때문에 삭제”
이런 의혹이 커지자, SBS 웃찾사 제작진은 13일 밤 해명 글을 통해 해당 방송분 중 “여러가 지 사회 통계 자료를 이용해,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가 부정적 결과가 많음을 소재로 풍자하는 내용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OECD 가운데 '등록금 1위'는 GDP 대비 1위인데 절대 금액 기준인 '사교육비 1위'와 구분 없이 말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부정확한 정보를 드렸다.”며 영상 삭제 이유를 밝혔다.
또한 '원인불명 사망률 1위'라고 한 것에 대해선 “대부분 사망자의 사인을 의학적으로 밝히지 못한 데서 오는 것이었지만, ‘우리가 말조심해야 된다는 뜻 아닐까요?’로 진행자 대사가 마무리되었다”라면서 “마치 행방불명이나 심각한 범죄의 피해가 원인인 것 같은 오해를 유발하여 우리 사회에 지나친 불신과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네티즌의 의혹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만약 제작진이 해명한 것과 달리 외압이나, 자기검열에 의한 삭제로 드러난다면 최근 ‘카카오톡 검열’ 논란과 더불어 ‘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가 더욱 커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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