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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칼럼] 여기, 대한민국 국정감사장 맞죠?
등록날짜 [ 2014년10월08일 16시38분 ]
팩트TV뉴스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 “주위에 철조망을 뺑 둘러치고 절대로 내 보내면 안 된다. 사나운 개를 풀어 감시하고 조폭을 동원, 도망치는 자들은 가차 없이 패야 한다. 제대로 할 때까지 밥을 굶겨야 한다.” 소주잔 입에 털어 넣고 늘어놓는 푸념이다. 도대체 무엇을 보고 이런 험한 소리를 하는가. TV에서 국정감사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너무 심한 소리라고 할 것인가. 그러나 오죽하면 이런 소리를 하랴. 국정감사에 나온 장관과 고위직 공무원들, 번쩍이는 별들, 재벌들을 보라. ‘국민의 의무’ 소리만 들으면 머리끝에서 불꽃이 솟는다. 세금 내고 싶은 생각 나겠는가. 군대 갈 생각 나겠는가. 갔다 온 군대도 물리고 싶다. 
 
FACTTV
▲ (사진출처 - 오마이TV 화면 캡쳐)

 
국정감사 기간이다. 가다가 섰다. 송영근이란 별 셋짜리 새누리 출신 비례대표가 감사장에서 엉뚱한 짓거리 하다가 카메라에 걸렸기 때문이다. "쟤는 뭐든지 빼딱! 이상하게 저기 애들은 다 그래요!"
 
송영근이 새누리당 정미경 의원과 주고받은 쪽지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이 발언하는 중에 딴짓을 하다가 걸린 것이다. 거기다가 “한명숙 의원이 청년 비례대표 몫으로 김광진, 장하나 의원을 추천했고 이들은 운동권, 좌파적 정체성이 주”라고 적었다. 송영근은 기무사령관 출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좌파로 본다면 이건 심각한 문제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신해서 나라를 위해 일 좀 잘해달라고 국민이 권리를 위임해 준 인물들이다. 그들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엄청난 세비를 받고 특권을 누린다. 추석이나 설 명절 때 의원회관에 쌓이는 선물꾸러미를 보라. 그처럼 특별한 위치다. 밥값 좀 해야 한다. 분골쇄신 국민 위해서 몸 바쳐 일하겠다고 맹서하고 표 얻어서 금배지 단 거 아닌가. 어떤가, 할 일 제대로 했는가. 찾아봐라. 의사당 어느 구석에 쥐구멍은 있을지 모른다.
 
청문회나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이 정부의 잘못을 낱낱이 파헤쳐 장관들의 사과와 시정약속을 받아 낼 때 국민은 통쾌함을 느낀다. 그러나 여당이라고 해서 정부의 잘못을 무조건 감싸는 의원들을 보면 구역질이 난다. 저런 인간을 국민 위해 봉사할 대표라고 뽑은 손가락을 잘라 버리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왜 이리도 박수받는 의원들이 없는가. 국민이 박수치다가 심장마비 일으킬까 겁이 나는가. 걱정마라. 잘하면 업어준다. 출판기념회하고 돈 뜯어가지 않아도 후원금 얼마든지 낸다. 국회 앞을 지나가는 국민 입에서 무슨 말이 쏟아지는지 듣지도 못했는가. 차마 공개적으로 말을 못 하겠다.
 

■5공 청문회의 기억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 1988년 5공 청문회가 열렸다. 13대 대한민국 국회 때다. 제5공화국에서 저지른 비리와 5·18광주민중항쟁(광주학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개설된 5공 비리특별위원회는 국민의 뜨거운 관심과 열렬한 지지를 얻었고, 화재가 온통 청문회로 쏠리면서 밤을 새우는 국민이 태반이었다.
 
청문회에 독재자 전두환을 비롯한 장세동 등 5공의 실세, 정주영과 재벌들, 광주학살의 주범들도 모조리 불려 나왔다. 당시 노무현이라는 젊은 초선의원의 분노한 목소리는 청문회장을 사로잡았고 불려나온 증인들은 입이 얼어붙었다. 사색이 된 증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느낀 국민들의 통쾌함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으랴. 그때에 노무현과 전두환·정주영·장세동 등의 얼굴이 나온 청문회 장면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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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공 비리를 파헤치기 위한 일해재단 청문회에서 노무현 당시 민주당 의원이 장세동 전 대통령 경호실장을 상대로 정경유착을 추궁하고 있다(사진출처-MBC 방송화면 캡쳐)

 
국정원 댓글 사건 관련된 청문회에서 국정원 직원들이 장막 뒤에서 선서하고 답변을 했다. 순진한 우리 국민은 참으로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믿으려야 믿을 수 없는 증인들의 답변. 이야말로 대낮에 국민에게 병신이 되라는 것이나 무엇이 다르랴. 너무나 슬프지 않은가.
 
국정감사장을 보고 있으면 썩은 냄새가 코를 찌른다. 누가 많이 해 먹느냐는 경쟁이라도 하는 것 같다. 국영기업체 감사결과를 보면 과연 이 나라는 부패하지 않은 곳이 어디인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모조리 썩었다는 탄식이 전혀 낯설지가 않다.
 
대선공약이야 이미 단념한 지 오래지만, 앞으로의 희망은 무엇인가. 304명의 죄 없는 국민을 수장시키고도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하나 제대로 만들어 내지 못하는 이 정권에 어떻게 국민이 충성을 바친단 말인가. 세금 한 푼 내는 게 억울하고 자식이 군대 가는 것이 두렵다는 부모의 생각이라면 이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국민이 잘못이란 말인가.

국정감사는 어떻게 해서든지 나라 살림을 제대로 하자는 국민의 비원(悲願)을 담아내야 한다. 그러나 국정감사 실태를 보면 소망이 절망으로 변한다. 제발 부탁한다. 국정감사라도 제대로 해서 국민의 속을 달래주자. 국민이 무슨 죄란 말이냐. 이 지경인 나라에서 세금 내고 군대 가는 것이 얼마나 고마우냐.
 
최소한 4대강을 오물 덩어리로 만든 이명박과 그 졸개들을 증인으로 세워야 한다. 국민의 젖줄을 저 지경으로 만든 죄를 묻지 않고 어쩌겠다는 것이냐.
 
이제 시작했다. 앞으로 남은 국감 기간에 제발 의원답게 일 좀 해라. 국감이 끝난 후 국민에게 X바가지 세례받지 않으려면 정신 좀 차려야 한다. 국회에도 시원한 생수가 있을 것이다. 생수 먹고 속 좀 차려야 한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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