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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현 칼럼] 아련한 ‘개헌의 추억’
등록날짜 [ 2014년10월07일 18시16분 ]
팩트TV 정운현 보도국장
 
【팩트TV】 개헌 얘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여야 정치권 모두에서 마치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이. 일단은 반가운 일이다. 정치인들이야 그들 나름의 잇속을 따지고 정략적 판단을 한 터이겠지만 그걸 떠나서라도 개헌 얘기는 나올만하다고 본다. 지난 87년 ‘6월 항쟁’의 결과로 탄생한 9차 개헌은 이제 너무 낡았다.
 
9차 개헌은 그런대로 품격일 갖춘 것인 건 분명하다. 이승만, 박정희 시절의 개헌이 여당 독주의 일방적인 개헌이었다면 9차 개헌은 여야 합의로 태어난 옥동자인 셈이다. 물론 당시 민주화 열망이 뜨겁던 시대적 상황에서 전두환 체제의 항복이랄 수 있는 ‘6·29 선언’의 결과이긴 하지만 말이다.
 
FACTTV
▲ (사진출처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화면캡쳐)
당시 최대의 이슈는 ‘직선 개헌’이었다. 지금도 눈에 선하다. 87년 6월 10일 시민평화대행진 당시 시청광장에 운집했던 시위대가 진압경찰에 쫓겨 서소문로 골목까지 밀려 들어와 있었다. 그들 가운데는 인근 사무실에서 나온 소위 ‘넥타이부대’도 적잖이 섞여 있었는데 그들 손에도 ‘직선개헌 쟁취’라는 손팻말이 들려 있었다. 벌써 27년 전의 일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87년 9차 개헌은 6월 항쟁의 성과를 반영한, 그런대로 괜찮은 작품이었다. 우선 박정희-전두환 체제하에서 대통령을 ‘체육관 선거’로 뽑던 간접선거를 ‘5년 단임의 직선제’로 바꾸었으며, 국회해산권·비상조치권 등 대통령의 과도한 권한을 축소시켰다. 그런 반면 박정희 시절 ‘유신 쿠데타’로 소멸된 국회의 권능을 대부분 회복시켰는데, 유신 시절의 대통령은 3부를 통솔하는 ‘총통급’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차 개헌은 시대의 변화 속에서 너무 낡았다는 지적이 많다. 투표 연령 제한, 남북문제, 경제민주화, 정보화 및 고령화 사회, 다문화사회 등등. 한 세대를 지나오면서 우리 사회는 엄청나게 큰 변화를 겪었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는 헌법에 반영돼 우리 사법체계가 현실성을 보강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1948년 제헌 헌법 이래 50년 만에 아홉 번이나 바뀌었으나 그 뒤로 27년째 창고에서 잠자고 있는 꼴이다.
 
따라서 이번 19대 국회에서 개헌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적절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6일 CBS <노컷뉴스>가 현직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개헌안 의결정족수 200명을 훌쩍 뛰어넘는 231명이 개헌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개헌 논의시기를 두고 일반 국민의 견해는 좀 찬반이 맞서는데 둘 중에서는 내년이 좋겠다는 의견이 조금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자 리얼미터 조사결과 참조)
 
그런데 개헌논의가 논의 길목에서 돌연 돌부리를 만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길을 막고 나선 것이다. 박 대통령은 민생법안에 주력해야 할 국회가 개헌논의로 또 다른 ‘경제 블랙홀’을 유발시킬 수 있다며 제동을 걸고 나선 것. 물론 대통령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국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도 있고, 또 국회의 개헌논의에 대해 의견을 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건 그 정도를 넘은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미 지난 대선 과정에서 개헌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골자는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였다. 이건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여야나 우리 국민 상당수는 큰 틀에서 이에 공감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경제문제를 이유로 개헌논의 자체를 가로막고 나선 것은 적절치 않다. 이것이야말로 세월호 특별법 논의 과정에서 청와대가 주장했던 삼권 분립 정신에 위배된다.
 
이 대목에서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의 편을 들어주고 싶다. 그는 “개헌은 제왕적 대통령제가 지금은 국가경쟁력에 장애적 요인 중 제일 크다는 것”이라며 “개헌은 특정 정파나 특정 정당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가 아니라 국가개혁 과제의 핵심과제인 것”이라고 개헌 당위성을 주장했는데 일리 있는 주장이다. 무엇보다도 내년 경제사정이 올해보다 좋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어쩌면 더 나빠질지도 모른다.
 
물론 이 의원의 주장을 전부 공감하는 건 아니다. 그는 “내각은 연정하고 대통령은 외교·통일·국방만 책임을 지는 형태의 ‘분권형 이원집정제’”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4년 중임제’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 5년 임기도 문젠데 최대 8년까지 하는 것은 ‘개악’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건 그의 개인 생각일 뿐이며,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이 새 시대에는 그에 걸맞는 헌법도 갖춰야 한다. 21세기에 조선시대 <경국대전>을 국가 법전으로 쓸 수야 없는 노릇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은 개헌논의를 막을 게 아니라 오히려 공론의 장을 만들어 주고 제대로 된 개헌이 이뤄지도록 협조해야 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대외 국가신인도 추락 등 경제 블랙홀을 만든 장본인이 누군데 경제 운운하는가? 
 
 
정운현 팩트TV 보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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