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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현 칼럼] 남북대화 원해? 그럼 청와대 김관진 바꿔!
등록날짜 [ 2014년10월06일 14시06분 ]
팩트TV 정운현 보도국장
 
【팩트TV】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오늘(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재미난(?) 얘기를 하나 했다. 김 대표는 아시안 게임 폐막식 참가차 북한의 실세 3인방이 방한한 것을 두고 “아시안게임의 가장 큰 성과로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유야 뭐가 됐든 간에 집권당 대표가 이 같은 시각을 내보인 것은 반가운 일이다. 박근혜 정부의 여러 문제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남북관계 개선이기 때문이다.
 
북한군 총정치국장 황병서, 황병서 전임 총정치국장을 지냈으며 국가체육지도위원장 겸 노동당 비서 최룡해, 그리고 김양건 대남담당 비서 등 3인은 그야말로 북한의 실세 중의 실세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 중 한 사람도 아닌 3명의 돌연한 방한은 세인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국내언론은 물론 외신들도 이들 3인의 방한과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했는데 이는 당연한 일이다.
 
이들 3인은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가는 물론 류길재 통일부 장관,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 등 대북업무 책임자는 물론 정홍원 국무총리,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 등 정관계 고위 인사들을 두루 만났다. 오래전에 계획된 방문도 아니면서 북측 인사가 이렇듯 다양한 분야의 고위인사들을 단시간에 만난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껄끄러운 사이일수록 서로 만나 얘기를 나눠야 한다.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남북의 만남은 유익했을 걸로 생각된다.
 
화답은 뜻밖에 남측에서부터 먼저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 아침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번 고위급 접촉이 단발적 대화에 그치지 않고 남북대화의 정례화를 이뤄 평화통일을 길을 닦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북한에 남북대화 정례화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그리고는 “국가안보실과 외교안보수석실은 통일부 등 관계 부처와 잘 협력해서 회담 준비에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대통령이 의지를 가지면 뭐든 진도가 나가는 법이다.
 
이번 황병서 일행을 맞은 남측의 카운터파트는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이었다. 남북문제 주무부처인 통일부 장관을 제치고 김관진 안보실장이 나서게 된 것은 청와대가 중심이 돼 남북문제를 다뤄 나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물론 이를 두고 북한의 2인자 격인 황병서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김 실장이 나섰다는 견해도 없지 않다. 둘 중 어느 것이었다고 해도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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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4일 남측의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과 북측의 황병서 총정치국장 등 남북대표단이 인천 소재 한식당에서 오찬을 겸한 회담을 열었다.(사진출처-통일부 홈페이지)

 
문제는 따로 있다. 김관진이 이끄는 안보실이 대통령의 지시대로 남북대화를 과연 제대로 진행할 것이며, 또 성과 있는 회담을 이끌어낼 것이냐는 것이다. 국방부 장관 출신의 김 실장은 정부 내에서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로 분류된다. 보도에 따르면, 김 실장이 주최한 어제 오찬 간담회 분위기는 아주 좋았던 모양이다. 반주를 곁들인 어제 오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으며, 김 실장은 북측 인사들과 세 차례 밀담을 나누기도 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이걸 두고 무슨 커다란 성과라도 있기를 바란다면 그건 착각이다. 우선 쌍방은 서로 가슴에 비수를 품고 있는 자들이다. 이들이 아주 우연히(?) 처음 만난 자리에서 수인사격으로 듣기 좋은 얘기 몇 마디 하고 술 몇 잔 돌린 것이 무슨 알맹이가 있었겠는가. 단언컨대 별 성과 없다고 본다. 그런 대목이 읽히는 것이 있다. 청와대는 황병서 일행의 청와대 예방을 희망했으나 이들은 일정을 핑계로 이를 거부했다. 그들로서는 아직은 ‘낯이 설다’거나 ‘부담스럽다’는 의사표현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답은 나와 있다. 결혼을 염두에 둔 남녀가 서로 미워하고 반목하는 사이라면 그 결혼은 성사되기 어렵다. 좋아하는 것은 둘째치고라도 최소한 상대방에 대한 반감이나 악감정은 없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지금 청와대의 김관진 안보라인은 최악이라고 하겠다. 비록 우리가 분단체제에서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긴 하지만 대북 적대감이나 경계심은 국방부 하나면 족하다. 진심으로 남북관계를 풀어보겠다고 한다면 김 실장 같은 사람을 대북업무 최고 책임자로 삼는 건 옳지 않다. 이는 남북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남측이 북측의 비위를 맞출 필요는 없다. 자존심도 가져야 하고 고수할 원칙이나 입장은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통일을 진심으로 바란다면 그에 걸맞은 인사들을 전면에 내세워 일을 시켜야 한다. 물론 박근혜 정권에서 진보성향의 통일론자들을 기용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정권의 기반인 보수세력의 눈치도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대북문제에 대해 상식과 객관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찾아봐야 할 것이다. 그 길만이 모처럼 조성된 남북대화 무드를 탈 수 있는 길이라고 본다. 찾아보지도 않고 사람 없다고 하지 말고 가슴을 열고 적임자를 찾아보기 바란다. 정권 차원이 아니라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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