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정당의 궁극적인 목표는 정권 창출이다. 정권을 창출하지 못하는 정당을 두고 흔히 ‘불임정당’이라고도 부른다. 정당이 정권이라는 옥동자를 낳기 위해 유권자들에게 호소하고 끊임없이 자기 혁신을 하는 것은 지극히 응당한 일이다. 마치 기업이 이윤 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정당이 정권 창출을 위해 열심히 뛰는 것은 하등 나무랄 일이 아니다.
김대중-노무현 두 차례의 민주정권 이후 연거푸 두 차례나 보수정권을 창출한 새누리당이 또다시 정권을 창출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들로선 당연한 욕구이며, 비난만 할 일은 아니다. 정권 창출의 기회는 민주개혁 세력에게도 똑같이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새누리당만큼 조직적이지도, 끈질기지도, 사악하지도 못한 것이 야당의 문제라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어제 참 얄궂은 말을 하나 들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한 말이다. 김 대표는 당내 보수혁신특위 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주는 자리에서 “우리 국민의 행복을 위해 보수우파 새누리당이 계속 집권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새누리당 대표로서 그런 자리에서 덕담 삼아 할 수 있는 말이긴 하다. 그러나 그런 말도 외부에 공개될 것이라면 가릴 줄도 알았어야 옳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자. 박근혜 정권하에서 우리 국민 대다수가 행복한가? 국민 ‘전체’가 아닌 ‘대다수’라고 제한했다. 우리 국민 가운데는 ‘박근혜’라면 앞뒤 안 가리고 만사 제쳐놓고 박수 칠 사람들이 더러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상식을 가진,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민주시민이라면 이 같은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을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김무성 대표는 ‘국민의 행복’ 운운하는가?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벽에는 ‘새누리당이 혁신하면 대한민국이 혁신한다’는 대형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묻노니 새누리당이 한나라당에서 당명을 바꾼 이후 혁신한 것이 무엇인가? 과거 야당 시절 자신들이 소수당으로 전락할 것에 대비하여 만든 ‘국회 선진화법’을 개정하는 것이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혁신’인가?
▲ 김무성 대표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대표최고위원실에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 당내외 혁신위원 19명과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자문위원 2명에게 '보수혁신특별위원회' 임명장을 수여했다. <사진제공 - 새누리당>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을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 만들어주면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국민대통합'도 제법 성과를 낼 걸로 기대했다. ‘독재자의 딸’이라는 멍에가 있지만 어쩌면 잘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없진 않았다. 그러나 ‘혹시나’가 ‘역시나’라는 게 전부 드러났다. 보수-진보를 떠나 실망감, 심지어 배신감을 토로하는 이도 적지 않다.
세월호 참사 초기대응에서 보여준 무능은 말할 것도 없으며, 거듭된 고위급 인사 실패, 빈부격차 및 역차별 심화, 고립된 대외 관계, 단절된 남북관계 등 어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다. 게다가 언론장악, 표현의 자유 억압 등으로 언로가 막혀 사람들은 ‘유신 시대로의 회귀’라고까지 비판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김무성 대표는 ‘국민 행복’이라고 뇌까릴 것인가?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정치권에서는 차기 감으로 몇 사람이 거명된다. 새누리당에서는 현재로선 김무성 대표가 단연 선두이며,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문재인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유력한 편이다. 그러나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대세론’이 보기 좋게(?) 나가떨어진 걸 보면 ‘대세론’은 어쩌면 허상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는 이들 세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요즘 김 대표는 청와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차기를 위해 ‘품위 관리’에 나선 듯하다. 새누리당 지지율의 고공행진에다 당내에 별다른 경쟁자도 없으니 그런 생각을 할 법도 하다. 겉으론 ‘국민 행복’ 운운하며 보수정권 재창출을 강조하고 있지만 속으로 하고 싶은 얘기는 따로 있는 게 아닐까? 차라리 ‘다음 대통령은 내 차례’라고 말하라. 그게 솔직하고 남자답지 않은가?
정운현 팩트TV 보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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