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사형선고를 받았던 이철 전 의원은 한 술 더 떴다. 이 전 의원은 22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민청학련 사건 당시 저는 곽성문의 이러한 거짓 증언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다”며 “곽성문은 프락치 행위 덕분에 보상으로 문화방송(MBC) 기자에 특채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영달의 길을 걸어가게 됐다”고 폭로했다.
과거 MBC 직원 가운데는 곽 전 의원처럼 특채로 입사한 사람이 더러 있었던 모양이다. MBC에서 해직된 이후 <고발뉴스>를 운영해오고 있는 이상호 전 MBC 기자는 23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MBC는 공영방송으로서 즉각 사실여부를 밝히고, 재계와 정계에서 활동 중인 여타 MBC 출신인사들의 특채 여부에 대해서도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곽 전 의원이 MBC 기자 시절 ‘수서비리사건’으로 물의를 빚었던 한보그룹 측으로부터 거액의 촌지 심부름을 했다는 증언도 있다. ‘수서비리 사건’이란 1989년 3월 택지개발 지구로 지정된 서울 강남의 수서·대치 택지개발 예정지구를 일반 주택청약 예금자들과의 형평에 맞지 않게 특정조합에 특혜 공급한 비리사건을 말한다.
수서비리사건 당시 서울시청을 출입했던 한 중앙일간지 출신의 전직기자는 곽 전 의원과 관련된 일화 하나를 소개한 바 있다. 수서비리사건이 터질 무렵 당시 서울시청 출입기자 1진 간사를 맡고 있던 곽 전 의원이 서울시내 한 일식집에서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을 만나 5000만원을 받아 기자실에 뿌렸다는 것이다. 그가 심부름을 한 이 돈의 일부는 그해 추석 때 서울시청 출입기자들에게 떡값으로 뿌려졌다.
그로부터 얼마 뒤 수서비리사건이 터졌고, 도하 신문들은 연일 ‘주범’인 한보그룹을 겨냥해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그러던 어느 날 ‘촌지 사건’을 폭로한 전직기자는 자사의 1진 선배기자로부터 얘기 하나를 들었다. ‘지난 추석 때 받은 떡값 중에는 한보에서 온 것도 포함돼 있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선배의 말은 은연중에 수서비리사건 기사를 줄이라는 식의 압력(?)으로 느껴지더라는 것이다. 옛말에 ‘소금 먹으면 물이 쓰인다’고 했던가.
문제는 당시 한보에서만 돈을 받았겠느냐는 것이다. 모르긴 해도 ‘기자단 운영비’ 명목으로 다른 데서도 돈은 ‘땡겼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당시 이 사건은 언론계 안팎에서 별다른 잡음 없이 조용하게 넘어가기는 했다. 그러나 우리 언론계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돼온 ‘촌지 비리’를 주도했던 사람이 사과 한 마디 없이 공직에 나서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한편, 곽 전 의원은 술자리에서 ‘맥주병 투척 난동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바도 있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 공천으로 대구 중·남구에서 당선된 그는 이듬해 6월 대구지역 경제인들과 골프를 친 후 회식자리에서 “왜 여당(당시 열린우리당)에게만 후원하고 우리에게는 정치자금을 제대로 주지 않느냐”고 고함을 친 후 식당 벽에 맥주병을 투척하는 등 난동을 부린 바 있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을 탈당해 무소속의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곽 전 의원은 이후 이 후보가 창당한 자유선진당에서 사무총장을 지냈으며, 18대 총선에서는 고배를 마셨다. 이후 별다른 활동을 보이지 않던 그가 최근 들어 다시 활동을 재개하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박근혜 대통령,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의 친분 때문이라고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당초 코바코 신임 사장을 빠르면 22일 정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예정보다 이틀이나 지난 24일 현재까지 별다른 소식이 없다. 일각에서는 이번 ‘프락치 의혹’ 폭로로 코바코 사장 자리는 물 건너 간 게 아니냐는 추측마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이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리를 하겠느냐는 것이다. 그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정답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