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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칼럼] 자유당의 이승만 환영 도열행사, 정말 지겨웠다
등록날짜 [ 2014년09월18일 09시32분 ]
팩트TV뉴스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땡볕 아래 도열을 하고 섰다. 남학생들은 그래도 견디지만 여학생들은 졸도직전이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신호가 온다. 태극기를 휘두르며 소리를 지른다. 경호차 호위를 받으며 고급승용차가 지나간다. 누가 타고 있는가. 대통령이다. ‘고마우신 이대통령 우리 대통령’ 대통령 이승만 찬가를 불러야 했던 고교 1년, 자유당 때 악몽이다. 1950년대 초, 일선에서는 병사들이 죽어갔다.
 
거의 매일처럼 휴전반대 데모에 동원됐다. 수많은 고등학생들이 늠름한 자세로 행진하면서 ‘휴전반대’ ‘북진통일’을 외쳤다. 총을 멘 휴가병이 지나가며 던진 욕설이 생생하다. ‘이 새끼들아. 니들이 나가 싸워.’ 군인도 전쟁은 싫다. 대통령 환영행사에 동원되는 고딩들도 싫기는 마찬가지였다.
 
1960년 2월27일, 대구 경북고는 일요일 등교지시를 내린다. 이유는 3월에 있을 중간고사를 앞당겨 친다는 것이다. 대구시내 7개 국공립 고등학교 역시 일요일 등교지시가 떨어졌다. 토끼사냥, 영화관람 등 황당무쌍한 이유도 있었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민주당 장면 후보의 일요일 유세장에 학생들이 나가지 못하게 방해하기 위한 것이었다.
 
경북고, 대구고, 경북대부속고 학생 8명은 부당한 일요등교 지시에 항의하기 위해 시위를 조직, '백만 학도여 피가 있거든 우리의 신성한 권리를 위해 서슴지 말고 일어서라'는 결의문도 작성했다. 2월 28일 오후 1시 800여명의 학생들이 도청으로 가는 과정에서 다른 학교 학생들도 합류했다. 학생들은 선거 유세장으로 가던 ‘장면’후보를 만나 '만세'를 부르기도 했다. 장면 후보의 일요일 유세를 못 듣게 하는 것이 일요일 등교의 목적이었으나 학생들만 자극해 실패했다
 
도지사는 학생들에게 "이놈들 전부 공산당"이라고 했고 시민들은 경찰에게 달려들어 학생을 구타하지 못하게 항의했다. 박수를 치고 학생들을 숨겨줬다. 1,200여명의 시위학생 중에 120여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이것이 바로 반독재학생운동사에 빛나는 대구 ‘2·28학생의거’였다. 이 사건은 마산의 3·15 부정선거 항의시위로 이어졌고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
 
 
■자유당 시절에 망령이 다시 살아나는가
 
 
JTBC의 보도에 의하면 지난 9월15일 낮 대구 시내에서 시민들은 환호성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었고 때 마침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 참석하러 가던 박근혜 대통령은 환호하는 시민을 향해 차창 문을 열고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TV뉴스에서 흐뭇해하는 대통령의 환한 모습도 보았다.
 
역시 대구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열렬하게 지지하는 박대통령을 환영하기 위해 도열해서 환호하는 시민들을 보며 박대통령은 얼마나 흐뭇했을까. 국민들의 저런 모습에서 정치지도자들은 보람을 만끽할 것이다. 아아 역시 국민들이 나를 저렇게 좋아하고 있구나.
 
"많이 왔어요. 엄청나게 많이 왔어요. 천 명 가까이 될 거예요" 환영도열에 참가한 시민의 말이다. 헌데 이게 무슨 소린가. 환영행사에 참석한 주민들을 일부 지자체가 동원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것도 구청관계자의 말이니 안 믿을 수도 없다. 공무원들이 혼나려고 환장을 했는가.
 
실제로 대통령 방문 5시간 전, 대구 북구청에서 열린 간부회의 자료를 보면, 관내 12개 동의 행사 참여 인원과 배치 장소가 정해져 있다. 이후 각 주민센터에 지시도 내려갔다.
 
대구 북구청 관계자는 "주민센터를 이용해서 갑자기 오전에 몇 명씩 동원하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황당했다" 주민센터 담당자들은 경로당과 아파트 주민들에게 연락했고, 정해진 인원이 참석하도록 했다.

"어르신들 경로당에 있거든요. 몇 개 경로당에서 모집하면. 어르신들 대통령에 관심이 많으시잖아요" 결국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것이 아니라 해당 관청의 개별 연락을 통해 나온 것이다. 대구시는 주민들을 동원한 것이 아니라 참여하도록 홍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희가 공식적으로 지시한 적 없습니다. 인근 주민들이 참석하도록 구청에 얘기는 했죠. 홍보하라구요" 역시 여기에서도 통하는 말이 있다. ‘술은 마셨어도 음주운전은 아니다’
 
대구 북구청은 환영 행사 참여한 시민들에게 태극기 800여 개를 나눠줬고, 대통령 환영 현수막 27개를 길거리에 걸도록 했다.
 
 
■왜 이러는가. 어느 땐데 아직도 정신 못 차리는가
 
 
이러면 안 된다. 공무원이고 지구당 당원들이고 이런 짓 하면 안 된다. 대통령을 존경한다면 자연스럽게 하면 된다. 아직도 더운 날씨에 길가에 서서 대통령 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린단 말인가. TV에서 보니 연세 드신 분들도 많이 보이던데 얼마나 고생스럽겠나. 물론 대통령을 본다는 기쁨에 고생이 낙으로 여겨질 시민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이 보기에는 아니다. 절대로 아니다. 대통령 욕보이게 하는 짓이다.
 
그렇지 않아도 대통령이 자신을 모독한다고 국무회의 석상에서 공개적으로 노여움을 표시했는,. 만약에 동원된 시민들이 강제동원이었다고 불평이라도 하고 이 말이 퍼져 나가면 대통령에게 얼마나 누가 되겠는가.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말 한마디만 해도 그것이 전 세계로 순식간에 퍼져 나간다. 대통령을 하늘같이 모신다 해도 이런 식으로 하면 안된다는 것을 국민은 알고 있다. 독재정권 시절에 경험을 잊지 않고 있다. 존경심은 자연스럽게 울어나는 것이다.
 
대구는 난공불락의 새누리당 금성탕지(金城湯池)라고 국민들은 알고 있다. 그럴수록 더욱 몸조심을 해야 한다. 반독재 투쟁의 빛나는 대구, 2·28의거에 몸을 던진 고등학생들이 지금 70대 후반이다. 그들은 자유당독재의 기억이 생생할 것이다. 그 때 경찰에게 구타당한 굴욕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런 대구에서 다시 시민들을 대통령을 환영하기 위해 동원을 한다면 얼마나 참담할 것인가.
 
지나치면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가슴속에 새겨 둘 말이다. 대통령을 위하고 자랑스러운 반독재 투쟁의 본고장 대구의 명예를 위해서 이런 수치스러운 짓은 다시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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