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이군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2일 KBS 이사장으로 이인호 전 핀란드·러시아 대사가 선임된 것과 관련, 이 이사장의 조부인 이명세가 일제 강점기 시절 친일 행각을 한 것에 대해 ‘연좌제’를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할아버지 친일 경력으로 반대하는 주장은 사실상 21세기 현대사회에 맞지 않는다”면서 “국민통합에 저해되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이 사무총장은 이인호 이사장이 ‘뉴라이트’ 출신으로서 지난 2008년 친일·독재를 미화한 것으로 질타를 받은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를 펴내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 등 논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인호 조부 이명세 “일왕을 위해 싸우다 죽어라”
한편 지난 1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이인호 이사장 후보자의 내정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가 일제 강점기 대표적인 친일파 이명세의 손녀인 이인호 씨를 이사장에 임명했다”면서 “국민들에게 군사독재정권 시대의 왜곡된 역사관을 심어주기 위해 검정 역사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가 또 한 번 국민들을 농락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 후보자의 조부인 이명세는 친일 기업으로 부를 축적해 1939년 11월1일 조선총독부가 친일 유학자들을 동원해 만든 조선유도연합회 상임참사로 선출돼 충과 효의 정신으로 이어진 조선 유림을 친일화하려고 노력했다”고 지적한 뒤 “이명세는 유림으로서 부끄럽게도 춘산명세(春山明世)로 창씨개명했고 독립운동가 심산 김창숙 선생과 대척하며 성균관의 항일 정신을 훼손하려 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명세는 1941년 조선임전보국단(朝鮮臨戰報國團) 발기인으로 참여해 조선의 젊은이들에게 일왕을 위해 태평양전쟁에 나가 싸우다 죽으라고 한 인물”이라며 “조선임전보국단은 단장 최린을 비롯하여 대표적인 친일파들에 의해 만들어진 단체로서 황민의식 고취와 군수 자재 헌납운동 등 친일행위를 전개한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범한 단체”라고 지적했다.
의원들은 “이 후보자가 친일한 사람들이 모두 친일파가 아니고 상당수가 나라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친일을 한 애국자였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질타한 뒤 이 후보자의 내정은 “친일파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예인 박근혜 대통령이 부친의 친일 경력을 없애고 독재를 미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판단된다”고 비난했다.
나아가 “이 후보자의 KBS 이사장 내정을 지금 당장 철회하라는 정당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새정치연합은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 해외 동포들과 힘을 합쳐 정권 퇴진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인호, ‘뉴라이트’의 대표인물..그가 상임고문인 ‘한국현대사학회’란?
이인호 이사장은 지난 6월 19일, 문창극 전 총리후보자의 친일·반민족적 발언으로 논란이 된 동영상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면서 “(문 이사장의) 강연 전체를 보고 반민족주의자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주장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당시 TV조선 <시사토크 판>에 출연해 “(문 후보자의) 강연을 대하는 태도나 눈빛, 강연 준비 자세를 봤을 때 정말 나라를 사랑하고 민족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민족의 아픔을 위로하고 희망 전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더불어 과거 “친일한 사람들이 모두 친일파가 아니고 상당수가 나라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친일을 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물론 어쩔 수 없이 징용됐거나 징병된 사람들에게는 ‘친일’이라고 할 수 없지만 이명세 같이 ‘지식인’ 신분으로서 친일을 앞장서서 부추기고 자신의 이익을 챙긴 것에 대해서는 ‘친일·반민족 행위’라고 질타받을 수밖에 없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 이사장은 일본군 위안부를 ‘자발적 성노예’로 주장하고, 안중근·유관순·김좌진 등의 독립운동가들을 비하하며, 광복절은 ‘건국절’ 등의 입장을 편 뉴라이트의 핵심 일원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2008년 뉴라이트 교과서포럼이 주도한 친일과 독재를 미화했다는 질타를 받은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를 감수한 바 있고, 뉴라이트 계열의 한국현대사학회 상임고문을 역임하고 있다.
한편 같은 고문으로는 “일본군의 위안부 동원사실이 없었고, 위안부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매춘부"라는 발언을 한 안병직 뉴라이트재단 이사장과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등이 있으며, 더불어 지난해 친일 논란을 일으킨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저자인 이명희 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도 위원 중 한명이다.
사실 한국현대사학회의 위원 및 고문들은 ‘한국 근현대사’ 전공과는 거리가 멀고 서양사·정치외교·경제학 등을 전공한 인물이 대부분으로서, 사실 독재와 부패로 질타 받았던 이승만 전 대통령을 ‘건국의 아버지’로 재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부르자는 등의 주장을 계속해서 펼쳐왔다.
이들에 대해 역사학자들은 "(이들이) 한민족의 관점에서 바라본 ‘민족주의적 서술’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민족주의의 가장 극단적 형태인 ‘국가주의’를 강조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더불어 이승만과 박정희의 성과를 부각하기 위해 ‘통치자적 시각’에서 이런 독재자들을 미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역사쿠데타’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9월 이승만 신봉학자인 유영익 씨를 국사편찬위원장, ‘교과서포럼’의 고문을 맡은 이배용 씨를 한국학중앙연구원장으로 임명해 뉴라이트 인사들을 국정에 적극 내세웠다.
또한 지난 5월에 한국현대사학회 회장을 역임했던 권희영 씨를 한국학대학원장에, 이어 6월에 ‘교과서포럼’ 회장이었던 박효종 씨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등 연속 ‘뉴라이트’ 출신 인사들을 기용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05년 뉴라이트가 출범된 이후로 이들의 행사마다 수없이 참석해왔고, 친일·독재를 미화했다는 질타를 들은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에 대해서도 훌륭한 역사책이라면서 칭찬을 마지않았다.
박근혜 정부의 이런 행보를 볼 때, 친일파와 그 후신인 군사독재세력을 역사적으로 복권시키겠다는 일명 ‘역사쿠데타’를 벌이고 있으며, 그 시도의 일환으로 박효종 방심위원장을 통해 언론을 틀어막고, 이인호 이사장을 통해 공영방송 KBS를 내부에서 틀어막으려 한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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