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9일 청년 실업 100만명 시대와 관련, "청년들이 너무나 쉬운 일만 선호하는 것도 사실 큰 문제"라고 주장해 논란을 예고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청년취업 활성화방안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청년실업난의 심각성을 지적한 뒤 “또 하나 문제제기 하고 싶은 건 과연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 인가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국 수많은 대소공단 입구 가보면 ‘사람을 구합니다’라는 방이 1년 열 두달 붙어 있다”면서 또한 “대소공단의 재래시장 주말에 가면 우리와 피부색이 다른 동남아 근로자들이 수없이 많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해법으로 “교육 체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세미나 통해 청년취업 활성화 위한 방안이 활발히 개진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산업구조를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대전환을 해야 젊은 사람들 일자리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 뒤 “케이디아이(KDI) 보고에 따르면 교육 의료 법률 컨텐츠 등 서비스 분야 규제완화 통해 20년까지 청년일자리 35만개가 창출될 것이라는 청사진을 내놨지만 과연 실행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런 일자리 창출 정책이 실행되기 위해선 “전 단계로 규제완화와 규제 철폐 관련법이 국회에서 빨리 통과돼야 한다”면서 세월호특별법과 민생경제 법안을 분리처리하지 않는 새정치연합을 비난했다.
하지만 김 대표의 이러한 발언은 대학 졸업률이 8~90%에 육박하는 ‘학벌 서열화’된 한국 사회에서, 비싼 등록금을 지불한 대학졸업자들이 이주노동자들의 ‘저임금 막일도 기피하지 말라’는 의미인 만큼, 비정규직·저임금 알바 등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청년들을 분노케 할 수밖에 없는 발언으로 들릴 듯하다.
지난 2월에도 김 대표는 “저출산은 재앙”이라면서 “이상화·김연아 같은 딸 낳아야한다”는 발언을 한 바 있어, 삼포(연애, 결혼, 출산 포기)세대로 불릴 수 밖에 없는 청년들의 현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질타가 이어진 바 있다.
한 네티즌은 “청년들에게 훈계질 하기 전에 그런 말은 (수원대 교수 특혜채용 의혹 받고 있는) 딸한테 가서 먼저 하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다른 네티즌은 김 대표가 “젊은 청년들이 이런 말 싫어할 거 모를 리가 없다”고 지적한 뒤 “꼰대 아저씨·아줌마들이 원하는 대통령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김 대표의) 속마음을 읽어보기도 했다.
이명박·정운찬도 김무성과 유사한 발언했다.
김 대표의 이날 발언은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정운찬 전 총리가 청년실업대란과 관련해 “이제 청년이 눈높이를 낮춰야할 때"라고 주장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12월 1일, 라디오연설을 통해 "청년들에게도 주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서 "지금은 생각을 새롭게 해 신발끈을 조이고 어디든 용기 있게 뛰어들어야 할 때"라고 지적한 뒤 "상황을 탓하면서 잔뜩 움츠린 채 편안하고 좋은 직장만 기다리는 것은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임시직으로 일할망정 지방 중소기업에는 취업하려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냉난방이 잘되는 사무실에서 하는 경험만이 경험은 아니다"라며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출 것을 요청했다.
한편 자신이 현대건설에 입사했을 당시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자신이 입사할 때만 해도 그 회사는 종업원이 불과 90명 남짓 되는 중소기업이었고, 제가 처음 배치돼 갔던 것은 밀림 속의 고달픈 건설현장이었다"며 "그 고생을 참고 견디면서 돈으로 살 수 없는 많은 것을 얻었다"고 주장한 뒤 “나는 할 수 있다는 의지, 하면 된다는 생각이 중요하다고 본다”면서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운찬 전 총리도 지난 2010년 6월 대정부질문에서 청년실업대란과 관련해 "이제 청년이 눈높이를 낮춰야 하지 않나 하고 생각한다"며 이 전 대통령과 같은 주장을 폈다.
정 전 총리는 "경제문제 해결에 획기적인 특단의 대책이 없듯 실업문제, 청년실업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하는 대책은 많지 않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청년들 대부분이 고학력인데, 고학력 실업문제는 고학력자는 공급 과잉인데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는 부족하다는 데 있다"면서 "산업계의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는 학교에도 기인한다"며 대학의 교육을 비판하기도 했다.
반강제로 비싼 돈 내고 대학나온 청년들..“굳이 저임금 막일 할 거면.. ”
하지만 이들의 이같은 언급은 '일하고 싶어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발생하는' 청년실업을 경제·사회구조적 문제가 아닌 ‘젊은이들의 인식과 개인의 의지 문제’로 돌리려 한다는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 대학이 서열화된 ‘학벌 중심’사회인 만큼 ‘대학 안 나오면 사회에서 대접 못 받는다’는 사회적 인식이 너무나도 강해, 어쩔 수없이 높은 등록금을 내고 ‘취업학원’으로 전락한 대학을 가야하는 현실에 처한 청년들을 전혀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들은 반강제적으로 비싼 돈 주고 대학을 나온 만큼,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아야 한다는 합당한 ‘보상’을 원할 수밖에 없다. 김무성 대표가 주장하는 이주노동자들이 하는 ‘저임금 막일’을 헐 거면 굳이 비싼 돈 주고 대학을 나올 이유가 전혀 없다.
청년들이 취업을 포기하는 이유는 장시간동안 고강도의 노동을 하면서도, 최저임금을 겨우 받을 정도로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직종간, 직급간 임금차이가 줄어들지 않으면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만약 고강도의 장시간 노동을 하더라도 이에 따른 합당한 임금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다면, 청년 실업 문제는 충분히 해결될 것이다. 또한 재벌·종교재단들이 만든 대학서열화가 사회에서 없어져야만, 굳이 청년들이 비싼 돈 내고 반강제적으로 ‘취업학원’인 대학을 나올 이유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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