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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칼럼] 대통령 박근혜, 국회의원 문재인
등록날짜 [ 2014년08월29일 12시26분 ]
팩트TV뉴스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마음껏 떠들어라. 지치면 관두겠지. 맘대로 굶어라. 굶어 죽어도 지 팔자지. 시위도 맘대로 해 봐라. 눈 하나 깜빡 않는다. 겁날 거 하나도 없다. 법대로 한다. 만만하게 보지 말라.”
 
늙은이들 끼리 얘길 하다가 한 친구가 한 소리다. 누구 얘길 하는지 대충 짐작할 것이다. “만만하게 보지 마라. 법대로 한다.” 왠지 등골이 오싹해 진다. 맘대로 한다니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대통령의 권한을 생각해봤다. 엄청나다. 때 맞춰 새누리 일각에서 나오는 말이 예사롭지 않다.
 
정우택이 의미심장한 소리를 했다. “5·16혁명 전, 민간단체들이 국회에 난입해서 여러 가지 행동을 했던 그런 모습이 상기될 정도” 라고 한 것이다. 그러니까 세월호 유족들이 국회에 무단 난입했고 국회는 마비되고 민생은 실종되고 때문에 쿠데타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묘한 암시를 풍긴다.
 
학교시절 경험을 보면 머리 나쁜 애들은 합리적 해결보다는 손쉬운 완력으로 해결하는 것을 좋아한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단순 논리다.
 
지금은 단식 정국이다. 광화문광장에 가면 수백 명의 시민들이 초췌한 얼굴로 ‘세월호 단식동참’이란 구호를 가슴에 달고 단식을 한다. 밥을 굶는다는 가장 원초적 고통을 견디며 단식을 하는 시민들을 보며 별의 별 소리가 다 들린다. “단식하는 놈들은 뒈지게 내버려 둬라.” 끔찍한 소리다. ‘폭식투쟁’이라는 것도 등장했다. 누가 이런 짓을 하는지는 짐작들을 한다. 인간 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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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이 단식을 10일째에 중단했다. 김영오 씨가 단식중단 하면 자신도 중단한다는 약속이었다. 곁에서 지켜보니 일주일이 지나서부터 단식의 증후가 나타난다. 뺨이 훌쭉해지기 시작한다. 난생 처음 단식이다. 자신이 단식을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원래 단식 같은 과격투쟁을 싫어한다. 그러나 했다. 김영오를 살리기 위해서다. 김영오의 종아리와 팔뚝을 보았는가. 뼈에다 가죽을 발라 놓았다. 피골상접이다.
 
“김영오씨의 생명을 반드시 구하고 우리 사회가 세월호 문제의 진상규명조차 못하는 세상으로 놔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유민 아빠를 살리는데 자신도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역시 최악의 경우를 생각한 비장한 결심이었다.
 
헐뜯는 사람들은 지가 뭔데 김영오의 단식을 중단시키느냐고 한다. 생각이야 마음대로지만 진정성과 신뢰가 문제다. 문재인의 신뢰가 의심받는가. 그는 대통령 후보였고 1,400만표, 즉 국민의 48%가 지지했다.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다. 단식의 출발은 오직 하나다. 김영오라는 죄 없고 힘없고 불쌍한 생명이 죽어서는 안된다는 일념이었다. 정치적 계산같은 거 없다. 김영오가 숨지면 그런 참혹한 일이 어디 있는가. 다행이 김영오는 단식을 중단했다. 문재인도 중단했다.
 
 
□대통령의 약속, 문재인의 약속.
 

인간이 약속을 지키는데 신분이나 지위의 차이가 있을 수 없다. 약속을 했으면 지키는 것이고 지키겠다고 약속을 했으니까 지켜야 한다. 대통령도 예외일 수는 없다.
 
문재인에게 단식을 중단하라고 권하면 대답은 늘 같다. 자신의 단식은 유민아빠 김영오의 단식을 중단시키기 위해서다. 김영오가 단식을 지속하는 한 문재인도 단식을 계속한다는 의미다. 약속이기 때문이다.

지금 많은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세월호 특별법제정’을 요구한다. 대통령의 대답은 한결같다. 입법은 국회소관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국회가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정말 그런가.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유족들과 만나서 왜 그렇게 떡먹듯이 약속을 했는가. 그것도 한 번이 아니다.
 
5월 4일, 팽목항에서, 16일에는 청와대에서 유가족을 면담했고 19일에는 대 국민 담화을 했다. 대통령의 약속이다.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 유족의 애끓는 마음이 잘 반영이 되도록 특별법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며 아이들의 이름을 부른 감동적인 장면은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국민들과 유족들은 대통령의 약속을 철석같이 믿었다. 언제든지 만나러 오라고 했다. 철석같은 약속은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은 채 흘러왔다.
 
이제 대통령은 자신의 약속을 잊은 것 같다. 사람이니까 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이 나라에서 대통령 말 한마디도 안 되는 일이 어디 있는가. 대통령이 세월호 특별법 만드세요. 한 마디 하면 당장 만들어 진다고 국민들은 믿고 있다.
 
 
□불쌍한 국민들이다. 우리는.
 

원래 정치인들의 말은 믿을 것이 못된다고 하지만 대통령의 말은 다르다. 대통령의 말을 국민이 믿지 못하면 국민이 불행해 진다. 물론 대통령도 같다. 약속을 어겨서 당장은 위기를 면할지 모르나 그 결과는 엄청난 손해로 돌아온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단식동조자가 25,000명을 넘어서고 전국 곳곳에 단식장이 마련됐다.
 
광화문 광장에는 신부님과 수녀님들 목사님들이 매일 모인다. 세월호에서 살아 나온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다. 친구들이 왜 죽어야 했는지 이유는 반드시 알아서 죽은 친구들의 영혼들에게 알려 줘야겠다는 생각이란다. 이게 살아나온 어린 애들의 몫인가. 어른들과 정치인이 해야 한다. 그러나 힘이 없다. 대통령이 해야 한다. 약속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문재인이 단식투쟁을 부추긴다고도 하고 부화뇌동하지 말라고도 하고, 저 사람 뭐라는 사람이냐고도 한다. 심지어 문재인을 살해하겠다는 사람도 있다. 대선에서 1,400만표 48%를 획득한 문재인이다. 일부 언론은 박영선 체제를 흔들기 위한 것이라고도 한다. 문재인에게 꼼수가 있는가. 세상이 다 안다. 너무나 권력의지가 부족하고 전략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주위의 불만이다.
 
문재인은 김영오를 살리기 위해 단식을 한다는 약속을 했고 이제 국회로 돌아갔다. 세월호 특별법을 만드는 데 전념하겠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세월호 유족들에게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 대통령의 약속은 역사가 기록한다.
 
 
□세월호가 풀려야 정치가 산다
 
 
세월호 참사가 얼마나 불행한 사건인지는 누구나 다 안다. 더욱 불행한 일은 정치도 함께 침몰했다는 사실이다. 우리 정치가 국민에게 비판을 받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래도 정치를 떠나서 살수 없다는데 비극이 있다. 때문에 국민은 정치를 잘 해 주기를 정치인과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더 할 수 없는 비극이지만 5개월이 넘도록 정치를 꽁꽁 묶어둘 수밖에 없었는가. 아니라고 국민들은 생각한다. 문제는 풀면 해결되는 것이다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문제해결에 진력했으면 해결됐다고 믿는다. 대통령이 국민과 약속한대로 이행을 했으면 오늘과 같이 광화문 광장을 단식장으로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국을 방문한 교황이 매일같이 세월호 유족들을 위로하는 말씀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국격은 땅에 떨어졌다.
 
언제까지 이 상태가 지속될지 아무것도 모른다. 아무리 총리나 장관들이 담화를 발표해도 국민들은 웃는다. 꽉 닫혀있는 국민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열쇠는 대통령이 가지고 있다. 국민들이 그렇게 믿는다. 대통령은 직접 한 번 실험해 보면 된다. 김무성 이완구 불러다가 지시하면 된다. 지시가 기분 나쁘다면 부탁해 보라.
 
대통령은 사태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는 것 같다. 민생경제를 살피기 위해 부산을 두 번이나 방문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오페라 구경을 가서 활짝 웃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된다. 이를 보는 세월호 유족들의 가슴은 어땠을까. 대통령도 사생활은 있어야 하지만 깊이 생각해야 할 부분이 하나 둘이 아니다. 참모들이 왜 필요한가. 개인의 능력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이제 왜 자신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침묵을 하고 있는지,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하던 세월호 유족들과의 약속을 왜 지키지 않는지 입을 열어야 한다. 말 하지 않기 때문에 불통이라는 불명예가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문재인을 알게 된 후 늘 생각했다. 참 요즘 세상 살기 힘든 사람이라고. 정치를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세상사 어찌 맘대로 되겠는가. 노무현 때문에 도리 없이 하게 됐다. 문재인에게 꼼수정치를 바란다면 부질없는 생각이다. 그럴 상황이 온다면 정치를 그만 둘 사람이다.
 
문재인 단식기간 동안 별의 별 사람들이 다 찾아왔다. 지난 26일 찾아 온 한 여성, 재미교포라고 했다. 문재인 손을 잡고 고개를 푹 숙인다. 눈물을 쏟는다. ‘좋은 대통령 되세요’ 그 말 한마디. 문재인의 눈이 하늘을 향했다. 무슨 생각을 했을까.
 
유민아빠 김영오 씨도 단식을 중단했다. 문재인도 약속을 지켰다. 대통령 박근혜와 국회의원 문재인, 1년 반 전에 그들은 국민에게 선택을 요구했고 국민은 박근혜를 선택했다. 국민은 대통령 후보 박근혜가 한 약속들을 기억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기억할 것이다. 약속을 지키고 임기를 끝내야 한다. 국민은 약속 지키는 대통령이 그립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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