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2일, 세월호가족대책위 기자회견 전문]
지난 7일 여야 원내대표는 특별법에 대한 합의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저희 가족들은 이 합의에 대해 두 가지 이유에서 분명히 반대하였었습니다.
첫 번째, 합의의 내용이 ‘철저한 진상규명’이라는 특별법의 목적에 전혀 부합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저희 가족들은 처음부터 청와대를 비롯한 모든 영역이 조사와 수사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여 왔습니다. 최근 들어 제기되고 있는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님의 행적에 대한 의혹이나 국정원과 세월호와의 관계에 대한 의혹 등을 보면, 저희 가족들의 주장이 매우 타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야는 상설특검법에 따른 특별검사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에 합의하였었습니다. 상설특검법에 따른 특별검사는 법무부차관 등으로 구성된 특검후보추천위원회에 의해 추천되어 대통령이 임명하는 등 여당, 대통령 그리고 정부의 영향력이 강하게 미칩니다.
과연 이런 특별검사가 청와대와 국정원 등 권력의 핵심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해 부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보다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사람이 수사와 기소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두 번째, 협상과정이 철저히 저희 가족들과 국민들을 무시한 채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국민여러분들도 그렇겠지만 저희 가족들은 이번 합의에 대해 단 한마디의 말도 듣지 못했습니다. 저희 가족들과의 대화를 거부하여 오던 새누리당은 물론 그 동안 ‘저희 가족들과 함께 하겠다“는 이야기를 밥 먹듯이 했던 새정치민주연합도 단 한 번의 언질조차 주지 않았던 것입니다. 뒤늦게 확인해본 결과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일을 담당해왔던 의원들 역시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 새누리당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런 밀실합의는 저희 가족들을 위한다는 명분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밀실합의의 산물이 위와 같이 진상규명에 부적합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저희 가족들을 위한 것이었다는 명분은 여야의 정치적 야합을 숨기려는 분칠에 불과하다고 생각됩니다.
어제 새정치민주연합이 다시 협상을 추진하기로 하였습니다. 위와 같은 문제점이 개선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에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재협상하는 과정에서 저희 가족들이 바라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저희 가족들 및 국민들의 뜻이 반영되어 철저한 진상규명에 적합한 특별법이 제정되기를 바랍니다.
구체적으로 수사와 기소는 정부, 여당 그리고 대통령의 눈치를 보지 않는 사람이 담당했으면 합니다. 성역이 없는 진상조사를 위한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 특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거나 이에 버금가는 정도로 독립적인 수사와 기소가 가능한 방안을 고민하여 제시해 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다음으로 협상과정이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여야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야합하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협상과정을 숨길 필요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국민들과 저희 가족들로부터 좋은 생각들을 들을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하여 원내 4개 당과 저희 가족, 시민, 관련 전문가 등이 참여하여 각자의 주장을 흉금없이 털어놓고 서로의 차이를 좁혀가기 위한 진솔한 토론의 자리를 마련할 것을 제안합니다. 저희가 제안하는 토론회는 어느 일방을 비난하거나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서로 멀어만 보였던 차이를 극복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허물없이 대화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새롭게 시작될 협상이 언제 끝날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제대로 협상이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있습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당일 저 바다를 다 마셔서라도 우리 아이들과 사랑하는 가족을 구하려 했던 마음이 여전하기에, 그리고 그 마음을 국민분들이 믿어 주실 것이기에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제대로 된 특별법을 만들기 위해 끝까지 가려 합니다. 여야 모두 저희 가족들의 이런 각오를 가벼이 여기지 말았으면 합니다.
2014.8. 12.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가족대책위원회 세월호 참사 희생자, 실종자, 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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