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과 관련, 사생활 의혹을 제기한 일본 ‘산케이 신문’에 대해 단호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던 청와대가 11일 직접 법적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놨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출입기자들이 ‘산케이 신문’에 대한 법적대응을 어떻게 할지를 묻는 질문에 "제3자가 우발한 내용에 대해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자유청년연합의 고발로 검찰이 문제의 기사를 쓴 가토 다쓰야 ‘산케이 신문’ 서울 지국장에 대해 출두요구를 했지만, 아직 관망하고 있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에 대해 기자들이 ‘법적 대응 안할 수도 있다는 뜻인가’라고 질문하자, 민 대변인은 ‘쉽게 답하기가 어렵다‘며 답을 회피했다. 이에 따라 주말을 지나면서 청와대의 강경한 태도가 누그러진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누리당도 11일 ‘산케이 신문’을 찌라시라고 강하게 비난하면서도 오히려 일본 정부의 정치적 입장 변경을 촉구했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산케이 신문’ 보도에 대해 “일본의 영토침탈·역사침탈에 이은 정신침탈”이라고 질타한 뒤 “일명 찌라시라고 불리는 증권가 정보지에 떠드는 루머를 사실 확인도 없이 그대로 옮겨 실었다”고 힐난했다.
하지만 “한일관계의 미래를 위해서는 보다 근원적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면서 “일본정부가 한국을 존중하고 미래지향적인 자세로 임할 때 일본국민과 언론도 그에 보조를 맞출 것"이라고 말해 일본 정부의 정치적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청와대, 엄중하게 ‘산케이’에 책임 묻겠다더니..
그러나 앞서 지난 7일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것을 기사로 썼다"며 ‘민형사상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 홍보수석은 제 3자인 자유청년연합이 ‘산케이 신문’을 고발해서 시작됐지만, 소송 주체에 따라 법적 의미가 많이 달라진다고 밝힌 뒤, 엄정하게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밝혀, 청와대가 직접 소송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었다.
또한 박 대통령의 제부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10일 ‘산케이’의 보도와 관련 “망언보도를 넘어 치밀하게 계획된 제2의 민비시해사건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신 총재는 보도자료를 통해 “사생활 루머를 전격적으로 기사화한 배후에는 아베 정권이 있을 수 있다”면서 “아베 정권과 산케이 신문의 합작으로 만든 정치공작일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나아가 “산케이 신문이 국내현황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를 양산해내는 대표적인 일본우경화 언론인만큼 아베 정권과 동일한 정치노선을 걷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가토 ‘산케이 신문’ 서울지국장은 오는 12일 검찰의 출두 요구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검찰이 어떻게 대응을 할지 주목된다. 검찰은 지난 10일 카토 지국장에 대해 출국정지조치 및 소환통보를 내린 바 있다.
가토 지국장은 11일 KBS와의 통화에서 "아직 변호사를 선임하고 있는 중"이라면서 "검찰이 소환일로 잡은 내일 출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사 사무소 두 세 곳을 알아보고 있는데 늦어도 다음 주면 검찰 조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형사 사건인 만큼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본사 지시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산케이의 보도가 아무리 악의적이라고 해도 일본 정부에 항의하는 것은 국제적 웃음거리에 불과”하다면서 “평소 박근혜 정권의 언론관이 얼마나 왜곡됐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힐난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도 트위터를 통해 기본 취지가 공직자의 공직수행에 관련된 내용인 만큼 명예훼손이 될 수 없다면서, 판례상으로도 무죄가 뻔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朴 사생활 루머 처음 다룬 곳은 ‘조선일보’
한편 지난달 18일 조선일보 최보식 선임기자는 '대통령을 둘러싼 풍문(風聞)' 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세월호 참사 당일인 ‘4월 16일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이 어디 있었는지 모른다’는 김기춘 비서실장의 국회 증언을 계기로 사생활 관련 루머를 다룬 바 있다.
최 선임기자는 "때마침 풍문속 인물인 정윤회 씨의 이혼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더욱 드라마틱해졌다"면서 정윤회씨 실명을 거론한 뒤 "그는 재산 분할 및 위자료 청구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부인에게 결혼 기간 중 일들에 대한 '비밀 유지'를 요구했다"고 밝혀 박 대통령과 70년대부터 베일관계에 있었던 고 최태민 목사의 딸 순실 씨와 정 씨의 이혼에 대해 의혹을 흘린 바 있다.
‘산케이 신문’은 지난 3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국회 운영위 답변 내용과 ‘조선일보’ 칼럼, 증권가 정보지 내용 등을 인용해 ‘세월호가 침몰한 날 박 대통령이 7시간에 걸쳐 소재 불명이 됐다’며 사생활 의혹 등을 제기하는 보도를 한 바 있고, 청와대가 문제를 제기하자 지난 9일 정윤회 씨 관련 의혹은 ‘조선일보’의 칼럼을 인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근행 전 뉴스타파 PD는 지난 8일 트위터를 통해 “산케이신문 이전에 조선일보 칼럼에서 다 한 얘기”라면서 “국가원수모독이니, 민형사 소송이니 하며 새삼스럽게 흥분할 일 아니다”라고 비난한 뒤 “이쯤 되면 청와대도 국민들의 의구심을 해소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네티즌은 트위터를 통해 “자유청년연합이 산케이신문을 고소하는 바람에 조선일보도 법정에 서게 될 수도” 있다면서 “산케이신문은 인용보도한 것이기 때문에 인용한 조선일보가 사실증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