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박근혜 대통령을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조종하는 ‘허수아비’로 묘사한 홍성담 작가의 작품 ‘세월 오월’이 광주비엔날레 출품작에서 제외되어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지난 6일 홍 작가의 그림 중 일부분이 광주비엔날레에서 제시한 사업계획의 목적 및 취지에 부적합하다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1980년대 대표적인 민중미술작가인 홍 작가의 작품 ‘세월오월’은 8일 광주시립미술관에서 개막하는 광주정신전에 전시될 가로 10.5m, 세로 2.5m의 대형 걸개그림으로서, 바다에서 세월호를 끌어 올리는 5·18 민중항쟁 시민군과 주먹밥 어머니를 그려 넣어 과거 군사독재 정권의 폭력과 세월호 참사가 결코 다르지 않으며 ‘광주 정신’이 세월호 희생자들을 치유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가만 있지 마라’는 팻말과 촛불을 든 시민들, 아궁이에 밥을 지어먹는 광주시민들을 묘사해 세월호 참사에 분노하는 시민들과 광주 민중항쟁에 참여한 시민들의 유사함을 강조했다.
더불어 작품에는 로봇물고기가 되어 강을 헤엄치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시민군에게 짓밟히는 전두환 씨를 비롯해 ‘성추행 논란’으로 사퇴한 팬티차림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친일 논란’으로 사퇴한 문창극 전 총리후보자를 비롯, 물고기를 한 손에 쥔 삼성 이건희 회장,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불사 지르는 군복입은 단체 등이 그러져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된 부분은 박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묘사하고, 군복을 입고 선글라스를 쓴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조종하는 작품 속의 '허수아비 박 대통령'은 세월호를 들어올리고 있는 시민군을 향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홍 씨는 광주비엔날레의 담당 큐레이터와 자신과 함께 작업을 한 작가들과 논의를 해 이러한 내용을 작품에 담았다고 밝혔다.
지난 6일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홍 작가는 기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광주광역시 고위 공무원들이 큐레이터를 통해 ‘김기춘 비서실장과 이건희 회장을 빼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소장) 계급장과 선글라스를 떼라’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요구를 했다면서, 작가에게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 공무원들의 행태를 묵과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예술가로서 가장 비참한 게 자기검열인데 그런 비참한 마음을 겪으면서 그렸다"며 "큐레이터와 작업을 상의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광주광역시에서 대책회의까지 열어 수정을 요구하는 것은 압력을 넘어 작가와의 관계를 갑을 관계로 보는 것"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광주시는 지난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시를 불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장현 광주광역시장도 “비엔날레 특별전에 정치적 성향의 그림이 걸리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나아가 오형근 광주시 행정부시장은 담당 큐레이터 해촉을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에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광주광역시가 홍 작가의 작품 전시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광주비엔날레, 광주시립미술관, 홍 작가 측이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통합진보당은 7일 이런 광주광역시의 태도에 대해 “군사독재시절에나 있었던 '대통령 모독죄'와 무엇이 다르냐”면서 사전검열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홍성규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박근혜 독재정권의 광기가 급기야 문화예술 분야로까지 미쳐 예술작품에 대한 사전검열까지 일어나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어 “더욱 참담한 것은 5.18 광주민중항쟁의 도시이자 인권도시를 표방하는 광주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이라면서 “온갖 논란 끝에 당선되어 ‘시민시장’을 표방했던 윤장현 시장의 첫 행보가 고작 ‘사전검열’에 불과하냐”고 비난했다.
이를 통해 “군부독재에 결연히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했던 광주에서, 거꾸로 대통령의 눈치만 살피면서 '창작의 자유'조차 핍박하고 있는 꼴”이라고 힐난했다.
홍 대변인은 “광주광역시는 '사전검열'이 광주민중항쟁의 정신을 스스로 무참하게 짓밟는 참담한 행태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면서 ‘광주비엔날레’가 민주정신을 계승하고 기리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과거 홍 화백의 풍자그림들은 과거 여러 차례에도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지난 2012년 11월, 대선 직전 공개된 <골든타임-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를 하다>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가 출산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여기서 갓 태어난 아니기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한다. 해당 그림은 당시 평화박물관과 아트 스페이스 풀이 유신 40년을 맞아 공동기획한 ‘유신의 초상’ 전시회에서 공개된 바 있다.
이 밖에도 홍 화백은 이 전시회를 통해 ‘바리깡Ⅰ-우리는 유신스타일!’ ‘바리깡Ⅱ-우리도 유신스타일!’ 두 편을 더 공개한 바 있다.
‘바리깡-우리는 유신스타일’은 박 후보가 교수형 밧줄이 매달린 작은 탁자 위에서 ‘싸이’의 말춤을 추고 있고, 그 뒤로는 바리캉으로 머리 가운데 고속도로 낸 청년들이 검은 선글라스를 쓴 채 역시 ‘싸이’의 말춤을 추고 있으며, 그들 맨 앞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바리캉을 들고서 역시 말춤을 추고 있다. 이는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장발단속을 희화한 것으로 묘사된다.
‘바리깡Ⅱ-우리도 유신스타일!’은 수십개의 무덤들을 묘사했는데, 이러한 무덤은 박정희 정권 시절 희생된 사람들의 무덤으로 짐작된다. 모든 무덤들은 전부 바리캉으로 민 듯한 청년들의 머리처럼 가운데가 파여있다. 또한 무덤 앞에는 마치 ‘T’자를 거꾸로 세워놓은 듯한 비석들이 서 있고 아무 내용도 적혀 있지 않아 무언가 무언의 항의를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홍 화백은 과거 2012년 `4대강 레퀴엠(진혼곡)-첼로 소나타‘라는 그림을 전시한 바 있으며,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삽을 악기 삼아 연주하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등이 허수아비 모습으로 뒤편에 서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지난 2010년에도 '칸코쿠 야스쿠니'라는 작품을 전시한 바 있으며, 그림 내용에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과 불안을 담았다. 이 작품에는 삽질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전두환 씨, 수구논객 조갑제 씨, 붉은 완장을 찬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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