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최근 제 28보병사단에서 윤 일병 구타살해 사건이 터진 이후로 MBC 주말 예능 프로그램인 ‘진짜 사나이’ 관련한 폐지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폐지를 주장하는 주 내용은 실제 군대는 맞아서 죽어나가고, 수많은 사고가 일어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방송에서는 군대를 미화시키는 것도 모자라 우습게끔 만든다면서, 군대 홍보 예능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가 인권위의 조사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구타 및 가혹행위로 수감된 병사만 무려 3만 명에 따르고, 지난 4월, 군 당국이 육군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가혹행위 가담자가 3천 9백 명이나 적발되기도 하는 등 군의 이러한 악습들은 계속 지적돼 왔다.
MBC ‘일밤’에서 방영하는 예능 ‘진짜사나이‘는 김수로·서경석·샘 해밍턴 등 8명의 남성연예인들이 육군 예하부대에서 5박 6일간 병영 생활하는 것을 편집해 방송하고 있다. 이 프로는 지난해 4월부터 방영을 시작해 지난해 여름에는 시청률 10% 후반 대를 기록할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현재도 시청률 10% 초반 대를 기록하고 있어 KBS '1박 2일’이나 SBS ‘런닝맨’과 시청률 경쟁을 하고 있다.
과거 병영관련 예능프로들이 신병대의 기초 군사훈련 과정을 다뤘던 것과는 달리 ‘리얼입대 프로젝트’를 내세우며 군부대에서 현역장병들과 병영생활을 함께 한 만큼 기존 예능들과 강한 차별성을 두었다. 더불어 출연 멤버들 각자의 개성을 살린 캐릭터는 시청자들에게 많은 웃음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높은 시청률과 관심에도 불구하고, 비판의 여론이 일고 있는 것은 이 프로그램이 군대의 어두운 면을 감추고 군대를 미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아무래도 방송인 만큼 실제 내무반에서 일어나는 갈굼·폭언·욕설 등은 없다고 쳐도 연출 티가 나는 감동적이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만 보여준다는 비판이 있다.
또한 출연 멤버들이 하는 행동들이 실제 군에서는 갈굼·폭언의 대상이 됨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은 이를 미화시켜 웃음소재로 묘사해 여성들이나 미필자들이 군에 대한 인식을 잘못 가지게 될 거라는 지적도 있다. 방송을 통해 좋은 모습들만 묘사하니 군은 ‘낭만과 전우애가 가득찬 곳’ 이라는 환상을 갖게 만든다는 것이다.
돌발행동으로 네티즌들의 '뜨거운 감자'에 오른 멤버 헨리
사실 군필자들이나 현역 군인들은 현실과 너무나도 동떨어진 ‘진짜 사나이’에 대해서 당연히 비판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군 생활에서 ‘우리의 주적은 간부와 선임병’이라는 인식을 가진 장병들이 상당히 많지만, 그런 불편한 진실을 전혀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멤버들과 함께 촬영하는 몇몇 인원들 외에는 다른 장병들은 촬영에 대비해 부대 환경을 필요이상으로 정비해야 하는 것은 물론, 방송에서 ‘보여주는’ 훈련 역시도 평소 이상으로 하게 되는 만큼 더욱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더불어 군의 열악한 시설에 대해서도 거의 보여주지 않고 최신 생활관 및 장비들만 방송에서 보여준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사실 지어진지 30~40년 이상 된 구형 막사를 비롯해, 심지어는 미군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쓰던 수통, 70~80년대 만들어진 모포, 군장 등이 여전히 장병들에게 되물림 되고 있을 정도로 여전히 군 내의 열악한 시설과 장비들은 꾸준히 지적되어온 문제다.
생산된지 4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장병들이 사용하고 있는 플라스틱, 알루미늄 수통(출처 : 오마이뉴스)
물론 '진짜 사나이'가 예능프로그램인 만큼 ‘예능은 예능일 뿐’ 이라며 어느 정도의 한계를 인정하고 시청하자는 의견이나, 이를 통해 ‘시민들의 국방 안보의식을 높일 수 있다’ 등의 여론도 있다.
하지만 군에서 터지는 각종 사고들을 통해 이 프로그램이 다루고 있지 않은 과거로부터 되물림된 군폭력·악습·병폐들이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는 만큼 비판은 물론, 폐지여론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오영경 새사회연대 사무처장은 지난 6월 27일 칼럼을 통해 ‘진짜 사나이’를 ‘전형적인 군대 미화 홍보방송’이라면서 비판한 바 있다.
오 사무처장은 “사용자 삽입 이미지방송은 깨끗한 시설 및 동료 간 우애를 보여주지만 군인들의 의식주와 휴식시간이 좀 달라진다고 군대의 본질이 바뀌지 않는다”면서 “군은 예능이나 재미를 찾을 곳이 아니다”라고 지적한 뒤 “무엇보다 (진짜 사나이처럼) 5박 6일이 아니라 20대 청춘의 2년여를 복무하는 사병이나 군필자들에겐 위화감을 주며 남성들의 병역의무이행을 희화화하고 여성들을 배제하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시 논란이 되었던 22사단 GOP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 “군은 사람을 관심병사로 등급지우고 낙인찍는 반인권적인 관리방식, 관심병사가 되는 순간 집단 전체의 감시와 배제의 대상이 되는 비인간적인 문화, 그리고 이런 잔인함을 당연시하고 인권침해에 동참하도록 방치한 책임이 있다”면서 “국방부와 군이 이번 사고를 진심으로 반성하고 국가개조의 계기로 삼으려면 당장 홍보방송부터 폐지하는 것이 순리”라고 꼬집었다.
나아가 “우리사회에서 ‘군대 가야 사람 된다‘ ’사회에서 배울 것은 군대에서 다 배웠다‘는 같은 신화들이 남자들을 괴롭혀왔다고 생각한다”면서 복학한 군필자가 “군대가 인권침해에 눈감고 침묵하고 묵인하는 것을 훈련시켜 사회로 내보내는 곳인 줄을 알게 되었다”고 비판한 내용을 소개했다.
사실 국군은 1948년 창설 당시 그 주역들이 일본군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장교와 부사관들 중심으로 구성되었고, 이들이 일본군의 악습인 병영문화를 국군에 그대로 도입했던 것과 더불어 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이 ‘전국민 병영국가’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행된 결과, 21세기에도 그 악습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비판은 끊임없이 지적돼 왔다.
이를 통해 국군은 미군의 몸통을 가지고 있지만, 패전 일본군의 병영문화 전통도 가진 기형적인 군대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진짜 사나이’와 관련해서 한 트위터리안은 “이런 예능 만들 정성 있으면 병사들 인권 처우개선이나 신경 쓰는 게 군 전투력 보존이나 홍보에도 효과적일 것” 이라고 지적한 뒤 “물론 군 고위간부들은 현재의 진짜 사나이에 매우 만족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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