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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칼럼] 군대 가느니 차라리 교도소에 가라
등록날짜 [ 2014년08월05일 12시15분 ]
팩트TV뉴스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54년 전 제대를 했다. 그 때를 오늘에 끌어다 놓고 제대복을 입고 집에 들어서면 어머님은 무슨 말씀을 하셨을까. ‘아이구 우리 새끼 맞아죽지 않고 살아 왔구나!’ 이러시지는 않으셨을까. 선임자들에게 맞아 죽은 윤 일병을 떠 올리면, 수십 만 명 어머니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전시도 아닌데 군대 갔다 살아 돌아오는 걸 천행으로 여기는 나라를 ‘이게 나라냐’고 한들 무슨 할 말이 있는가.

호강 하려고 군대 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맞아 죽으려고 군대 가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솔직히 병역의 의무라고 하니까 할 수없이 간다. 병역기피하면 교도소에 가고 전과자가 된다. 그래도 군대를 안 가겠다고 한다. 교도소에 가더라도 군대는 안 보내겠다는 어머니들이 많다. 이는 나라의 기틀이 무너지는 심각한 문제다.

34개월 20일 동안 군대생활을 한 우리 세대는 배고픈 생활은 했지만 부모님들이 맞아죽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은 하지 않았다. 군대 갔다와야 사람이 된다고 믿었다. 군대는 별의 별 젊은이들이 다 모여 있다. 때문에 갈등도 있고 폭행도 있다. 더구나 계급장이 모든 것을 우선하는 세상이기에 계급과 밥 숫가락이 최고의 가치다. 그러나 군대도 사람 사는 세상이다.

부모 슬하를 떠나 군에 입대하는 순간부터 국가는 부모와 같다. 병사는 나라를 지키는 국가의 자식이고 국가는 부모와 같이 자식을 보호해야 한다. 부모들은 나라를 믿고 군대를 보내지 않는가. 그 신뢰가 무너지면 군대는 깨진다. 윤일병 사건을 보고 어느 부모가 자식을 군대 보낼 생각이 나겠는가.

어느 여당의원이 윤일병 사건은 또 다른 세월호 참사라고 질타했다. 죽을 거 뻔히 알면서 세월호 침몰을 방관했듯이 맥박이 뛰는지를 살피면서 구타 한 것은 살인이 아니고 무엇인가. 온 몸에 피멍이 든 윤일병의 죽어가는 눈을 보면서도 계속해 때리는 선임병은 누구인가. 부모 때려죽인 원수도 아닌데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느냐고 기가 막히는 국민이 얼마나 많았을까. 여당 대표만 치를 떤 게 아니라 온 국민이 치를 떨었을 것이다. 대통령은 어땠을까.
 

□이러다가 나라가 망한다
 

세월호 참사를 덮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듯이 윤일병 사건도 은폐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군인권센터가 아니었으면 이 사건은 단순한 상해치사로 영원히 묻혔을 것이다. 걷지 못할 정도로 때리고 절뚝거리면 전다고 때리고 떨어진 음식을 먹게 하고 심지어 바닥에 뱉은 가래침까지 핥아먹게 했다는 사실이 묻혀 버린다면 이건 인간사회가 아니다.

죄 진 것도 없이 두 눈 멀쩡하게 뜨고 맞아죽은 윤일병을 생각해 보라. 내 새끼가 그 꼴을 당하고 죽었다면...그 다음은 말하기도 싫다. 극작가 한운사 씨가 쓴 연속극 ‘현해탄은 알고 있다’는 자신의 일본학병 시절의 체험을 담고 있다. 일본군대에서 겪은 짐승같은 학대가 온 국민의 분노를 산 적이 있었다. 일본군이기에 한국인을 학대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군화바닥을 핥게는 했어도 가레침은 아니었다. 때려죽이지는 않았다. 윤일병은 어느나라 사람인가.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식민지근대화를 외치더니 이것도 배운 것인가. 친일파들이 박수치게 됐다.
 
일제 때부터 내려오던 잔재다. 한국군을 창설한 사람들이 바로 일본군을 따라 배웠다. 군대갔다 와야 사람이 된다느니, 빳따 100대를 맞지 않고는 잠이 오지 않았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는 인간들에게 구타는 일상이었다. 구타당하고 항의하는 자들은 군대정신이 들지 않은 인간이고 그래서 구타는 당연한 군사문화였다.
 
시집살이 심하게 한 며느리가 못된 시어미 된다는 말이 있다. 똑 같다. 얻어터진 경험의 선임자는 후임자를 가만 놔두면 괜히 억울한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바로 구타의 세습이다. 윤일병 사건 말고도 얼마나 많은 윤일병이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알면 병이고 모르면 약이라고 한다. 윤일병 사건이 알아서 병인가. 천금같이 귀한 우리의 자식이고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다. 적과 싸우다 죽어도 분한데 내 나라 국인한테 그것도 사랑을 받아야 할 선임병한테 맞아 죽었다니 누굴 붙들고 통곡을 한단 말인가.
 
일벌백계가 아니라 일벌천계라도 해야 한다. 물은 위에서 흐른다. 윤일병 사건의 책임을 물어 지휘선상에 있는 모두를 처벌해야 한다. 사건의 주범은 말 할 것도 없고 국방장관까지 책임을 저야 한다. 왜 나라가 이 지경이 되어 가는지 기가 막히다. 우리가 죽어도 우리의 후손들이 영원히 살아가야 할 조국이다. ‘이게 나라냐’가 ‘이게 나라다’가 되는 거 같다.
 
이 땅에 어머니들이 모두들 들고 일어나 ‘내 새끼 감옥에 보내더라도 절대로 군대는 안 보낸다’고 하면 어쩔 것인가. 그 땐 대한민국이 사라진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이기명 칼럼’은 네이버, 다음, 네이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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