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 박근혜 정권의 ‘밤의 비서실장’ ‘숨은 실세’로 지목되고 있는 정윤회 씨가 ‘박지만 미행설’을 포함해 자신 관련 의혹을 집중보도한 시사저널 기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사실이 밝혀져, 막후에서 벌어지는 권력암투 등에 대한 진실이 밝혀질지 주목된다.
25일 한국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정씨는 최근 ‘박지만 EG 회장이 지난해 말 정체불명의 사내로부터 한 달 이상 미행을 당했으며, 미행을 지시한 이는 바로 정윤회‘ 라는 시사저널의 허위보도로 인해 자신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면서,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에 대해 고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한편 시사저널은 지난 3월 25일 박지만 회장 측 주장을 근거로 이같은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정씨는 또 고소장에서 시사저널이 후속 보도한 ‘정윤회가 승마협회 좌지우지’(4월 9일), ‘정윤회 딸,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 특혜 논란’(6월 20일) 등도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시사저널은 정 씨의 고소에 대해 문제될 것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윤길주 시사저널 편집국장은 지난 23일 ‘문고리 권력’이라는 칼럼을 통해 “막후 권력의 움직임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것은 언론으로서 당연한 일”이라며 "문고리 권력, 그림자 권력이 설치면 나라에 망조가 든다“ ”공조직은 무력화되고, 힘 좀 쓴다는 의혹의 인물이 국정을 농단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약삭빠른 관료들은 고급 술집 같은 데서 베일 속 실력자에게 아부하기 바쁠 것”이라면서 “일국의 정보기관 책임자와 장관들이 이들에게 굽실거리고, 이들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은 코미디”라고 주장했다.
윤 국장은 “박근혜 정부가 겨우 1년 5개월 돼서 갈 길이 멀다”면서 “벌써부터 문고리 권력 얘기가 나오는 것은 조짐이 심상찮다”고 지적한 뒤 “연이은 인사참사 배후로 이들이 자꾸 거론되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이들이 막후에서 권력놀음을 하면 나라 시스템이 무너진다”고 강조했다.
사실 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은 ‘하나회’라는 육사 출신으로 구성된 사조직을 운영했고, 김영삼 정권은 ‘소통령’으로 불렸던 차남 김현철 씨를 중심으로 한 사조직을, 이명박 정권은 자신의 둘째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을 비롯해 ‘영포회’라는 사조직을 운영해왔고, 김대중·노무현 정권도 이런 의혹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문고리 권력의 폐단은 수없이 지적되어 온 바 있다.
한편 지난 6월 박근혜 정부의 총리후보로 지명됐던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이 '일본 식민 지배와 남북분단은 하나님의 뜻‘이라는 과거 발언논란으로 자진사퇴하는 등 인사참극이 이어지자, 그 배후에 ’만만회‘라는 흑막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만만회’란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회장, 故 최태민 목사의 사위인 정윤회 씨를 뜻하는 것으로, 이들이 인사에 개입해 ‘문창극 참극’등의 인사 참사를 불러일으켰다는 논란이 일었다.
정 씨는 70년대부터 박 대통령과 ‘베일의 관계’에 있었던 故 최태민 목사의 사위로, 최 목사의 다섯째 부인의 딸인 최순실 씨의 남편이었으나 최근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는 최 목사 사위라는 인연으로 지난 1997년부터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맡아오다가 2007년 대선을 전후해 종적을 감췄다.
한편 미주 언론사인 ‘선데이저널’은 지난해 11월 ‘박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순방 당시 정윤회도 함께 있었다’라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선데이저널’은 국내 유력 정치인을 말을 인용해 “정 씨가 지난해 10월 박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순방 기간 중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청와대 내 몇몇 인사들을 접촉했다”고 보도해, 정 씨가 청와대 보좌진들을 만난 뒤 감사원장 후보가 교체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만약 정 씨가 청와대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친박 자문그룹으로 잘 알려진 ‘7인회’와는 갈등관계에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7인회’란 현 '권력의 핵심'이라 불리는 김기춘 청와대 현 비서실장을 비롯해, 최병렬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김용환 전 의원, 김용갑 새누리당 상임고문, 현경대 전 의원, 강창희 새누리당 의원(전 국회의장), 안병훈 도서출판 기파랑 대표다. 이들은 박정희 유신정권과 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 시절부터 국회의원·장관 등 주요요직을 지냈던 인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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