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여야 원내지도부와 회동에서 “(경제가)회복기미를 보이다 세월호 사고 후에 주춤주춤 하고 있다”는 발언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았던 MB정부 이후 정부조직을 개편하거나 재벌특혜, 부동산규제 완화를 추진할 때마다 경기침체와 경제위기라는 단어가 빠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세월호참사가 소비심리 위축에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나 박 대통령 말하는 것처럼 하루아침에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주호영 정책위의장,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와 우윤근 정책위의장 등 여야 원내지도부 4명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가 항상 머릿속에 어떻게 하면 경제를 살릴까(하는 생각이)떠나지 않는다”면서 “회복기미를 보이다 세월호 사고 후 많이 주춤주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가 어려워지면 가장 어려운 게 서민층“이며 ”장사가 안되고 다닐 때마다 힘들어 하시고, 너무 동력을 잃어버리면…"이라고 경기침체와 내수부진에 따른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2월 25일 취임사에서부터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극복해 온 우리 앞에 지금 글로벌 경제 위기와 북한의 핵무장 위협과 같은 안보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경제부흥을 위해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추진해 나가겠다면서 한국이 세계적인 경제위기 앞에 처해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어 3월 초 발표한 대국민담화에서는 국회의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가 계속 지연되면서 우리 경제를 새롭게 일으킬 성장엔진의 가동이 늦어지고 있으며, 좋은 일자리가 점점 사라져가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국회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또 기초노령연금, 고교무상교육, 대학생 반값 등록금, 4대 중증질환 진료비 국가부담 등 복지공약 축소·파기가 쟁점으로 떠올랐던 지난해 11월에는 2014년도 예산안 정부 시정연설에서 “돌이켜보면, 새정부 출범 당시 우리 경제는 세계 경제위기의 여파로 7분기 연속 0%대 저상장이 지속되고 있다”며 어쩔 수 없는 조치였음을 강변했다.
올 2월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계획 담화문에서는 우리 경제를 세계 10위권으로 이끌었던 기존의 추격형 전략이 한계에 직면했고, 비정상적인 관행들이 경제의 효율성과 역동성을 저하시키고 있다며 공공기관 정상화 추진을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해경 해체 등 국가안전처 신설과 공직사회 부조리 해소 등 이른바 국가 대개조의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처리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또 경제침체라는 만능 카드를 또 꺼내들었다. 대신 단어만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세월호참사 이후 내수 침제’로 변경됐을 뿐이다.
정말 세월호의 여파를 무시할 수 없지만 내수침체가 세월호 참사 이후 발생한 일일까? 세월호 침몰 한달 전인 3월 16일 국민일보 ‘빚에 의존했던 한국 경제… 난관에 봉착’이라는 기사에 따르면 가계가 빌린 돈으로 소비를 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제로 성장에 그쳤을 것이며, 특히 자영업자의 부채 상환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소비가 줄고, 이를 방치할 경우 장기 침체가 불가피 하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또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임일섭 실장이 “가계부채로 인한 수요 증가를 제외하면 사실상 제로 성장에 불과한데 이는 한국경제의 수요부진이 심각한 구조적 문제임을 나타낸다”고 밝혔으며, 금융연구원 최공필 상임자문위원도 ‘대차대조표 경기후퇴의 뇌관 제거전략’이라는 보고서에서 자영업자 등 취약층의 부채 상환 능력 저하가 한국경제 장기침체에 빠지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세월호 침몰 이틀 전인 4월 14일, 헤럴드경제는 ‘자영업 대란 시작됐다…자영업자수 사실상 15개월째 감소’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본격 시작된 자영업자 수 감소 흐름이 올해 1월 반짝 증가한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1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며, 내수 회복의 바로미터인 자영업 시장이 회복 불능 상태에 빠져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네티즌들은 박 대통령의 발언을 정부가 이날 발표한 공무원 해외여행 금지조치를 빗대 “내수가 안살면 인천공항을 해체할 것인가?”라고 꼬집는가 하면, “경제가 죽었다고 연극에서 대통령을 비웃었던 때가 가장 호황기 였던게 아이러니”라고 조소를 보내고 있다.
평상시에는 야당에 하염없이 뻣뻣한 자세를 보이다가, 정부 조직법 개편안 등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면 미리 결론을 정해놓고 내수침제, 경제위기, 일자리 창출의 이유를 대며 압박을 할 것이 아니라, 야당과 대화라는 이제까지 시도해보지 않았던 방법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타협을 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오히려 명분도 실리도 챙기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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