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제 식구 감싸기’란 편파적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인간적으로 당연한 측면이 있다. 내 식구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 내 식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목숨도 아낌없이 던지는 것이 인간의 감정이다. 아니 짐승들도 다를 것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문창극 총리후보가 청문회도 못 가고 낙마를 함으로서 중앙일보가 받은 충격과 자존심의 손상도 이해 못할 것이 없다. 온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니까 새삼 숨길 필요도 없다. 세상이 끝나는 것처럼 시끄러웠다. 중앙일보 주필 출신 문창극을 감싸고 지키려는 용기는 가상하다고 할지 모르나 얻은 건 뭔가. 국민을 ‘집단적 반 지성’이라고까지 매도했다. 정몽준의 아들의 ‘미개인’과 사촌인가.
□문창극의 고난
누가 추천을 했는지도 몰라도 문창극이 총리후보로 지명된 다음 날인 6월15일, KBS 9시 뉴스는 문창극 머리위에 핵폭탄을 투하했다. 문창극이 어느 교회에서 설교한 동영상이 방영된 것이다. 내용인즉 이렇다. ‘우리 민족은 더럽고 게으르다’ ‘일제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다’ ‘6·25 전쟁은 미국을 붙잡기 위한 것이었다’ 등 등, 다시 말하면 ‘친일적 발언’과 역사관과 종교관, 한국인에 대한 비하 등 도저히 한국인이라면 그냥 넘어 갈 수 없는 내용의 동영상을 시청한 국민여론은 발칵 뒤집혔다. 더구나 길환영이 쫓겨난 뒤 KBS가 회복한 신뢰는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렇게 국민의 신뢰는 중요한 것이다. 과거의 KBS라면 별것도 아닌 동영상이었을지 모른다. 문창극은 물론이고 청와대도 도리가 없었다. ‘청문회’까지 만이라도 가 보려고 애걸도 하고 버티고 또 버텼지만 결국 사퇴를 했다. 헌정사상 유래가 없는 총리후보의 두 번 째 낙마였다. 그 동안 자기회사 주필출신인 문창극을 옹호하며 감싸던 중앙일보는 완전히 ‘반 지성’ 상태였다. 물 불 가리지 않고 결사적으로 뛰었다. ‘중앙일보’는 온 몸으로 문창극 낙마 사태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중앙일보는 문창극 낙마를 보도하기 위한 신문이 됐다. 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 KBS, 언론, 국민여론 등에 대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1면 톱 ‘문창극 사퇴...민주주의 숙제 던지다’, 2면 톱 ‘국민 눈과 귀 속인 중대 범죄. KBS는 개조대상’, 3면 ‘보수 후보 못 지킨 보수 정권...국정운영 부담’, 박 대통령에게도 포화를 퍼부었다. 주요지면을 다 털어 문창극을 낙마시킨 모든 세력과 여론에 대해 전방위 공격을 퍼부은 중앙은 ‘원칙을 지켜내지 못한 한국 사회’란 사설을 통해 다시 한 번 각 세력에 대해 조목조목 비난을 퍼부었다. 문창극 사퇴에 찬성한 70%의 국민을 '집단적 반지성'으로 매도했다. 박 대통령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그동안 자신이 주장한 ‘원칙과 신뢰’에 어긋난다. 원칙의 동력을 잃고서 앞으로 국정을 어떻게 주도할 것인가" 박 대통령에게 이례적으로 '그'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맹비난했다. 언론이 일반적으로 현직대통령에게 붙이는 '대통령'이란 호칭도 빼 버렸다. 중앙일보의 분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사설은 다시 박 대통령을 정조준, "박근혜 대통령은 시간을 끌면서 공을 다른 이에게 넘겼다. 이는 ‘논란의 공세’ 앞에 지도자의 용기를 헌납한 것"이라면서 그는 원칙보다는 현실적인 부담을 중시했다고 했다. 상식적인 이성을 상실한 것일까. 그 만큼 분노가 극에 달했다고 할 것인가.
□돌아 온 싸늘한 냉소
손익개산을 해 보자. 중앙일보는 얼마나 이득을 보았는가. 끝났다. 거의 대부분의 언론은 중앙일보를 무시했다. 400여명의 보수 인사들이 문창극을 지지했다던가. 중앙일보는 이들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조갑제, 지만원이 뭐라고 했다더라. 소개하기도 두렵다. 진중권 교수가 트윗을 날렸다. 그는 "기자들이 저렇게 정권에 개처럼 충성하고, 그 대가로 청와대나 들어가는 언피아 현상도 반드시 척결해야 합니다"라고 비판했다. "아무리 해석은 자유라 해도, 자기들이 비호하는 후보가 여론조사 적합도 9%에 불과했다면, 누구 눈이 삐뚤어진 건지 분명한 거죠" "근데도 반성은커녕 외려 소리를 높여요. 뭘 잘 했다고. 창피한 줄 알아야지“
‘창피한 줄 알아야지’는 옛날 노무현 대통령이 똥별들 한테 한 소리다. 완전한 블랙코미디인 이번 문창극 총리후보 낙마 사태에서 국민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한다. JTBC와 중앙일보의 관계다. 소 닭 보듯 했다. JTBC는 중앙일보의 종편매체다. 'TV조선'을 조선일보의 종편이라고 하고 '채널A'를 동아일보의 종편이라고 한다. 'TV조선‘이나’ ‘채널A’를 보면 가관이다. 누가 아무개 종편 아니랄까봐 요란 떨며 극성이다. 헌데 중앙의 종편인 JTBC는 다르다. 모르는 사람들에게 누가 중앙일보의 종편이라고 한다면 ‘에이’ 그럴 것이다. 특히 뉴스를 보면 더욱 그렇다. JTBC의 보도는 야당신문 같다. 정권의 마음에도 안 들고 때문에 툭하면 방통위에서 시비를 걸고 손석희 사장을 징계한다고 야단이다. 징계도 했다. 국민들은 공갈친다고 생각한다. 손석희는 끄떡없다. 이번 문창극 보도에도 그렇다. 재벌과 종편이라는 한국적 현실에서 불가사의라고 한다. 70일이 넘게 팽목항에서 똑같은 표정으로 생방송을 하는 서복현 기자. 가엾다는 생각까지 든다. 옷이나 제대로 갈아입는지. 손석희가 JTBC로 갈 때 말도 많았다. 손석희도 별 수 없구나. 그러나 겪어 본 사람들은 믿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믿음이 옳다는데 기분이 좋다. 이제 손석희 건드리면 국민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별의 별 말들이 다 돈다. 그야말로 웃기는 말들인데 앞일이야 누가 알 수 있는가. 웃는 얘기 한 번 들어보겠는가. ‘손석희가 앵커사장을 하면서 조건이 있었다는 것이다. 절대로 보도에 간섭 안 한다. 간섭을 하는 순간 JTBC와 하직이며 어마어마한 손해배상을 한다’ ‘뉴스는 손석희가 구어 먹든 삶아 먹든 일체의 참견을 안 한다. 참견을 하는 순간에 JTBC의 소유권은 손석희에게 넘어 간다‘
귀신이 씨나락 까먹는가. 불가사의한 JTBC의 뉴스를 보면서 오죽이나 요상하면 이런 소리가 돌아다닐까. 삼성관련 보도를 보면서 국민들은 깜짝 놀랐다. 괜찮을까. 괜찮았다. 그렇다면 진짜는 뭔가. 이런 얘기가 있다. 홍석현은 머리가 좋다. 중앙일보는 보수꼴통을 장악하고 JTBC는 진보를 장악한다. 양손으로 한국의 언론을 쥔다. 홍석현의 원대한 계획이란다. 원대한 계획은 또 뭔가. 왜 원대한 계획이 필요한가. 홍석현에게 물어봐야 한다. 하기야 참새들이 무슨 소리는 지껄이지 못하겠는가.
□땀 흘린 중앙
길고 짧은 것은 대 봐야 안다. 그러나 아닐 수도 있다. 대 보기 전에 부러질 수도 있다. 인생사 미리 아는 놈이 어디 있다더냐. 인생은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평가를 받는다. 문창극이 속으로 땅을 칠지 모른다. 괜히 총리 넘보다가 잘 나간 인생에 금 갔다고 말이다. 중앙일보는 뭐라고 그럴까. 왜 나섰다가 땀만 빼고 망신만 당했는가. 망신이라고 생각할지 훈장이라고 생각할지는 자기 나름이다. 제 멋으로 사는 세상이니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 문창극의 설교영상을 내 보낸 KBS 직원들이 밖에서 대접을 받는다. 길환영이 사장으로 있었을 때 따귀를 맞고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한 채 ‘기레기’소리를 듣던 KBS기자들이 정연주 시대의 당당한 모습을 보인다. JTBC 기자들도 당당하다. 쬔 병아리가 된 조·중·동 기레기들. 하기야 그들이 무슨 죄가 있는가. 그걸 다들 안다. 조·중·동이 유죄다. 문창극이 기자 출신인 게 창피하다는 기자들이 늘어간다고 한다. JTBC기자임이 자랑스럽다는 기자가 늘어난다. 만나보면 안다. JTBC는 중앙일보와 상관이 없다고 한다. 이러다가 혹시 JTBC소속 중앙일보라고 하는 시대가 오는 것은 아닐까. 문창극이 총리후보에서 낙마한 후 궁여지책으로 다시 주저앉힌 인물이 정홍원‘이다. 세월호 책임은 사라졌다. 누가 또 책임을 지지? 사람 많으니까 누군가는 또 지겠지. 책임지다가 세월 다 가겠다. 문창극 낙마와 관련해 신뢰추락이라는 유탄을 맞은 자들은 누구인가. 일일이 꼽을 수도 없지만 당사자들은 알 것이다. 상처는 고통스러우니까. 중앙, 애 썼다. 욕 봤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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