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제법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가운데에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800여개 시민단체 연대기구인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는 21일 오후 6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한장의 힘! 시민대회’를 개최하고 조속한 실종자 수색과 성역 없는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500여명의 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이날 집회에서 대책회의는 시민행동 선언문을 발표하고, 박근혜정권이 정부가 져야 할 세월호참사의 책임까지 청해진해운과 유병언 일가에 돌린 뒤 해경, 해양수산부, 안전행정부, 국정원, 청와대 등은 슬그머니 빠져나가려 하고 있으며, 더욱이 그 동안 민간잠수사에게 수고의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있다는 소식은 가히 충격적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국회는 국정조사 계획 논의부터 기싸움만 벌일 뿐 철저한 진상규명 의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검찰과 국회의 철저한 진상규명 촉구를 위해 거리와 학교, 시장, 인터넷 등 우리가 활동하는 모든 곳에서 범국민서명운동이 확산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날 행사에서는 지난달 18일 미국 로스엔젤레스 총영사관 등 50개주 전역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추모와 박근혜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는 촛불집회 영상이 공개됐다.
어머니를 따라 세월호 추모 집회에 참가했다가 서명운동에 동참하게 됐다고 밝힌 여고생은 주변의 아이들이 선장의 잘못 외에는 어떠한 사실도 모른다는 것에 충격을 받고 처음에는 화가 났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제대로 사실을 보도하지 않는 언론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수진 학생은 시청분향소에 시민들의 발걸음이 줄어들고, 주말에 열리는 추모집회에도 참가자가 줄어드는 등 예전에 비해 세월호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서운함을 나타냈다.
이어 지난 3주간 신촌과 홍대, 종로, 시청 등지에서 유가족들과 함께 서명운동을 진행하면서 많이 힘들었지만 자신보다 어린 학생들이 함께 하겠다며 서명을 하는 것을 보고 힘을 얻게 됐다고 밝혔다.
1주일에 한번씩 서울과 진도 팽목항을 무박2일로 왕복하는 ‘기다림의 버스’ 관계자인 이원호씨는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과 촛불을 들고 자정이 되면 영혼이 되서라도 돌아올 아이들의 이름을 외치고 있다면서, 시민들도 지금까지 애태우고 있는 가족들과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대책회의를 대표해 무대에 오른 참여연대 이태호 사무처장은 정부가 유병언을 마치 홍길동이나 간첩이 되는 것마냥 5억원의 현상금을 걸고 삐라를 만들어 온 나라에 뿌리고 있다면서, 그러나 군부대까지 동원하고도 안 잡는 것인지 못 잡는 것인지 모르는 사이 진상규명을 위한 절실한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박근혜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유가족들이 원한다면 특별법을 만들 수 도 있다고 이야기 했지만, 정작 국회에서는 여야유가족 3자 협의가 사라지고, 여야는 유가족이 예비조사 위원 추천도 전에 예비조사 위원을 선정해 발표하는가 하면 기관보고와 현지조사 일정을 잡는 등 요식적으로 마치려는 의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이날까지 130만명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촉구 서명운동에 참여한 가운데, 대책회의는 이날 서울 10곳에서 모은 6만장의 서명용지를 유가족에게 전달했다.
서명지를 받아든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이 “그곳에서 친구들과 선생님들과 잘 지내렴. 편히 쉬거라 나중에 다시 만나자. 영원히 사랑한다”고 말하며 울먹이자, 잠시 잦아들었던 빗방울이 이내 거세졌다.
대책회의는 당초 집회를 마친 뒤 청계광장을 떠나 종각, 명동성당으로 이어지는 약 2km 구간의 거리행진을 예고했으나, 빗줄기가 굵어지자 취소하고 7시 30분경 집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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