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임명된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이 “한 겨울에 여름옷을 계속 입고 있어서야 되겠느냐”며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시사한 데 이어,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건설의 날 기념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LTV·DTI 완화 관련 재검토 의사를 밝혀,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낮추겠다던 정책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경환 후보자는 청와대 장관 인선 발표가 있던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은 부동산이 불티나게 팔리고 프리미엄이 붙던 한여름이 아니고 한겨울”이라며 LTV·DTI 개선이 필요성을 제기했다.
최 후보자는 지난 4월 1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연설에서도 정부가 설익은 전월세 소득 과세방침 발표로 살아나던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면서, 주택 실수요자들의 부담 완화를 위해 LTV·DTI와 같은 자금차입 규제를 완화하고 지역·연령에 따라 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19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지금 시점에 LTV·DTI 완화가 부동산시장 활성화와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되느냐는 박수현 새정치연합 의원의 질의에 “현재와 같이 주택시장 침체가 회복하려고 하는 초기 단계에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다만 “영향이 주택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미치는 만큼 종합적으로 들여다 보겠다”고 조심스럽게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장관에 유임된 서 장관은 그동안 LTV·DTI가 주택이 아닌 금융정책이라며 손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왔으며 특히 이를 완화한다고 해서 부동산경기가 살아날지는 개인적으로 회의적이라고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었다.
LTV·DTI 완화 권한을 가진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최 후보자의 발언이 신 위원장의 입장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나온 것 아니냐는 박수현 새정치연합 의원의 질문에 “외부적 요인에 좌우되지 않는다”면서도 “2기 경제팀이 들어오면 여러가지 종합적인 여건을 고려해서 검토해 나가겠다”고 어정쩡한 자세를 취했다.
경실련은 17일 성명에서 LTV와 DTI의 규제완화로 부동산 가격을 떠받치는 것은 시장을 왜곡시켜 또 다른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며, 가계부채 1천조 시대에 맞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도 19일 성명을 발표하고 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서 국토교통부 장관의 LTV, DTI 완화 발언은 국가경제에 위기가 오든 말든 일단 가계부채를 더 늘려 부동산 거품을 키워서라도 무조건 경기만 띄우고 보자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어 전체 대출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주택담보 대출은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경우 대출금 회수가 불가능해져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를 우리나라에서 그대로 재현시킬 있는 부동산 거품의 뇌관과 같다면서, 결국 불을 끄겠다고 기름을 들이 부어 불을 키우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박근혜정부가 공약으로 ‘주거복지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내세웠지만 정작 지난해 4월과 올 2월 발표한 부동산 정책에는 다주택자를 위한 양도세 중과 폐지와 취득세 감면 등 부동산 및 건설재벌의 입맛에 맞춰 서민들에게 빚 내서 집사라는 정책만 쏟아내고 있다며, 각종 완화정책이 거품만 키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비판을 새겨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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