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88) 할머니가 17일 청와대 앞에서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사퇴와 청와대의 지명철회를 촉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팩트TV】‘식민지배와 남북분단이 하나님의 뜻’ 발언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논란을 정면 돌파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여당 내부에서 조차 자진사퇴 주장이 나오고 있어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마친다 해도 국회 본회의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무총리실은 13일 문제가 된 문 후보자의 온누리교회 양재 수요여성예배와 마리아행전 특강, 크리스천 리더십 스쿨 강연의 영상과 발언 전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허위 사실을 보도한 언론사의 보도책임자를 상대로 명예훼손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반면 한국노총과 민주노층 등 노동계의 반대성명에 이어 조계종 실천승가회와 중앙신도회의 자진사퇴 촉구 기자회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88) 할머니의 청와대 앞 1인시위까지 이어지면서, 문 후보자의 입지를 점점 좁아지고 있는 상태다.
현재 149석을 보유하고 앴는 새누리당은 6명의 이탈자가 발생할 경우 국회 과반(143석)을 넘기지 못해 인준동의안이 부결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문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새누리당 초선의원 6명 중 5명이 아직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박근혜키즈’로 불리는 김상민 의원은 문 후보자가 학자나 언론인으로서 비판적인 관점을 가질 수 있지만 총리는 다른 문제라며, 국민도 이미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고 말해 인사청문회 강행 보다는 지명철회나 자진사퇴에 무게를 실었다.
더불어 김기춘 비서실장을 겨냥해 지금 민심이 들끓고 있는 것의 본질은 문 후보자의 발언이 아니라 잘못된 인사를 주도한 사람들이 계속 인사시스템에 역할을 계속 하려는 것이라며, 민심의 나침반이 고장나 이대로 가도 괜찮다는 생각에 안주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당권 도전을 선언하고 나선 서청원 의원은 “청문회법이 엄연히 있기 때문에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거친 다음 국민과 의회에서 판단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문 후보자가)국민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고 사실상 자진사퇴를 주장했다.
역시 당권 도전에 나선 비박계 이인제 의원도 언론과 인터뷰에서 일본 극우정권이 식민지배를 정당화 하는 등 도발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국익을 지키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역사의식을 가진 분이 총리가 되어야하지 않겠느냐“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무 후보자의 총리인준 강행이) “고집부릴 일이 아니다”라며 “나라를 더 이상 어지럽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차피 안될 일을 가지고, 시간을 끌수록 청와대에 대한 불신만 가중될 것”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한국노총은 지난 10일 성명을 내고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적폐해소를 말하고, 지방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했으나 극우보수논객 문창극 중앙일보 전 주필의 총리 지명은 소통의 부재를 여실히 드러내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이틀 뒤인 12일, 박근혜정부가 윤창중부터 이어지고 있는 수많은 인사참사에도 반성과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인사청문회까지 갈 것도 없이 당장 임명철회와 더불어 사죄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88)할머니도 17일 오전 9시부터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큰 상처를 줬다’ ‘문창극 후보자는 후보직 자진 사퇴하라’ 피켓을 들고 문창극 지명철회 촉구 1인시위에 나섰다. 김 할머니는 문 후보자가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한데 대해 “자기 딸이 잡혀갔더라도 그런 망언을 하겠느냐”며 “입에 발린 그런 사과는 받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조계종 실천불교전국승가회는 13일 서울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릇된 역사관과 사회인식, 그리고 편향된 종교관에 자질과 인품까지 갖추지 못한 문창극 총리지명자를 비롯한 부적절한 공직자의 임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조계종 중앙신도회 등 신도단체들은 17일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문 후보자가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즉각 사퇴하지 않을 경우 이천만 불자 서명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혀 새누리당이 국회 본회의 표결을 강행할 경우 강도 높은 반대운동에 돌입할 것임을 경고했다.
새누리당은 일단 문후보를 인사청문회 자리에 앉히겠다며 13일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1시간 5분 가량의 강연동영상을 시청한 뒤 전체 발언을 들어보면 역사관에 전혀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애국심이 넘치는 분이라고 방어막을 치고 나섰다.
김진태 의원은 언론이 악마의 편집으로 고양이를 호랑이로 만들었다면서 민족비하나 식민지배 정당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우리 조선 민족이 게으르다, 그런 DNA를 갖고 있다’는 발언도 윤치호 선생의 발언을 인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강변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 대표는 “개인적 종교 표현을 본인의 역사인식이나 공인으로서 현실인식으로 투영해 한 개인의 자질문제 또는 인간 됨됨이 문제를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인사청문회에 나와 충분히 해명하고 국민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대출 대변인도 “충분히 이해할 측면이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다만 신앙적 차원의 발언 내용과 공직자적 차원의 발언 내용은 국민들의 평가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총리후보자가 나서 이해와 납득을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문 후보자는 1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하면서 취재진들에게 “그동안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하고 있다”며 인사청문회의 검증을 대비한 작업에 착수했음을 시사했다.
정부는 18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자결재 방식으로 임명동의안의 재가를 받은 뒤, 오후 5시경 인사청문회 요청서와 함께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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