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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통령에게 편지 쓰는 기자
등록날짜 [ 2013년05월13일 09시21분 ]
이기명 팩트TV 논설고문위원
 
대통령에게 편지 쓰는 기자
넘기 힘든 가시철조망, 자기검열

이기명 팩트TV 논설고문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가 한겨레신문에 처음 실렸을 때 느낌은 놀라움과 걱정이었다. 놀라움이란 이 편지에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것이었고 걱정이란 아직도 존재하는 자기검열이란 마음속 철조망을 어떻게 벗어났을까 하는 것이었다.

자기검열이 무엇이냐고 묻는 기자가 있다면 대답할 필요가 없다. 자신이 쓴 기사를 한 번 읽어보면 곳곳에 자기검열이란 철조망에 걸려 생긴 상처를 발견할 것이다.

기자에게 있어서 자기검열이란 치사하고 더럽고 남부끄러운 자기모멸이다. 그런 것 없이 기자생활을 한다면 참으로 행복할 것이다.

이승만의 자유당 독재시절과 박정희 독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모멸의 시대에 자기검열 없이 기사를 쓸 수 있는 기자는 얼마나 되었을까. 리영희 선생이나 송건호 선생 역시도 말할 수 없는 자기검열의 갈등 속에서 글을 썼고 후배들에게 존경은 받았어도 자신은 말 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해야 했다.

언론의 현주소를 말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다들 아는 사실을 중언부언 늘어놓는 것이 얼마나 유치한 짓이며 이 또한 상처 난 자리에 소금을 뿌리는 일인가. 그러나 때때로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할 말을 하는 기자들을 보면 절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로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고금을 통해 바른 말 하는 사람들의 팔자는 드샜다. 입으로 화를 부른다고 해서 벙어리로 사는 것이 몸을 보신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도 했다. 더구나 폭군이나 독재정권 아래서야 더 말해 무엇하랴.

박정희 정권이나 전두환 정권에서 바른 말 하고 산다는 것은 외나무다리에서 뜀박질 하는 것만큼이나 위태로웠다. 바른 말 하다가 구속되고 해직되고 실직으로 고생하다가 세상을 떠난 기자들은 거명하기초차 가슴이 아프다.

독재자들에게 있어서 바른 말이란 대못이 명치에 박히는 것만큼이나 고통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 고통을 감당해 낼 독재자는 없다. 가지고 있는 권력을 맘대로 사용해 억압했다. 기자들은 살아남자면 자기검열부터 해야만 했다.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한 모습이다.

그런가 하면 권력자의 수족이 되어 용비어천가를 부르고 대가를 톡톡히 받았다. 벼슬을 얻어 호의호식을 했으나 국민들에게 남은 기억은 무엇일까. 설명할 필요도 없이 다들 잘 안다. 충견이라고 불렀다.

### 하고 싶은 말 하고 사는 세상.

한겨레 곽병찬 기자가 쓰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제목만 봐도 대충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있을 것이다. 모두 다섯 편이다.
 

# 역사 앞에서, 님의 꿈은 무엇입니까 (5월6일)

# 이게 뭡니까? (4월 29일)

# 함께 써보는 박근혜, 최서희 (4월 22일)

# ‘누더기’ 말씀 자료의 고뇌, 그러나 참모는… (4월 15일)

# “피기는 오래여도 지는 건 잠깐이더이다” (4월8일)
 

하나의 사물을 두고 해석은 나름대로 제 각각일 수 있다. 곽병찬 기자의 글을 읽으면서 저마다 다른 생각들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많은 기자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저 글속에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편지를 읽고 안 읽고는 차치하고 많은 부분들이 공감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박대통령은 편지에서 언급된 부분들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야 될 것이라고 믿는다. 용기를 가진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많은 기자들이 스스로를 무관의 제왕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용기는 얼마나 있는가. 당연히 가져야 할 생각과 할 말이 용기로 평가받는 현실이 서글프다.

새로운 말이 아니지만 한국의 기자(記者)들은 기자로서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기자들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외부의 압력에 굴복하거나 타협하지 않고 올바른 보도를 하는 기자들은 당연히 존경을 받아야 한다. 그들이 명예훼손이란 올가미에 걸려 얼마나 고통을 받고 있으며 자기검열의 철조망을 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가.

어차피 한세상, 적당히 타협하면서 잘 먹고 잘 살다가 죽으면 그만이지. 라는 사람도 있고 단 한 번의 인생인데 사람답게 살다가 죽어야지. 라는 사람도 있다. 기자는 반드시 뒤에 경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옛날 얘기야 할 것도 없고 가까운 기억속에서도 몸부림치며 바른 말 하고 살려다가 좌절한 기자와 앵커 논객들이 국민들 머릿속에 살아 있다. 김미화 주진우 김어준 김용민 김종배 등이다. 그들은 말 같지도 않은 이유로 방송에서 사라졌다. 손석희가 시선집중에서 사라졌다. 정관용은 무사할 것인가. JTBC로 몸을 옮긴 손석희도 얼마나 힘든 언론인으로 살아 왔던가.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란 대나무 밭을 스치는 바람소리가 아니다. 바로 국민이 하고싶은 소리고 권력자가 들어야 할 소리고 지금 이 시대에 기자들이 해야 할 소리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을 다녀왔다. 어려운 시기에 어려운 미국방문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 속에 느닷없이 윤창중이 흙탕물을 뿌렸다. 대통령이나 국민이나 모두 참담하기는 마찬가지다.

윤창중은 기자출신이다. 문제가 많은 기자로 평가됐다. 처음부터 그렇게 반대하는 소리가 많았는데도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그로 인해서 정권출범 초기부터 얼마나 곤욕을 치렀는가. 시작이 나쁘면 끝도 나쁘다는 말이 딱 들어맞았다. 이제 후회를 하면 뭘 하는가. 다만 엄중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인간은 결함이 많은 동물이다. 또한 결함을 극복하는 노력을 할 줄 알기에 만물의 영장으로 평가받고 자부한다. 윤창중의 등용은 두고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흠이 될 것이다. 이를 넘어서야 한다. 주위의 말을 듣고 불통을 소통으로 바꾸어 열린 정치를 함으로서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허물까지도 조금은 덮어주는 효녀노릇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 말이 있다. ‘내가 자식이 있느냐.’ 박대통령은 홀가분하게 나라를 위해서 일할 수 있는 몸이다. 귀를 활짝 열어야 할 것이다. 열린 귀로 기자다운 기자들이 보내는 충언들을 겸허하게 받아드려야 한다. 철저한 자기검열 끝에 쓴 기사들은 무시해도 좋을 것이다.

자기검열이란 기자들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도 끊임없이 자기검열을 엄격하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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