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5주기 공식 추도식이 23일 권양숙 여사와 장남 건호씨 등 유족과 여야 정치인, 지지자 등 3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에서 엄수됐다.
이날 추도식에는 새정치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박영선 원내대표, 정의당 천호선 대표,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오병윤 원내대표 등 정당 지도부와 김원기·임채정 전 국회의장, 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 참여정부 인사가 참석했다. 또 이해찬 이사장과 광주시장 후보로 나선 이병완 전 이사장, 문성근 이사 등 재단 임원들도 함께 했다.
새정치연합에서는 문희상, 정세균, 정동영, 인재근, 유인태, 신기남, 신계륜, 추미애 의원이 참석했으며,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권선택 대전시장 후보,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 김맹곤 김해시장이 함께 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원유철 선임비대위원과 류지영 비대위원이 참석했다.
노 전 대통령의 오랜 정치적 동반자인 문재인 의원은 이날 낭독한 추도사에서 “지금 이 순간 대통령님이 더욱 그리운 것은 낙오한 사람을 기다리고 따뜻한 공동체를 그렸던 ‘사람사는 세상’의 의미가 더욱 절실하게 와닫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참사는 대한민국의 암담한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며, 무능한 정부가 키운 재앙이자 무책임한 국가가 초래한 비극”이라고 비판한 뒤, “지금 대한민국에는 국민 위에 군림하는 통치자와 그의 말을 받아적기만 하는 장관들만 있다”고 박근혜정부를 질타했다.
문 의원은 “대통령께서 이야기 한 ‘시람사는 세상’은 성장지상주의가 아니라 함께 가는 복지를 이야기 하는 것이자, 인간의 존엄과 생명을 중시하고 안전과 환경, 생태에 눈을 돌리는 것”이라면서, “박 대통령이 이를 성찰하고 사실을 직시해야만 적폐가 청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이제 대통령께서 멈췄던 그 지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국가와 정치, 민주주의의 중심에 시민의 안녕이 있고 시민의 구체적인 삶 속에 국가와 정치, 민주주의가 살아 숨쉬는 ‘생활민주주의 시대’를 열고자 한다”면서, 이를 통해 ‘사람 사는 세상, 사람이 먼저인 정치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2013년 노무현 장학생인 오재호씨(한양대 1년)는 “만약 대통령께서 지금 살아계셨다면 진도 팽목항으로 달려가 가족들을 위로하고, 시민의 한 사람으로 자원봉사자가 되어 땀을 흘렸을 것”이라며 “바보 노무현정신이 더욱 간절해 지는 오늘의 사회의 살아가면서 깊은 책임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번지르르한 말이 아니라 행동과 참여를 통해 대한민국을 사사는 세상,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드는 깨어있는 시민이 되어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 강물처럼 굳꾿하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유정아 노무현시민학교 교장은 하루 전인 22일 오후 노무현재단으로 북측이 보낸 전화통지문이 왔다며, 6·15공동선언실천북측위원회는 “역사적인 10·4선언과 더불어 남북관계 발전과 통일성업에 기여한 노무현 대통령의 공적은 민족사에 뚜렷한 자국을 남기며 길히 전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으며, 민족화해협의회는 “민족의 화해와 단합, 평화번영의 길에 크게 기여한 노무현대통령의 애국적 장거는 민족사와 더불어 지울 수 없는 한 페이지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 전했다고 밝혔다.
노건호씨는 유족 인사에서 “얼마 전 우리 국민은 뭐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참사를 겪었다”면서 “아침도 처참한 마음이 가득한 유족들게 자리를 빌어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올리고 싶다”며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이어 “온 국민이 가족의 마음으로 함께 통한을 나누었다”면서 이를 통해 “조그마한 위안이라도 찾으실 수 있길 기원한다”고 전한 뒤, “추도식에 참석하신 모든 분들과 고인을 기억해준 모든 분들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추도식에서 가수 이승환은 도종환 시인의 글에 곡을 붙여 만든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싶다’의 뮤직비디오를, 조관우는 노 전 대통령에게 헌정한 ‘그가 그립다’의 추모영상을 공개했다.
또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무대에 올라 ‘동지를 위하여’ ‘상록수’의 합창을 마치자, 참가자들은 노 전 대통령 묘역으로 이동해 헌화와 묵념으로 이날 추도식을 마무리 했다.
한편 이병완 노무현재단 전 이사장은 5주기 추모 헌정사에서 ‘부자되세요’가 ‘안녕하세요’를 밀어낸지 7년 만에 국민이 국가가 무엇이냐고 묻는 삭막한 세상이 됐으며, ‘사람사는 세상’을 권력의 칼로 밀어낸 뒤 ‘돈과 권력에 미친 세상’의 한 끝을 보고 있다고 박근혜정권에 대한 절망감을 드러냈다.
이어 국가와 권력, 대통령, 정부 그리고 국민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노 전 대통령이 2006년 제주4·3 사건 희생자 추모 위령제 “노 전 대통령은 추모사에서 “국가권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합법적으로 행사되어야하고, 일탈에 대한 책임은 특별히 무겁게 다뤄져야 한다”고 밝힌 추모사의 일부를 소개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용서와 화해를 말하기 전에 억울하게 고통 받는 분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명예를 회복해 주어야한다”면서 “이것은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이자 의무이며, 그랬을 때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확보되고, 그 위에서 우리 국민들이 함께 상생하고 통합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추도식은 팩트TV와 노무현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생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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