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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칼럼] 암 덩어리 세포
등록날짜 [ 2014년05월09일 17시22분 ]
팩트TV뉴스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대통령의 첫 진도 방문 리포트는 진도체육관에서 가족들의 목소리를 모두 없앴다. 거친 목소리는 사라지고 오로지 대통령의 목소리, 박수 받는 모습들만 나갔다”
 
“팽목항에선 한국방송 로고가 박힌 잠바를 입는 것조차 두렵다. 어떻게 하면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과 질타를 피해 갈지 부터 고민하게 된다” ‘기레기’가 된 KBS 막내 기자들의 가엾은 고백이다.
 
 
ㅁ더러워서 피한다
 

‘당신, 신문에 났던데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나.’ 정치 한다는 후배의 비리기사가 보도되어 충고를 했더니 사실이 아니라고 펄펄 뛴다.
 
‘그럼 고소를 하던지 정정보도 신청을 해야 될 거 아닌가 왜 가만있어?’
 
 
‘참아야죠. 언론 건드려 봤자 나만 손해죠. 똥을 건드리면 뭐합니까’
 
그 친구만의 생각일까.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특별한 경우가 있다. 노무현의 경우. 조선일보 배달소년을 도와준다고 기자가 시비를 했고 주간조선 우종창기자는 ‘노무현은 과연 재산가인가’라는 표지기사를 썼다. 노무현은 소송을 했고 조선은 패소했고 사장이 사과를 했다. 오기인지 용기인지 노무현은 언론과 정면으로 싸웠다. 대답해 보라. 노무현이 바보인가. 괘씸한가. 부럽지는 않은가,
 
요즘 ‘기레기’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기자쓰레기’를 줄인 말이다. 무관의 제왕, 안하무인 기자들의 자존심은 쑥밭이 됐겠지만 항의도 없다. 도둑놈도 도둑질이 나쁘다는 것은 안다는 것일까. ‘기레기’들이 솔직하게 고백한다. 모가지 달고 밥 빌어먹으려면 입 닥치고 견디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왜 도둑질은 하는가. 먹고 살기 위해서다. 국민을 위하고 독자를 위한다는 언론이 왜 국민들의 양심과 사고를 병들게 하는가. 상한 음식을 먹으면 병에 걸린다. 자신들이 쓴 몇 줄 기사가 국민에게 어떤 병균을 옮기는지 알 것이다. 마치 무오류의 인간처럼 사과를 모르는 한국의 기자들. ‘세월호 전원구조’라는 세기의 오보를 내고 사과를 한 언론이 있던가. 개가 부끄럽다.
 
‘해경’과 ‘언딘’과 ‘청해진’간에 얽히고설킨 의혹을 정면으로 파헤친 언론이 몇이나 되는가. 이종인의 ‘알파 다이빙 벨’이 어떤 위험을 겪었으며 그 내막을 파헤치려고 노력이나 했는가. 왜 진도 현장에서 실종자 가족들에게 기자들이 버러지 취급을 당하는지 제대로 느끼기나 했는가. 열악하기 그지없는 장비와 인력으로 생방송을 하던 고발뉴스, 팩트TV, 오마이뉴스 등이 왜 언론대접을 받았는지 이유를 알 것이다. 
 

ㅁ암 덩어리 #1
 

박근혜 대통령은 규제가 ‘암덩어리’라고 했다. 이 말이 떨어지자 살판났다는 듯이 규제들은 좋아서 춤을 춘다. 암덩어리 같은 규제도 있었다. 통행금지 같은 것이다. 머리가 길다고 길에서 깎기고 치마가 짧다고 길 복판에서 여자 스커트 들추는 경범죄 처벌법은 암덩어리다. 그렇다면 암덩어리 규제는 다 풀어줘야 하는가. 수명이 다 한 세월호의 명줄을 늘려준 규제는 이명박이 풀었다. 기자들은 다 알 것이다. 풀린 규제는 고삐 끊긴 망아지처럼 날뛰었다. 결과로 진도 앞바다 찬 바다 속에서 우리 새끼들이 말도 못하고 죽었다.
 
기자들의 얼마나 위대한가. 미국대통령을 자리에서 끌어 내린 것이 바로 기자다. 모든 기자가 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친 워싱턴 포스트의 ‘밥 우드워드’처럼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의 댓글 사건을 보도한 우리 기자들의 모습은 어떤가. 한국이 미국과 같으냐고 항의를 하는가. 채동욱·윤석열을 보도한 한국의 언론은 어떤가.
 
자유당 시절, 정읍 환표 사건의 진상은 환표 사실을 폭로한 박재표 순경에 의해서였다. 그 때 이 사실을 대서특필한 동아일보는 참 언론이었다. 오늘의 ‘기레기’들도 모두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 때 쥐꼬리 월급을 받던 동아일보 기자와 오늘의 ‘기레기’는 뭐가 다른가. 그 시대의 리영희와 송건호와 오늘의 편집국장과 방송사 보도국장은 어떻게 다른가.
 
탄압으로 백지광고를 내면서 신문을 발행하던 동아일보와 농성을 하다가 개처럼 끌려나가 길바닥에 내동이 쳐지던 그 때의 기자와 오늘의 동아일보 기자는 무엇이 다른가. 눈이 다른가 귀가 다른가. 괭가리를 치면서 언론자유를 외치던 KBS, MBC의 기자와 오늘의 기자는 어떻게 다른가.
 
기다리면 잊을 것이다. 잊힐 것이다. 기다릴 것이다. 잊어주기를 기다릴 것이다. 뉴스에 출연하는 기자들에게 검은 옷을 입지 말라는 김시곤이란 KBS 보도국장은 머릿속에 무엇이 들었는가. 세월호 참사의 악몽이 국민들 뇌리에 박히는 것이 그렇게 두려운가. ‘기레기’의 수장이라면 아니라고 할 것인가. 
 

ㅁ 암덩어리 #2
 

한국의 기자들은 억울하다고 할 것이다. 자신들은 이렇게 만든 것이 누군데 왜 기자들에게만 매질을 하느냐고 항의를 할 것이다. 정권은 저렇게 썩었는데 그게 기자들 탓이냐고 대들 것이다. 그럼 누구 탓이냐. 언론은 빛이요 소금이다. 햇볕을 내리 쬐면 썩지 않는다. 소금이 뿌려지면 썩지 않는다. 정미홍이 국회의원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기레기’들 아니냐.
 
온갖 오보와 과장과 왜곡과 허위보도가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맨얼굴로 들어났다. 제대로 보도만 했어도 이 지경까지는 안 됐다고들 한다. 인정하기 싫은가. 인정해야 한다. 참회를 해야만 재생할 수 있는 것이다. 권력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찌든 간부들이야 죽기 전에는 도리가 없지만 설사 지금은 ‘기레기’ 소리를 들어도 아직 창창한 젊음이다. 이 불의한 권력이 얼마나 갈 것 같은가. 민주정권이 들어서면 어떤 얼굴로 아부와 아첨을 할 것인가.
 
권력에 아부아첨을 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었다고 변명을 할 것이다. 힘들 것이다. 독재정권 아래서 올바른 기자 노릇 하겠다고 저항하던 선배들은 매 맞고 구속되고 거리로 쫓겨났다. 일자리도 구하지 못해 책장수, 학원강사, 대포집 등 별 짓 다 하며 목숨을 이어가다가 국민들과 함께 한겨레신문을 만들었다.
 
지금 국민들로부터 가장 신뢰받는 언론이 됐다. 부러운가. 아니면 조소를 하는가. 그나마 이 나라 언론의 명맥을 잇고 있는 경향신문과 인터넷신문인 오마이뉴스, 미디어오늘, 프레시안, 인터넷TV인 팩트TV와 정권 눈에 가시인 ‘뉴스타파’를 보면서 감회가 어떤가.
 
우리한테 무슨 힘이 있느냐고 할 것이다. 거짓말 마라. 손석희가 안 보이는가. 손석희는 하루에 열 끼 씩 먹고 날라 다니는 수퍼맨이냐 헐크냐. 손석희도 언론인이다. 그는 징계 받고 구속되고 대한민국의 올곧은 언론인이 겪어야 할 고난의 길을 걸었다. 그가 JTBC로 자리를 옮길 때 ‘기레기’들이 그랬다. 넌 별 수 있느냐고.
 
별 수 있었다. 별 수란 바로 신념이다. 지금도 온갖 탄압을 받고 있음을 ‘기레기’들도 알고 있다. 그러나 흔들림 없다. 버텨 나간다. 그러기에 국민에게 존경을 받는다. 이제 권력이 손석희를 건드린다면 감당 못할 벼락을 맞을 것이다. 바로 그것이다. 그것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 언론인의 권위다. 부럽지 않은가.
 

ㅁ암덩어리 #3
 

가장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은 어른들이 ‘가만히 있으라’ 했다고 얌전히 기다린 애들이다. 언론이 그렇다. 언론이 그렇다면 그렇게 믿는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가. 거짓말 언론으로 속아 넘어간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지들 맘대로 할 수 있다고 하는가.
 
‘기레기’들의 오만을 안다.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고 자만할 것이다. 그들은 알고 있다. 무슨 짓을 해도 국민은 잊을 것이다. 그러니까 느긋하게 기다리면 된다. 서두를 것 없다. 세월이 좀 먹느냐.
‘팽목항에서 언론은 사실을 제대로 보도하기보다는 행여나 대통령에게 불똥 튀지나 않을까 전전긍긍 하며 말 그대로 언론의 추악한 민낯을 보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기자들 자신의 말이다. 인정하는가.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기자도 기자 이전에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괴벨스’는 설명을 할 필요도 없이 누군지 잘 알 것이다. 괴벨스에게는 어떤 사건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말하는 것은 곧 진실이었고, 말하지 않은 사건은 거짓이 되었다.
 
“나에게 한 문장만 달라 그러면 누구든지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 괴벨스가 한 말이다. 그 말을 ‘기레기’들이 잘 알 것이다. 대중은 거짓말을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다음엔 의심하지만 되풀이 하면 결국에는 믿게 된다. 이 역시 괴벨스의 말이다.
 
그럼 이 사실은 아는가. 히틀러는 독일이 무조건 항복을 하기 며칠 전에 자살을 했고 곧 이어서 괴벨스 부부도 자신의 자식들을 죽인 후 자살했다. 드골은 파리에 입성한 후 제일 먼저 언론인을 처형했다. 이유를 말해야 하는가. 너무나 잘 알 것이다. 그들은 바로 프랑스 국민의 영혼을 파괴한 살인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5·16과 5·18, 12·12를 우리 언론은 어떻게 보도했는가. 지금의 언론은 무엇을 어떻게 보도하는가. 요즘 국민은 다시 한 번 한국 언론의 민낯을 보고 있다. ‘기레기’들의 썩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다. 암덩어리 아닌가.
 
세월호 참사의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이 KBS를 찾았다. 그들 가슴에 안긴 자식들의 영정은 엄마 아빠의 눈물로 젖어 있다. 왜 유족들이 KBS를 찾았는지 국민들은 잘 안다. KBS는 모르는 모양인가. 왜 세금을 내서 이들을 먹여 살리는가. 국민의 속 앓이가 깊다. KBS가 청와대를 삼킬 것 같다.
 
이태경의 칼럼 한 부분을 인용한다. 양해를 구한다.
 
‘(전략) 세월호 사태를 통해 우리는 박근혜의 민낯을 봤다. 미디어에 가려진 박근혜의 민낯은 무능과 무책임성, 공감능력의 결손의 다른 이름이었다. 응시하고 싶지 않은, 대면하고 싶지 않은 민낯이다. 하지만 우리는 박근혜의 민낯에서 얼굴을 돌릴 수가 없다. 두 눈을 부릅뜨고 박근혜의 민낯과 대결해야 한다. 그 대결에서 승리해야 한다.’
 
암덩어리와 암세포는 도처에 있다. 청와대에도 정부에도 정당에도 언론에도, 어떤 곳에도 없는 곳이 없다. KBS의 막내 기자들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자각이다. 이들에게 암세포가 침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침투한 암세포는 박멸해야 한다. 국민이 함께 해야 한다. 기자가 암세포에 감염되면 온 나라가 암덩어리가 된다. “기레기‘아닌 진짜 기자들아. 암세포를 이겨 내라. 국민을 지켜다오.” 그러면 국민들도 언론을 지킬 것이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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