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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칼럼] 구석방, 꼴통 늙은이의 심판
등록날짜 [ 2014년05월05일 13시19분 ]
팩트TV뉴스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잊을 것이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이 비극을 잊을 것이다. 잊는 것을 탓할 수가 없다. 우리가 잊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잘못을 저지른 정권을 심판해 망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하는 인간들이 잊지를 않고 정치가 나아진다. 심판하자. 잘못된 정권을 심판하자. 우리 늙은이들이 앞장을 서서 심판을 하자. 이제 꼴통늙은이 소리 면하도록 하자.
 
늙은 게 무슨 죄란 말이야. 하지만 늙는 것 보다 욕먹는 게 싫다. 더 화나는 것은 욕 하는 걸 나무랄 수도 없다는데 있다. 나름대로 열심히 글을 쓴다는 자신도 몸이 많이 늙었다. 길에서나 전철에서 젊은 애들이 빤히 쳐다보면 외면을 한다. 꼭 속으로 욕을 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꼭 그렇게 추하게 살려면 왜 사니? 그러는 것 같다.
 
지하철에서 ‘한겨레신문’을 보고 있으면 젊은 애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이상하게 보이냐?’고 물으면 고개를 돌린다. 늙은이들이 그 정도의 대우를 받는 참혹한 수준이다. 조중동을 보고 있으면 경멸의 눈으로 볼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 젊은이들이 진실을 보는 눈이 있다고 믿으니까.
 
팩트TV에 쓰고 있는 칼럼의 조회 수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전에 ‘서프라이즈’에 칼럼 쓸 때 5천에서 1만 가까이 가던 조회수였다. 팩트TV에서는 처음에 몇 백 정도이다가 1천 단위를 넘어섰다. 얼마 전에 보통 2천을 넘어서고 며칠 전 쓴 ‘꼰대 말 믿지 마. 다 죽어’는 1만을 넘어섰다. 글을 쓴 내가 80가까운 늙은이라고 하면 ‘미친 늙은이’로 알 것이다.
 
평생을 글을 쓰면서 살아 왔다. 말하기조차 부끄러운 글을 쓴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쥐구멍을 찾고 싶고 지금 남을 질타할 자격이나 있느냐고 참회를 하면서도 도둑놈이 회개하는 심정으로 글을 쓴다. 도둑질 해 본 놈이 도둑놈 심정을 제일 잘 알 것이다. 지금 쓰레기 같은 글을 쓰고 있는 언론인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
 
KBS는 내가 가장 밥을 많이 얻어먹은 곳이다. 박정희 군사독재가 한창 기승을 떨 때 글을 많이 썼다. 죄를 가장 많이 진 곳이다. 지금은 간부가 돼서 욕을 먹는 후배들과 만날 때가 있다. 그들이 미안해한다. 그래도 잔소리를 하면 그들도 한마디 한다. ‘선배님도 잘 아시잖아요.’ 잘 안다. 너무나 잘 안다.
 
그러나 노태우 대통령 시절에 KBS는 달랐다. 똘똘 뭉쳐서 언론민주화를 위해서 투쟁했고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교도소에 가고 목숨을 잃은 후배도 있다. 그럼에도 성공했고 그 후 문민시대 언론은 꽃이 피었다. MBC노조가 가두행진을 할 때 뒤를 따라다니던 기억이 새롭다. 그런데 왜 지금은 못하는가. 너무나 교활해 졌다. 간부들이나 평 기자나 평 PD나 많이도 망가졌다. 계기가 생기면 반드시 옛 모습을 찾으리라고 믿는다. 김재철의 오늘은 많은 교훈이 될 것이다.
 
 
ㅁ늙은이도 사람이다
 
 
젊어보지 않은 늙은이 있더냐. 오늘의 늙은이들도 청춘이 있었다. 열정도 있었고 정의감도 있었다. 4.19 때 총탄을 뚫고 도심을 달렸고 군대 안에서도 야당을 찍었다. 작심하면 되는 것이다. 뉴스타파의 김용진이나 최승호는 가만히만 있으면 요즘말로 앞길이 보장된 날리던 기자요 PD였다.
 
그들만이 아니라 지금 신뢰받는 매체로서 존경을 받는 기자들도 적당히 정권의 말만 들으면 목에 힘주고 살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거부했고 남은 것은 궁핍과 존경이었다.
 
지금 ‘기레기’ (기자쓰레기)라고 욕을 해도 꿀 먹은 벙어리다. 얼마나 비참하냐. 그러나 정작 오늘 말하고자 하는 것은 ‘기레기’얘기 뿐이 아니다. 늙은이 얘기다. 왜 늙은이들은 죽어라 하고 보수인가. 보수와 진보는 어떻게 다른가.
 
버스가 도착했는데 비좁으니 그냥 가자고 하면 보수다. 좀 비좁아도 함께 타고 가자면 진보다. 보수는 이기적이다.
 
늙은이들은 변화를 싫어한다. 가진 것은 없어도 꼼짝하기 싫어하고 남이 뭐 좀 주면 좋아한다. 바라는 거 엄청 많다. 지난 대선 때 20만원 연금 준다니까 눈 감고 찍었다. 선거 끝나고 속았다고 욕을 하지만 이번 지방 선거 때 돈 몇 푼 준다고 약속하면 또 찍어 줄 것이다. 배알도 없다. 그러나 늙은이들을 비난하는 진보나 젊은 애들이 잘못 생각하는 것이 있다. 바로 늙은이들의 소외감이다.
 
아무리 늙었다 해도 자존심은 있다. 그들에게는 어쨌든 이만큼 먹고 살게 만들었다는 자부심도 있다. 애망가망 자식들 공부시켰다는 자긍심도 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혼자다. 자식들은 부모들을 짐으로 생각한다. 야속하다. 괘씸하다. 독재가 어떻구 민주화가 어떻구 떠들어 대는 젊은 놈들이 갖잖게 느껴진다. 니놈들이 우리를 무시해. 어디 맘대로 무시해 봐라.
 
뭐 하나 제대로 설명해 주려 고는 하지 않고 그저 낡은 머리라고 비난만 한다. 니들이 밥 한 끼 사 줬냐. 노여움이 앞선다. 영남에 뿌리를 둔 박정희 추모세력과 동류의식을 느낀다. 거기다가 근거 없는 지역감정. 이것이 바로 보수의 기반이며 새누리를 안하무인으로 만든 것이다.
 
보수 꼴통이라고 비난만 하지 말고 따뜻하게 자상하게 설명이라도 제대로 해 준 적이 있느냐. 뭐 좀 알려고 하면 늙은이가 알아서 뭘 하느냐고 구박은 하지 않았느냐. 정이란 가면 오는 것이다. 선거 때 ‘어르신’하면서 아양을 떨고 돈 몇 푼 더 준다고 꼬이면 넘어가는 그런 늙은이로만 생각하지 말고 진심으로 대해보라. 왜 늙은이들이 진보를 외면하고 꼴통이란 욕을 먹으면서 진보를 외면하겠는가.
 
 
ㅁ두고 봐라 이젠 다르다
 
며칠 전 오랜 친구들과 긴 얘기를 나눴다. 당연히 세월호 참사가 화두로 올랐다. 제 각기 생각은 달라도 한가지만은 동일했다. 이런 놈의 정권은 처음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나온 말들을 일일이 소개할 수는 없어도 결론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린 것들을 그렇게 죽일 수는 없다고 했다. 늙은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그 어린것들이 얼마나 무서웠을까. 손마디가 부러지고 손톱이 다 빠졌다니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잘못했다고 눈물로 사죄를 하면 어느 하늘에서 벼락치느냐고 했다. 손주새끼들이 이민 가자고 하는데 할 말이 없었다고 한숨을 쉰다. 한 친구는 솔직히 고백했다. 지금까지 야당을 찍었는데 지난 대선 때 20만원 준다는 바람에 박근혜를 찍었다고 했다. 이제는 천만금을 줘도 어림없다고 했다. 바닷물 속에 있는 애들이 못 찍게 할 것이라고 했다.
 
야당 놈들 하는 것을 보면 그놈이 그 놈이라는 게 맞지만 직접 죄 진 놈은 아니니까 바꿔야 한다고 했다. 잘못하면 또 바꾸면 된다고 했다. 늘상 찍어주니까 아무렇게 해도 괜찮으려니 하고 무시한다는 것이다. 옳은 말이다. 경상도 친구는 자기들이 안 찍어주면 세상이 확 바뀔 것이라고도 했다. 역시 옳은 말이다. 늙은이들이 정신 차리면 세상이 달라진다.
 
시민운동가들에게도 통렬한 비판이 쏟아진다. 시민운동 하면 했지 왜 그걸 코에 걸고 다니느냐. 국회의원 한 자리 하려고 시민운동 한다는 시각을 어떻게 변명할 것인가. 시민운동과 민주화 운동을 하니까 실수 좀 해도 괜찮다는 생각은 어디서 배워먹은 행동인가. 시건방 떠는 게 꼴 보기 싫단다.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늙은이가 제대로 대우 받는 세상이 되려면 늙은이도 힘을 모아 세상을 바꾸는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나라의 주인이되 지금까지 하인노릇을 하고 산 늙은이들이라는 것이 결론이었다. 두고 보자고 했다. 주인노릇을 제대로 해 보자고 서로 다짐했다. 정말 두고 보자.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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