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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끈긴 관매도 “그래도 애들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요”
등록날짜 [ 2014년05월01일 21시09분 ]
팩트TV뉴스 신혁 기자
 
“애들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프요”
 
톳을 말리시던 어머님이 대뜸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고3 손자와 대학생 1학년 손녀를 둔 관매도 어머님은 11시 까지 야자 하던 학생들이 공부 안하고 놀러간다고 하니 얼마나 신이 났었겠느냐면서 자기 손자손녀 같은 애들이 사고를 당한 게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하신다.
 
세월호 침몰지역 인근에서 톳 양식을 하신다고 말한 어머니는 수색작업에 나선 배들이 톳발을 다 잘라놔 400만원 정도 손해를 봤지만, 애들이 사고 당한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가슴이 아프다” “안타깝다”는 말을 연신 되뇌셨다.
 
이어 선장이 한번만 방송을 했어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지 않았을 것이라며 “나이 60에 자기 혼자 살겠다고 나온 선장한테는 물이고 뭐고 아무것도 주지 말아야 한다”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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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서 바라본 관매도 관호마을<사진-신혁 기자>

톳 양식을 하고 있다는 다른 주민은 관매도 주변의 물살이 세서 물고기를 잡거나 전복 양식도 할 수 없다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톳으로 먹고 사는데 피해를 입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간간이 기름 덩어리가 밀어오고 있다며 정부의 방제대책 외에는 손 쓸 방도가 없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사고 당일 기억을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곳에서만 18년째 배를 몬다고 밝힌 한 뱃사람은 사고 당일 날씨가 너무 맑고 물살도 세지 않았다며, 해경이 초기대응만 잘했어도 훨씬 많은 아이들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경은 선원, 갑오징어 잡이 배는 학생 구했다
 

이어 뉴스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해경이 세월호 선원들을 구하는 사이, 주변에 있던 갑오징어 잡이 배들이 아이들을 구했다면서 배를 침몰에 이르게 한 사람들도 문제지만 해경의 대응도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고 잘라말했다.
 
진도 팽목항에서 조도를 거처 관매도로 가는 낮 12시 10분 배에는 언제 사고가 났냐는 듯이 연신 들떠있는 십수명의 사람들이 함께 탓다. 그러나 조도에서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내리고 나자 남은 사람들은 세월호 유출 기름을 제거하기 위한 교체인부 5명과 관매도가 집이라는 어르신들 몇 분이 다였다. 그리고 전화통화를 하는 사이 뿔뿔이 흩어지고 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항구에는 적막만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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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매도 마을 주민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정부의 초동대처 미숙을 지적하는 한편, 관광객이 끊겨 당장 수입이 줄어드는 것보다 아이들의 생명이 더 귀중하다며 구조작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신혁 기자>

10여분을 걸은 뒤, 식사를 하기 위해 들른 식당에서 주인 아주머니는 하루 1천명까지 관광객들이 들어왔는데 사고로 발길이 뚝 끊겼다며 연신 수습이 마무리 될 때까지 장사를 포기했다고 한숨을 내쉰다. 다른 아주머니도 장사는 아예 포기하고 있다면서 관광객이 끊기면서 톳이나 미역 장사도 덩달아 안 된다고 울상이다.
 
여객터미널 옆에 있는 관광 상품 판매소 아저씨는 모든 것을 포기한 표정으로 그래도 국가적 참사이고 사건인데 장사가 좀 안된다고 뭐라고 할 수 있겠느냐면서도, 관매도행 배가 출발하는 팽목항 사용이 힘들어지면서 아무래도 힘든 시기가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래도 만난 대부분의 주민들은 관매도에 관광객이 끊기고 장사가 안 돼는 것보다 침몰한 세월호에서 아이들을 구하는 것이 먼저 아니겠느냐며, 장사야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겠지만 아이들 생명은 그런 걸로 비할 것이 아니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또 수학여행을 아예 없애거나 아니면 이러한 참사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대처방안 마련, 세월호 참사를 키운 초동대처 미숙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늘다리 너머, 세월호 침몰현장
 

침몰지역과 가깝다는 이유로 관매도를 찾았지만, 주민들은 동거차도가 훨씬 가깝게 보일 것이라며 관매도 앞에서 사고가 났다고 발표하는 언론들을 지적한다. 관매도이 있는 두 개의 마을 중 사고지점 방향인 관호마을을 지나 해변가를 따라 돌아봤지만 배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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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매도 하늘다리에서 바라본 세월호 침몰현장. 가끔 들리는 비행기의 소리가 없다면 너무 고요한 정지화면처럼 보인다.<사진-신혁 기자>

마을 어르신들에게 물어보니 꽁돌을 지나 하늘다리로 가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고개를 넘어 10여분을 걸어가니 꽁돌이 보였다. 동글동글한 돌이 해변가 바위 위에 얹어있는 모양이 꼭 공기돌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하늘다리를 1.2km만 더 가면 볼 수 있다는 표지판도 눈에 띈다.
 
곰취와 유채꽃, 이름 모를 잡목 숲을 지나고 한참 오르막을 반복하고 목에 갈증을 느낄 때 쯤 섬의 꼭대기인 하늘다리에 당도했다. 그리고 위험지역이라고 쳐놓은 출입금지 선을 넘어 동거차도 방향을 보니 수십 척의 배들이 잔잔한 은빛 바다위로 떠있었다.
 
가끔 날아오는 헬기와 대형 비행선이 굉음을 내뿜지만 않는다면 정지화면이라 해도 될 정도로 고요했다. 너무도 평화로워 보였다. 너무 조용해 사진 몇 장을 찍고는 마을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정지해 있는 풍경을 바라볼 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렇게 멀리서 바라본 침몰 지역은 너무 평화로워 보이기만 했다.
 

낮처럼 밝아진 관매도의 밤
 

하지만 관매도의 밤은 낮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한 시간 간격으로 날아다니던 비행기는 이제 두 대가 교대로 연신 하늘을 맴돈다. 조명탄을 터트렸는지 관호마을 너머 산등성이 위로 환한 불빛들이 연신 번쩍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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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침몰지역에서 수색작업을 진행 중인 바지선 모습<사진-신혁 기자>

그러나 마을 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낮에 톳을 말리시던 어머니는 이미 때가 늦었는데 비행기만 날리면 뭐할꺼냐며 살아있을지 모르는 사람을 살리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시 낮에 만난 장사 하시는 주민도 큰 비행기가 연신 날아다니지만 저렇게 해서 뭘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초기대응이나 잘 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지 않았겠느냐고 정부에 타박을 늘어놓는다.
 
새벽 한시, 아주머니는 이제 밤이 늦었다며 인사를 남긴 뒤 집으로 들어가고 관호마을에 남아있던 마지막 전등까지 꺼졌지만, 산등성이 너머로 조명탄 불빛과 비행기들의 굉음소리는 멈추지 않고 계속 됐다.
 
생각컨데 아마도 지상 최대의 수색작전(?)은 세월호의 선수가 물 위로 떠있고 에어포켓이 남아있다는 희망이 있을 때 해야 하지 않았을까.
 
또 국정원 등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으로 이미 정당성을 훼손당한 박근혜정부가 소 잃고 외양간까지 잃은데 이어 스스로의 존재 이유까지 부정당하지 않으려면 마지막 순간까지 만에 하나 생존자가 남아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고 수색을 진행해야 한다.

늦은 밤, 관매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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