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전에>
이 글을 쓰기 전에 할 말이 있다. 2022년 12월 31일, 온종일 글을 썼다. 학생시절 한강백사장에서 신익희 선생이 30만의 시민 앞에서 이승만 독재정권을 질타하며 사자후를 토하셨고, 그날 저녁 호남선 열차에서 급서하셨다. 국민은 이승만이 암살했다면서 서울역에서 구급차를 밀고 경무대로 향했다. 급기야 발포 사건이 터지고 나는 CIC(국방부 조사본부)에 잡혀갔다. 마포서로 이첩된 후 빽이 있었던 덕에 석방됐고 학교로 복교했다. 나는 영웅대접을 받았지만, 매 몇 대 맞고 애매한 사람들을 범인으로 자백한 양심의 가책으로 정치과를 포기 문학에 빠졌다. 명동에서 문인들과 술을 마시며 허송세월하다가 군에 입대했다. 34개월 20일의 군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제대 후 방송국에 들어가 작가실장을 하면서 박정희 전두환 정권에 치가 떨리도록 아부·아첨을 했다. 그런 치욕의 생활을 기록했다. ‘김삿갓 북한방랑기’를 10년간 썼다. 그 기록을 거의 100여 장 가까이 썼는데, PC 조작 미숙으로 저장이 안 된 채 모두 날아가 버렸다. 책상을 쳐봐야 내 손만 아플 뿐. 알아야 면장을 해 먹는다는 말이 맞는다는 생각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무식·무지’가 새삼 떠오른다. 날아간 기록은 모두 잊기로 하고 어제저녁 복음처럼 날라 온 ‘강진구 기자와 최영민 PD의 구속적부심 기각’소식을 들으며 만세를 불렀다. 그 얘기부터 내 기록을 적어가기로 한다. 양해를 부탁한다.
■‘기각’ 판결 내린 ‘살아 있는 판사’님도 함께 만세
아아 살다가 보니 이런 소식도 들으며 살게 되는구나. 어제 강진구·최영민 구속영장 기각 소식을 들으며 가슴 깊이 감격과 함께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때 누가 내 눈물을 만졌다면 분명히 화상을 입었을 것이다. 그토록 뜨거운 눈물이었다. 나는 강진구 기자를 봤겠지만,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 최영민 감독 역시 같다. 나이는 내 막내 아들과 비슷하다. 그의 올곧은 정론직필 기사는 늘 읽었으며 그래도 경향신문에는 좋은 기자가 많다는 사실에 위로를 받았다. 최영민 감독은 전혀 모르는 인물이나 이제 내가 존경하는 기자가 또 한 분 생겼다. 죽기 전 복이다.
더탐사 취재팀은 경향신문 출신의 29년 차 탐사전문기자 강진구, MBC와 뉴스타파에서 현장 취재기자를 했던 박대용, 열린공감TV 대표이자 PD 정천수, 카메라 감독이자 현장취재기자 최영민, 작가 김두일, 그리고 숨은 곳에서 활약하는 시민기자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번 기회에 나는 완벽한 ‘더 탐사’의 지지자가 됐다.
솔직히 더탐사의 강진구 기자가 구속될 것이라 확신했다. 이유를 설명할 필요는 없다. 죄명이야 이렇게 저렇게 붙이기 나름이다. 이게 안 되면 다른 별개 사건으로 다룰 수도 있다고 알고 있다. 엿장수 맘대로다. 이런 세상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내가 그냥 방송드라마만 쓰던 작가 시절 나와 검찰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저런 인연으로 노무현이란 정치인을 알고 난 다음에는 정말 검찰이 무서웠다. 아무 근거도 없이 집이 압수수색을 당한 경험도 있다. 물론 그것은 엉터리 기자의 망동 탓이었다. 엄청난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맹신하고 있는 언론인과 검찰들이 과연 이 나라를 얼마나 행복하게 이끌고 갈 수 있을까.
나는 열 손가락에 드는 기자들을 제외하고 다른 기자는 언론인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냥 시류에 영합해 먹고 사는 인간들이다. 오죽하면 ‘기레기’란 명예스러운 훈장(?)을 국민이 달아 주었겠는가. 기사를 쓰기 전에 자기 생각은 주머니 속에 숨겨두고 주위에 눈치를 살핀다. 특히 정치부와 법조출입 기자들이 서로 수위(首位)를 다툰다. 그들이 오늘의 사회문제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바르게 공정하게 보도했다면 문제는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지적을 하면 “선생님이 모르셔서 그렇습니다.” 그렇게 잘 알고 있는 기자들의 행위가 나라를 이 꼴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내게 “죄송합니다” 사과하는 기자들을 보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강진구 기자와 최영민 PD의 소식을 듣고 내가 ‘만세 만만세’를 부른 이유를 알겠는가. 죄도 없이 사형판결을 받는 다음 날 형장에서 사라진 시국 사범들이 하나둘인가. 자정이 넘어가자 강진구 기자는 ‘이제 틀렸다고’는 생각에 포기했다고 한다. 한데 기각이다. 아아 그 판사님의 성함이 누군지 모르지만, 보약이라도 보내 드리고 싶다.
■대통령도 사람이니 잘못은 할 수 있다.
나는 하느님도 실수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염라대왕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보통 인간들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지만 소위 목사라는 자들이 떠벌이는 말도 아닌 소리를 들어 보는가. 헌금 수백억을 받아서 뭘 하는가. 자식들에게 수천억 교회를 물려주는 목사들을 하느님은 무슨 생각을 하시는가. 염라대왕은 낮잠 주무시는가. 지옥이 만원이라 잡아 드릴 곳이 없는가. 바다는 넓고 깊다. 천공은 뭐냐 무당이냐 점쟁이냐. 천둥으로 내리쳐야 한다.
■대통령도 인간답게.
대한민국 하늘을 북한 무인기가 자기 집 안방처럼 활개치고 다닌다. 소름이 끼친다. 윤석열 대통령도 보았을 것이다. 아니 애완견 데리고 노느라고 못 보았는가. 노무현 대통령이 똥별이라고 질타했던 그 많은 별은 무엇을 했는가. 우리의 국방예산은 어디에 썼는가. 하늘에 새 때를 향하고 풍선을 향해 포를 쏘면 대한민국이 방어되는가. 윤석열이 화가 난 모양이다. 그래 화라도 내야 사람이지.
■‘무인기의 침범을 이제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
좋다. 전쟁하겠다는 것인가. 하게 되면 해야지. 나는 34개월20일 군대 밥을 먹은 군번 1043XXXX 병장출신 90세의 예비역이다. 윤석열은 뭔가. 아 ‘부동시’로 군대에 안 갔지. 그럼 총을 모르겠군. 각개전투가 뭔지 아는가. 방독면 쓰고 화생방훈련 받으며 목 막히는 기침 해 봤는가. 아 참 군대에 안 갔지.
전쟁은 말로 하는 것도 아니고 영공방어도 화풀이로 하는 것이 아니다. 뭘 알아야 할 것이 아닌가. 윤핵관들이라고 뭘 아는가. 군대 밥이나 먹어 봤는가. 입으로는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과도 전쟁해서 이길거라 큰소리칠 것이다. 헛소리 말라. 아는 게 뭐가 있느냐.
목욕탕에서 온몸에 때가 잔뜩 낀 놈이 때밀이 한다고 달려들면 몸을 맡길 손님은 없다. 뭘 알아야 면장을 해 먹을 거 아닌가. 윤석열 대통령을 일컬어 ‘무지·무식·무분별·무판단’ 없을 무(無)자가 붙은 것은 모두 해당한다는 통설이다. 자기가 모르면 머슴이라도 똑똑해야 한다. ‘윤핵관’은 어떤가. 청와대에 늘비한 참모라는 자들은 무엇을 아는가. 어떻게 하면 좋은 자리를 차지할지 어떤 구멍이 비어 있는지 찾느라 눈이 벌겋다. 그들뿐이 아니다. 이런저런 줄을 타고 정부 관련 기관에 들어간 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윤 대통령의 정치를 신뢰하는 국민은 눈 씻고 찾기가 힘들다.
그 대신 영부인(?)과 천공을 아는 국민은 너무나 많다. 왜 온 세상이 다 아는 어부인의 비리 의혹에 눈감고 있는가. 그 소리에만 귀를 막는 특별장치라도 있는가. 이렇게 되면 대통령이 무슨 소리를 해도 국민은 믿지를 못한다. ‘검찰이 수사권으로 보복하면 조폭’ ‘나는 사람에게 충성을 하지 않는다.’ 내가 껌벅 죽었던 윤석열의 매력은 이제 경멸로 변했다. 영부인은 왜 이리도 건재하신가. 수많은 의혹이 모두 허위 소문이라면 날고 기는 검찰 나리들께서 퍼뜨리는 자들을 모두 잡아들여야 하지 않는가. 한동훈은 뭘 하고 있는가.
수사기밀을 거리낌 없이 까발리는 그 배짱은 썩 먹을 곳이 따로 있단 말인가. 그를 둘러싼 온갖 잡음을 한동훈은 깨끗이 청소해야 한다. 그는 지금 명실상부한 윤석열 정권의 제2인자가 아니던가.
윤석열 정권은 지금 민심을 그렇게도 모르는가. 여론을 어떻게 조사하고 어떻게 믿고 있는지 몰라도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 정신 차려야 한다. 나중에는 주먹이 깨지게 땅을 치며 후회를 해도 소용이 없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대통령의 고등학교 후배이자 대학 후배며 고시 후배라고 한다. 지금 이상민을 향한 국민의 원성이 어떤지 정말 모른단 말인가. 그렇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지만 우선 이상민이라도 옷을 벗겨야 한다. 한동훈을 비롯한 내각을 모두 갈아치워야 한다. 찾아보면 쓸 만한 인간들 있다. ‘나요 나요’하면서 손들고 나오는 놈들 하나도 쓸 것이 없다.
삼국지의 유비가 삼고초려로 찾아낸 제갈공명 같은 인물이 대한민국에 없으리라고 생각지 마라.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윤석열 자신부터 몸의 때를 완전히 벗겨 내야 할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하늘은 자유의 천지다. 북한의 무인기만 자유스러운 것이 아니다. 물론 새떼와 풍선도 마음대로 나른다. 앞으로 북한의 무인기가 아니라 북한 미그기가 인공기를 휘날리며 휘젓고 다닐 날이 오면 어쩔 것이냐.
■윤석열 대통령, 그리고 한동훈 법무장관
권력은 쥐고 있을 때 제대로 써야 국민에게 칭송을 듣는다. 그다음은 싫다고 해도 국민이 제발 더 나라를 이끌어 달라고 애원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성군이 되는 것이고 위대한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고 싶은 생각이 없는가.
대통령이 아무리 북한 무인기 영공침범을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큰소리쳐도 그걸 믿는 국민이 없다. 그만큼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상실하면 정치가는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옛날 성군들은 민심을 살피기 위해 미복(微服. 초라한 옷차림) 차림으로 시중을 돌아다녔다. 그렇게 민심을 소중하게 여긴 것이다. 대통령은 한 번 미복으로 야밤에 다녀보라. 청담동 바에서 첼로 반주에 맞춰 ‘동백아가씨’를 불러도 좋다. 반드시 한동훈을 대동하도록 해야 한다. 둘은 한몸이기 때문이다.
강진구 최영민 ‘탐사’ 기자들이 석방됐을 때 한국을 뒤흔든 박수 소리를 들었느냐. 못 들었을 것이다. 안 들렸을 것이다. 원하지 않았을테니. 그러나 국민은 알고 원한다. 언론이 썩고 망하면 살아남는 나라가 없다. 다시 한 번 목이 터지라 외친다.
강진구 기자. 최영민 PD 만세
판사님도 만세 만만세
사족. 특별 칼럼은 여기서 줄입니다. 읽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만약 제 글이 마음에 드신다면 공유해 주시기 간절히 바랍니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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