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
■태극기 하강식
무거운 가방을 들고 고픈 배를 달래며 터덜터덜 집으로 간다. 황혼이 아름답다. 어디선가 은은히 들려오는 애국가 소리. 국기하강식이다. 걸음을 멈추고 경례한다. 경건해진다. 나라를 사랑한다. 고등학교 때다.
인생의 목숨은 초로(草露)와 같고
조국의 앞날은 양양(襄陽)하도다.
이 몸이 죽어서 나라가 산다면...
아~ 아~ 이슬같이 기꺼이 죽겠노라.
‘충정가’다. 많이 불렀다. 씩씩하게 걸으면서 부르면 신이 났다. 애국심이 절로 솟아난다. 가슴을 울리는 감동. 그러나 이제 기억에 없다. 아니 기억에서 지웠다.
단 하나의 목숨을 버려 폭탄을 안고 적의 토치카(전투용 진지)로 돌격 산화한 군인을 ‘육탄용사’라고 한다. 애국의 상징이다. 일본소년들 중에 많이 있다. 나도 애국자였다.
이 몸이 죽어서 나라가 산다면 아 아 이슬같이 죽겠노라.
아니. 난 안 죽는다고 하겠다. 되질 놈은 따로 있다.
바로 그 시간. 농촌에서 논 갈고 밭 메던 산골 무지렁이들이 총 맞고 죽는다. 죽은 놈 대신 하바드 가서 박사 된 놈은 귀국해 장관이 됐다. 내게서 애국심은 사라졌다.
■천국과 지옥
나라 사랑, 국민 사랑. 세금 내고 빠따 맞으며 군대 다녀왔다. 쥐꼬리 월급으로 처자식 먹여 살렸다.
애국은 몇백 억 숨겨 둔 놈의 것이다. 산골 무지렁이 쫄병이 산에서 통나무 베다가 군용트럭에 실어 서울로 올려보내면 나무 팔아먹은 장군놈은 국립묘지에서 잘 주무신다.
국회에서 군대 밥 처먹은 놈 몇이나 되느냐. 대통령은 대낮에 술이 덜 깨어 비틀거린다. 마누라의 과거를 아느냐. ‘무능·무지·무식·무모’ 또 뭐가 있느냐. 나라가 망하지 않는 것은 기적이다. 애국심은 사라졌다.
■죄지은 만큼만 벌을 받겠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미친개도 이름을 알 정도로 유명한 놈들이 있다. 하느님만 모른다. 안다면 살려둘 리 없다. 저런 놈들을 살려두니 그게 하느님이냐. 변호사는 살인범도 변호한다. 네놈들이나 변호해라.
성동이란 자가 한 말처럼 혀를 깨물고 죽어야 한다. 변호사협회라는 곳이 있다는데 ‘욱’이란 놈의 비를 세워 교훈으로 삼아라.
유명한 술집에서 첼로 반주에 동백아가씨를 부른 놈이 있단다. 국회의원이 폭로했다.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하다. 난리가 났다. 겁을 먹었는지 첼리스트는 거짓말이라고 한다. 기자는 뭐하는 인간이냐. 그럼 노래 불렀다는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은 누구냐. 거짓말이라니까 믿느냐. 내 양심은 안 믿는다.
이 나라에는 귀만 있으면 된다. 말로 전하면 죄가 된다. 벼락 맞을 두 인간은 둘째가라면 통곡할 것이다. 모두가 공부 많이 한 놈들이다. 나쁜 짓도 많이 한 인간들이다. 인간이란 말이 아깝다. 하느님도 못 믿는다. 벼락 맞을 놈들이다.
■애국이 무엇인가.
나라를 사랑하는 것은 애국이다. 미국에 갔던 친구가 너무나 외로워 죽겠는데 지나가던 두 청년이 ‘저거 엽전 아냐’하더란다. 그냥 달려가 두 손 꽉 잡았단다.
“네. 엽전입니다.” 눈물을 쏟았단다. 내 동포, 내 나라, 내 민족. 이태원 참사 현장을 보며 ‘여기서 그렇게 많이 죽었단 말이야.” 이건 개가 한 소리가 아니라 대통령이 한 말이다.
제 발로 구경하고 제 놈이 깔려 죽었는데 국가가 무슨 책임을 지느냐는 의미냐? 개소리다.
인간에게는 도리라는 것이 있다. 도리를 모르면 짐승이다.
■나보고 미국에 오란다.
이민 간 친구가 있다. 전화가 왔다. 이민 오란다. 왜 거기서 사느냐. 거절했다. 이 땅에서 죽는다. 자살해도 내 땅에서 죽는다. 조국과 아내 때문이다. 조국은 내 영혼이다.
이렇게 무능한 정부를 본 적이 없다. ‘무능·무지·무식·무모’ 하느님이 야속하다. 저마다 안하무인. 대통령을 보좌한다는 저런 못난 자들을 본 적이 없다. 아는 건 치부와 모략과 아부, 아첨뿐이다.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느냐.
애국심이 사라졌다. 슬프다. 애국심아. 언제쯤 돌아오려느냐. 내가 죽은 후라도 꼭 좀 돌아오려무나.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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