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인천에서 제주로 가는 대형 여객선 세월호가 뒤집혀서 3백명에 가까운 사망자와 실종자를냈다. 아직도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수많은 실종자 중에는 수학여행을 가던 꽃다운 젊은이들이 많아 보는 이의 가슴을 더욱 아리게 한다.
이 차중에 가장 눈이 들어온 것이 선장의 생존이다. 그것도 일찌감치 생존자의 명단에 포함되었다고 한다.
(사진 - 정의당 정진후 의원실 제공 영상 캡처)
수많은 학생들을 구하고 자신은 제일 마지막에 나오겠다던 꽃다운 나이의 여승무원의 죽음 그리고 친구에게 구명조끼를 벗어주고 자신은 멀고 먼 하늘나라로 간 학생, 아니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던져 동료와 다른 승객들의 목숨을 구한 알려지지 않은 많은 이들의 선행과 너무도 대조적이어서 그 소식을 접하는 우리는 몸속의 피가 솟구치는 것 같다.
1993년 서해 훼리호 참사 때는 선원 모두가 배와 함께 침몰했는데 이번 세월호 사건의 경우 절반이 넘는 선원들이 구출된 반면 구출된 승객은 30% 남짓이라고 하니 한탄이 절로 나온다. 왜 이런 변화가 생긴 것일까?
최근 들어 우리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 중에 “리더십(leadership)”이라는 단어가 있다. 그런데 이 리더십은 ‘leaden'이라는 말에서 왔다. 그 말의 뜻은 A 지점에서 B 으로 무엇인가를 옮긴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리더(leader)는 원론적인 의미에서는 “A의 상태에서 B의 상태로 인간이나 조직 혹은 그 무엇을 옮기는 사람”을 의미한다.
아마도 리더십(leadership)이 이렇게 “변화를 만드는 기술”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어떤 리더십 전문가들은 ’leadership'의 ‘ship'을 원래 뜻 그대로 여객선과 같은 ‘배’라고 주장한다. 왜냐면 여객선이건 비행선이건 배야말로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사람이나 짐을 옮기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ㅁ리더십과 포세이돈 어드벤처
그래서 나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리더십을 가르칠 때마다 리더십에 대한 최고의 영화는 ‘타이타닉’이나 ‘포세이돈 어드벤처’와 같이 배가 침몰하는 영화라고 말해왔다.
앞서 말한 대로 리더십이란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구성원들을 가장 안전하고 빠르게 옮기는 기술이며, 리더란 바로 그 일을 책임지고 하는 사람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마땅히 배의 리더는 선장이고 비행기의 리더는 기장이다.
선장에게 총을 주는 것도 위기 시에 질서유지권을 선장에게 주어서 노약자와 여성들을 더 배려하기 위함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위기 시에 선장과 선원들은 모든 승객들을 안전하게 대피 시키고 난 후에야 살아남을 각오를 해야 하는 것이 순리다.
우리는 그동안 선장은 배가 침몰할 때 제일 마지막까지 남아서 배와 운명을 같이 한다고 들어왔다. 우리가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것일까? 그런데 이번 세월호 침몰에서는 왜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다. 너무도 씁쓸한 이야기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리더가 리더의 사명을 망각해도 별로 놀랄 것 없는 사회가 되었는가? 거기에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리더라고 할 수 있는 정치 지도자와 재계 지도자의 책임은 없을까?
ㅁ보스 실종시대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했음이 자명한 사실로 드러났는데도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사과와 처벌이 없는 나라, 마치 무공천이 새 정치의 핵심인 것처럼 청와대 앞에까지 가서 시위해 놓고, 며칠 뒤에 공천을 선언하고 마치 선거에서 이기기라도 한양 의기양양한 야당의 정치인들.
감옥살이를 하루에 5억 원으로 계산해 주는 온정인 넘치는 판사님, 자신이 책임자로 있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폭력으로 죽어나가도 교육감인 남편의 선거에만 올인한 교육자, 선객들의 안전은 뒷전으로 하고 배의 구조를 바꾸고 무리하게 운행하는 자본가들.
다시 말해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이 바로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무책임과 몰염치의 근본적인 원인이 아닐까? 한 마디로 세월호의 침몰은 우리 사회의 리더십의 침몰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칼럼리스트 윌리엄 테일러는 ‘보스가 사라진 세상’에 대한 책을 썼다. 그가 말한 것은 누군가 위에 군림하는 보스와 같은 리더가 사라진 것을 말한 것이지 리더십이 필요치 않다는 것을 말한 것은 아니다. 그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더 많이 구성원들에게 친절하게 이해시켜주는 리더십이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세월호의 선장처럼 승객들에게 그 자리를 지키라고 말해 놓고 선원들 몇 명에게만 위험을 알려 피신하는 그런 몰염치한 리더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김형주 전 서울시정무부시장 / 팩트TV 술술인터뷰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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