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
■과욕을 범죄다. 분수를 차려라.
사람마다 욕심은 있다. 욕심이 없다면 성인군자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욕심의 적정성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다. 옳은 말이라고 늘 생각한다.
과거 내가 운동선수였을 때 욕심을 부리느라고 초반부터 힘을 썼다. 낭비였다. ‘오버페이스(over pace)’라고 한다. 결과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마라톤에서 잘 달리던 선수가 갑자기 중간에서 엉긴다. 결국 중간 기권이다. 더 뛸 힘이 없다. 오버 페이스다. 사람이나 짐승이라 능력껏 살아야 한다. 능력을 과신하거나 과소비를 하면 반드시 낭패를 당한다.
■왜 이렇게 불안한가.
아침에 눈을 뜨면 자는 동안에 또 무슨 사고가 터지지 않았는가 하는 걱정이다. 이 나이가 되도록 하룻밤이 이토록 무사하기를 바란 적이 일찍이 없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지만 이건 해도 너무 하다는 생각이다.
인간이 앞일을 보는 눈이 없기에 망정이지 그런 능력이 있다면 누가 이 세상에 태어나려고 하겠는가. 어느 철학자가 했다는 말이 귀에 깊이 박힌다.
‘가장 행복한 것은 세상에 태어나지 않는 것이고 그다음 행복은 태어나자 바로 죽는 것이다.’
참으로 끔찍한 행복이다. 왜 이런 끔찍한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어제 늙은 아내가 외출했다가 돌아왔는데 눈이 부어 있다. 가슴이 덜컹. 무슨 일일까.
‘여고 동창을 만났는데 아무개 있잖아요. 너무 가엾어서 말도 못하겠어요.’
어느 새 아내 눈에는 눈물이 고인다.
친구 딸 친구가 지방에 사는데 ‘핼러윈’ 구경한다고 서울에 올라와 자기 집에서 묵었단다. 한데 구경을 갔다가 참사를 당했다는 것이다. 자기 딸은 무사했는데 꼭 죄를 진 것 같아서 견딜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 많은 사상자 가운데 어떤 사연을 없겠는가. 다만 귀한 생명을 잃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도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어서 그냥 멍하니 있었다.
살아 있는 생명은 어느 것이든 귀하지 않은 것이 없다. 옛날 어느 스님은 나막신을 신지 않고 항상 짚신을 신었다고 한다. 나막신에 깔려 생명을 잃는 생물이 있다고 걱정한 것이란다.
■책임 있다고 나서는 자는 어디에도 없다.
나라 전체가 이태원 참사로 초상집이다. 어느 누가 참사를 바랐겠는가. 그러나 사회생활에는 각자가 맡은 책임이 있다. 그 책임이라는 것이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며 설사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최소화하는 것이다. 국민은 이태원 참사의 책임규명을 위한 과정에서 소위 정부의 관리라는 자들의 행위에 분노하고 있다. 파렴치라고밖에 할 수 없는 그들의 황당한 궤변을 들으며 저들을 믿고 살아야 하는 국민이 한없이 가엾다.
참사의 문제점이 발견되면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빠져나가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친다. 그 모습이야말로 처참의 극치다. 책임질 자는 하나도 없다. 죽은 사람만 죄가 된다는 결론이다. 태어난 게 죄인가. 그게 치안을 담당해야 하는 관리들의 자세인가.
이들을 믿고 살아야 하는 국민이 얼마나 불쌍한지는 이미 여러 번 언급했다. 능력이라고는 사고 치고 도망가는 것밖에 없는 자들에게서 국가경영의 능력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래서 능력 없는 자의 지도자 행세는 범죄라는 것이다.
대통령이 참사 발생 후 조화만 들고 왔다 갔다 하면서 사과 한마디 없다가 6일만인가 사과라고 했다. 얼마나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사과이기에 이토록 뜸을 들였는가. 아니면 시중에 소문대로 지금이 사과의 적기라고 도사님이 말씀하셨는가.
■누가 진짜 대통령이냐.
혼란한 시기일수록 유언비어는 풍성하다. 그러나 이 유언비어가 실은 사실인 경우가 많으니 기가 막힌다. 한국의 대통령은 누구인가. 한국에는 몇 명의 대통령이 있는가. 윤석열은 합법적인 대통령이다. 다음은 누구인가. 어느 장관이 대통령 행세를 한다고도 한다. 또 다른 대통령 하나는 말하지 않아도 누구인지 다들 알 것이다. 그리고 또 있다. 정신적인 대통령이라고 하면 되는가.
도사가 하나 있다. 하늘에 궁전을 가지고 있어서 천공인가. 어쩌다가 나라가 이렇게 됐단 말인가. 나라가 이 꼴이 되기도 힘들 것이다. 멀쩡한 청와대 두고 이사 간다고 법석을 떨더니, 참사 당일 이태원 현장에는 경찰이 몇 명이었나.
국회 국정감사에서 관리들의 대답을 들으며 입에다가 무엇을 퍼 넣어야 할지 생각했다. 관계자들의 답변을 들으며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저토록 충성스러운 충신들이 있으니 아무 걱정 없다고 안심했을까.
■‘웃기고 있네’
오늘의 한국 정치를 보고 있으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할지 무척이나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 특히 국회를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국회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국민의 대표들이 모여서 국사를 논의하는 곳이다. 그냥 국사가 아니다.
국회에서 의원들이 하는 발언들은 모두가 중요하다. 그뿐이 아니다. 국회의원들이 작심하면 대통령도 쫓아낼 수 있다. 탄핵이다. 이런 어마어마한 권한을 가진 국회의원이기에 정치를 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해보고 싶을 것이다.
무슨 얘길 하려고 이렇게 설명이 긴가. 김은혜 얘기를 하고 싶어서다. 김은혜가 오래간만에 국민 속을 시원하게 해 주었다.
‘웃기고 있네’
짧은 한마디지만 이렇게 의표를 찌르는 말을 할 수 있다니. ‘웃기고 있네’라는 말은 나도 꼭 하고 싶은 말이다. 아니 국민이 모두 하고 싶은 말이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 줘서 감사하다.
능력 없는 자가 권력을 쥐면 고통을 받는 사람이 많게 된다. 차라리 웃기기라도 한다면 천만다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마음 한구석이 다시 아파져 온다. 어쩌다가 나라가 이 지경이 된단 말인가.
능력이 없는 자가 과욕을 부리면 범죄가 된다는 믿음을 버릴 수가 없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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