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쪽지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이기명 칼럼] 이런 나라를 믿고 살아야 한다니
살아도 산 게 아닌 목숨
등록날짜 [ 2022년11월02일 10시01분 ]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이기명칼럼】
■이게 사람 사는 것인가.
 
잠이 깼다. 겨우 10분쯤 잤구나. 그동안 꿈속에서 헤맸다. 어딘지도 모를 지옥 같은 곳을 울면서 헤맸다. 재난의 연속이다. 여기를 보아도 죽음이고 저기를 보아도 죽음이다. 살아 있는 것이 없다. 광장에 널려 있는 죽은 사람들. 내 자식은 어디 있단 말이냐. 다시 정신을 잃는다. 꿈에서 깬다. 현실과 재난이 섞여서 어지럽다. 
 
그렇게 밤새 꿈과 현실 속을 헤맸다. 먼동이 터온다. 보이지는 않고 귀만 때리는 통곡소리. 지난 19일 밤 이후 사는 것이 사는 것 같지가 않다. 날밤을 새운다. 아침에 밥상을 앞에 놓고 멍하니 앉아 있다. 자신이 살아 있는 것 같지가 않다. 정신적 불구가 된 것 같다. 트라우마를 수없이 말했지만, 내가 지금 겪고 있는 것이 바로 그 트라우마로구나. 
 
원망스럽다. 6·25에서도 살아남은 목숨인데 왜 지금껏 살아 이 참사를 견뎌야 하느냐. 
 
■나는 현장에 없었다.
 
럭비선수 시절. 밀고 밀치는 스크럼 속에서 가슴에 충격을 받아 호흡이 멈춘 적 있다. 숨을 못 쉰다. 선수들이 가슴을 누르며 심폐소생술을 한다. 이러다가 죽는구나. 사실 19일 밤. 이태원 해밀턴호텔 옆 골목에서 수많은 생명이 내가 경험했던 그때의 경험을 했을 것이다. 나는 살아났지만, 그들은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났다. 삶과 죽음의 거리는 이렇게 가까운 것인가. 그러나 의미가 다르다.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 그렇게 수백 명의 목숨이 사라졌다. 
 
천재지변(天災地變)은 아무도 피할 수 없는 재난이라고 한다. 그럼 이태원 참사가 천지변인가. 그렇다 하더라도 국민은 할 말이 있다. 인간의 힘으로 막지 못할 재난이라 할지라도 국민은 보호받아야 한다. 누가 보호를 하는가.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 대통령이 보호해야 한다. 약속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미 참사가 발생하기 4시간 전, 경찰에는 압사 우려에 대한 수많은 경고제보가 들어왔다. 설마 했느냐.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속담도 모르느냐.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입 닥쳐라.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작두 위에 목을 늘이고 국민의 처분을 기다려야 한다.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그것은 속으로나 할 말이지 국민에게 할 말은 아니다. 공직자들은 무조건 빌어야 한다. 천재지변이라 할지라도 공직자들은 국민께 빌어야 한다. 더구나 이미 사고 4시간 전 국민은 위험을 알았다. 이건 참사를 방치한 것이나 다름없다. 대통령은 대답해 보라.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을 길이 없다. 이걸 나라라고 믿고 살아야 하는 국민이 너무 불쌍하다. 죽을 날 멀지 않았다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게 사람이 할 생각이냐.   
 
욕하면 먹고 때리면 맞아야 한다. 어떤 책임이라도 피할 수 없다. 너희 자식들이 죽었다고 생각을 해 보라. 숨도 못 쉬고 죽어갔을 그들을 생각하며 어떻게 살아간단 말인가. 남은 인생을 어찌 살아간단 말이냐. 
 
제 명을 다 살고 죽어도 죽는 것은 서럽다. 피어나지도 못한 10대들이 죽었다. 내 잘못 하나도 없이 죽었다. 이런 나라를 이런 지도자들을 믿고 살아야 한단 말이냐.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영상제보 받습니다]
진실언론 팩트TV가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받습니다.
뉴스 가치나 화제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영상을 (facttvdesk@gmail.com)으로
보내주시면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
올려 0 내려 0
이기명 논설위원장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트위터로 보내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이기명 칼럼] 국호 변경 ‘트라우마 공화국’ (2022-11-04 11:32:04)
[이기명칼럼] 나라 망할 징조냐 (2022-10-31 13:5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