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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칼럼] 나라 망할 징조냐
등록날짜 [ 2022년10월31일 13시58분 ]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이기명칼럼】
■나라가 망할 징조인가.
 
신하가 왕에게 아뢴다.
 
“상감마마, 몇 해 동안 나라에 가뭄과 홍수가 지고 역병이 돌고 있사옵니다.”
“짐도 알고 있다.”
“민심이 흉흉하고 온갖 소문이 난무하옵니다.”
“그러니 어찌했으면 좋겠는가?”
“자고로 선현들이 일렀으되 나라에 흉사가 겹치면 상감이 하늘에 제를 올리고 용서를 빌었습니다.”
“용서를 빌다니. 그럼 모든 게 짐의 과실이란 말인가?”
“그게 아니오라...”
“괘씸한지고. 나라의 흉사를 짐의 탓으로 돌리다니.”
 
간신들은 왕의 곁에 붙어 앉아 충신의 진언을 성토했다. 왕은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날 밤 궁에선 간신들과 절세궁녀들이 술판을 벌였다. 왕은 바가지로 술을 마셨다. 간신들도 덩달아 만취했다.
 
■지도자의 진심
 
고사에 하나둘이 아니다. 왕은 쌀밥과 고깃국을 멀리했다. 술은 단연 금주다. 비단옷 대신 삼베옷을 입었다. 잠은 거적 위에서 잤고 왕비는 옆에 얼씬도 못 했다. 하늘에 빌고 또 빌었다. 모두가 자신의 잘못이니 벌을 자신에게 내려 주십사. 백성이 무슨 죄가 있나이까.
 
왕의 반성은 전국으로 퍼졌고 백성은 왕의 진심을 헤아려 부지런히 일하고 못을 파서 가뭄을 이겨냈으며 둑을 막아 홍수를 막았다. 이렇게 고난은 극복되었다. 백성은 하늘이라 했던가. 성군의 모습이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혹시나 어떤 묘한 연상을 할지도 모른다. 그건 자유다. 
 
■귀신놀이에 목숨이 사라졌다.
 
‘할로윈’ 이 귀신놀이에 우리 국민 수백 명이 죽고 다쳤다. ‘이태원 참사’ 비극이 벌어지던 그 시간 글을 쓰고 있었다. 그 보도를 보고 사망자 소식을 들으면서 글을 쓸 수가 없었다. 그런데 내 추한 모습의 일면이 드러났다. 우선 내 가족들은 무사한가. 혹시 아는 사람은 없는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순간 내 추한 모습에 구역질이 났다. 사람마다 구경 좋아하는 것이야 도리가 있으랴. 하지만 내 주위만 생각하다니.  
 
원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경찰의 임무가 무엇인가. 사고의 예방이다. 그 해밀턴호텔 옆 골목은 나도 지나봤다. 그 좁은 골목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엉켜있었다니...그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내 숨도 막힌다. 
 
다시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하늘이 우리를 망하게 하는 것인가.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는데 정권의 불행이 그들 잘못이라고 여기는 국민들은 혹시 없을까. 심야의 청담동 고급 바에서 술판을 벌였다는 고위관리들과 특수층들.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도 동석했다는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 소문들. 국민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도사인지 무당인지 하는 자들의 개소리가 맞아떨어진다는 시중의 소문을 들으며 이것이 이 나라를 불행으로 빠트리는 징조가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민심은 천심이라 했던가.
 
민심을 잃은 지도자는 견디지 못한다. 끔찍한 사고가 난 후 나도는 소문들. 그게 모두 벌을 받았다는 식이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교육부 장관 후보자란 자가 영부인 논문 표절문제에 대답하는 것을 들으면서 한마디씩 욕 안 하는 국민을 보지 못했다.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이름이 뭐냐 광고 좀 해주자. 세상이 다 아는 표절이다. 왜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 못하는가. 이를 숨기려는 치사한 모습이 정권에 대한 불신과 증오를 가중시킨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보들이란 말인가. 판사·검사를 했다는 자들이 입은 왜 달고 다니는가. 옳은 소리 한마디 못하는가. 
 
수백 명 국민의 불행을 보고 밤잠을 설쳤을 대통령의 꺼칠한 얼굴을 보고 ‘어제 어지간히 술 드신 모양이군’이라고 비웃은 국민의 소리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현장을 돌아보는 대통령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말이 기막히다. 
 
“여기서 그렇게 많이 죽었다고...”
 
방송으로 나간 목소리다. 꼭 죽었다는 말을 해야 하는가. 다른 표현은 할 수가 없었는가. ‘죽음’을 ‘사망’으로 표현하면 안 되는가. 그 수준이 너무 기가 찬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대통령 교양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정부인가. 알아듣고 전달만 된다고 말이 아니다. 
 
감투나 쓰고 벼슬길만 잘 달리면 그것으로 만족하는 한국의 고위 관리들.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나 다를 것이 무엇인가. 국회에서 질문하고 답변하는 인간들을 보면 교육이라는 것이 왜 필요하고 국회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비행기가 추락한 것도 아니고 열차가 탈선한 것도 아니다. 이번 이태원 참사에 책임을 면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연습이라도 한 번 사표를 내 보거라.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그리고 경찰청장과 관할 경찰서장. 이들이 자발적으로 사표를 낸다면 대통령보다 낫다는 소리를 국민들이 할 것이다. 그런 소릴 한 번 듣고 난 후 죽고 싶지 않으냐.
 
■염치없는 인간들
 
감히 라고 해도 좋다.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자들은 모두 대통령 꿈을 꾼다고 한다. 꿈이야 무슨 상관이 있느냐. 나도 한국 축구 대표선수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 꿈이었다. 아주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그만큼 어렸을 때 평가를 받았으니까. 그러나 그게 어디 맘대로 되느냐. 6·25전쟁이란 훼방꾼이 내 꿈을 좌절시켰고 나는 단념했다.
 
어떤가. 윤석열의 (대통령 되기 전) 꿈은 무엇이었을까. 좋은 아버지를 둬서 걱정 없이 성장했고 대학도 서울법대를 나왔다. 그러나 재수가 없었는지 실력이 모자랐는지 고시는 9수 끝에 합격했다. 좌우간 그는 검사가 됐고 검찰총장도 했다. 어떤가. 윤석열은 대통령의 꿈을 꾸고 있었을까. 
 
그는 대통령이 됐다. 솔직히 말해서 내 생각은 그렇고 그렇다. 그렇다는 의미는 알아서 해석하기 바란다. 어쨌든 그는 현직 대통령이다. 지지율이나 인기는 국민이 다들 알겠지만, 최고의 자리를 누렸고 누리고 있다.
 
김건희 여사도 그렇다. 아니 더는 김 여사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왜냐면 이런저런 얘기는 결코 자랑스럽거나 영광스러운 것이 안 되고 자신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다만 국민은 두 분 모두 자신들이 누려야 할 최고의 영광을 누렸고 그 이상은 바라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란 생각을 할 것이란 생각을 한다.
 
인간의 욕심이란 한이 없고 끝이 없다고 하지만, 과하면 부족함만 못하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유식한 말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글이 너무 길었다. 아무리 길게 써도 할 말을 다 할 것 같지는 않다. 그냥 죽을 때까지 내 가슴은 아플 것이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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