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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칼럼] 나는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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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22년10월28일 11시19분 ]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이기명칼럼】 쓰기 전에 양해를 구할 것이 있다. 기자들을 대상으로 글을 쓰니 미리 겁나서 그런 줄 알지 모르지만, 절대로 그런 것은 아니다. 귀에 거슬리는 말이 있어도 이해를 부탁한다. 죽을 날이 머잖은 선배라고 생각하면 된다. 
 
성경 말씀부터 공자·맹자에 이르기까지 뼈와 살이 되는 말이 있는가 하면 한마디에 패가망신과 미친개 취급을 당하는 말도 있다. 한마디 말도 천금같이 하라고 했다. “혀 깨물고 죽으라”같은 말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
 
■내 말이 나를 죽인다.
 
기자들 사회에는 전설 같은 얘기들이 많다. 생사를 넘나드는 무용담, 포복 졸도할 만용도 있다. 일제때 얘기지만 견습이 경찰서에 처음 출입하면 제일 먼저 서장실에 인사하는 데 문은 반드시 발로 차서 열었다는 것이다. 기개를 살린다던가.
 
목이 잘릴 압력이 들어와도 기자의 할 일을 포기하지 않았다. 보도해야 할 사건이면 목숨을 던졌다. 대통령 문제가 걸려있다면 그건 기자로서 큰 문제다. ‘워터게이트’사건 같은 것이다. 기자가 아니라 대통령 목이 날아갔다. 취재한 ‘밥 우드워드’ 기자의 이름은 언론역사에 기록되어 있다. 우리도 그런 기자는 안 나오는가.
 
어느 언론평론가가 내게 묻는다.
 
“선배님. 아무개 의원 잘 아시죠.?”
“잘 아는 의미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교분이 있네. 왜?”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저와는 대학동창인데요. 그 친구가 이번 국감에서 그 의원님의 감사를 받게 됐습니다.”
“.... 적당히 넘어가 달라는 말인가?”
“그게 아니라...”
“오늘 얘기는 못 들은 것으로 하겠네.”
 
이것으로 끝났다. 멋지다. 다음부터 그 친구를 만나면 어색해했다. 이유를 알 것이다. 세상이 넓다지만 한 다리 건너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우리 사회가 그런 사회다. 이것이 좋은 것인가. 사람은 일단 알고 나면 모른 척할 수 없다. 그게 인간이고 기자들도 같다.
   
■국회라는 이름의 정치판
 
정치판을 좀 안다고 할 나의 체험으로 웬만한 사건은 거의 알고 있다. 국민은 버린 채 도망이나 치고 야당의원들 잡아다 주리를 튼 이승만 같은 인간도 있고 박정희·전두환·박근혜 같은 인간들이 대통령을 했다. 좀 더 사람 같은 대통령을 오매불망 기다렸지만, 인간의 소망이라는 게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능력 없다고 공인된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 됐다. 임기가 제법 남았으니 기다려야지. 인간은 열 번 된다지 않던가.  
 
국회를 정치의 꽃밭이라고 한다. 얼마나 더럽게 핀 꽃들이 많은가. 입이 고약한 친구는 사람 같은 인간을 골라내라면 열 손가락도 채우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설마 그러기야 하겠느냐. 슬픈 얘기다.   
 
“아버지가 국회의원이 되면 나라가 망하고, 떨어지면 집안이 망한다.”
 
몇 번인가 한 얘기다. 어릴 때 친구 중 아버지가 국회의원인 녀석이 있었다. 그 녀석의 예언대로 집안이 망했다. 나쁜 일은 겹친다고 아버지도 작고했다. 망한 것이다. 
 
인간의 운명은 알 수가 없지만, 정치라는 것이 그런 것이다. 잘만 하면 역사에 이름이 남지만 씻기지도 않을 오물로 남는 이름이 얼마나 많은가. 국회에서 지금 큰 소리 땅땅 치는 자들은 어떤가. 바로 저자! 저자! 말이다. 사람부터 되어야 한다. 어디 몇이나 되는가. 
 
■세상에 믿을 놈이 있더냐
 
이재명 최측근이라는 ‘김용’이 돈을 받았다고 체포됐다. 유동규라는 자가 자백을 했다는데 믿지 않는다. 자백은 무슨 얼어 죽을 자백이냐. 이로우면 애비라도 팔아먹을 정치판인데 무슨 소린들 못하겠느냐. 마음만 먹었다 하면 도둑놈 하나 만들기는 식은 죽 먹기다. 모두가 경험에서 나온 소리다.
 
장담하건데 돈 받아먹고, 돈 갖다 바치고, 공천받고 감투 쓴 놈들이 주위에 수두룩하다. 세상사 원래 온갖 잡놈들이 섞여서 서로 잡아먹고 사는 세상이다. 지금 불려다니는 왕년의 장관들과 별들은 기가 막힐 테지만, 세상사 원래 그런 법이니라. 오늘은 장관이지만 내일은 콩밥이다.
 
지금 검찰에서 목에 힘주고 하늘 높은 줄 모르시는 양반들도 바로 발밑이 천 길 낭떠러지인 줄 누가 알 수 있으랴. ‘혓바닥을 깨물고 죽으라’ 큰소리치는 놈이나 강남 고급 주점에서 첼로연주 들으며 양주 처마시고 ‘동백아가씨’를 불렀다는 놈이나 아니라고 펄펄 뛰지만, 사실은 언젠가 꼭 드러나기 마련이다. 내게 이로우면 배신은 식은 죽 먹기라는 것을 명심해라. 서로 배신하면서 미소 짓는 인간을 보는 신의 마음 역시 편하지 않으리라.
 
기자를 무관의 제왕이라고 한다. 설사 왕관은 쓰지 못했어도 가슴에 간직한 덩어리가 있다. 자존심이다. 아무리 악덕 기자라 할지라도 기자라는 자존심은 버릴 수가 없다.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도둑놈도 양심은 있다’ 내가 자주 인용하는 말이다. 요즘 세상에 기자를 존경하는 국민이 몇이나 되겠는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놈이 그놈이라고 욕을 할지도 모른다. 아니 할 것이다. 그러나 기자에게 남은 마지막 한마디 남은 것이 있다.  
 
■나는 기자다
 
“나는 기자다.” 매우 중요한 말이다. 어렸을 적에 무척이나 기자가 부러웠다. 1·4 후퇴 후 한강 건너기가 그토록 힘들었는데 군복 걸친 젊은 친구가 패스포트 쓱 보이면 그저 통과다. 나중에 물으니 기자란다. 내가 확인은 못했지만 기자는 하늘 위에 있었다. 어디 그 뿐이냐. 기자도 아니면서 방송국에서 밥을 먹을 때 방송국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특권계급이다. 통금이 무슨 상관이냐. 
 
술이 잔뜩 취해 교통에 걸렸다. 내게 내리라더니 운전대를 잡는다. 끌려가는구나 했는데 그 친구 고맙게도(?) 손수 운전해서 집에까지 데려다 주지 않는가. 으쓱했지만 술 깬 다음 날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양지를 찾아서’라는 새마을 프로는 힘 좀 썼다. 당시 도지사는 현역대령이다. 적당히 취재를 마치면 일찌감치 부어라 마셔라. 곁에는 꽃(?) 같은 미녀다. 
 
회사로 돌아오는 양복 주머니가 무겁다. 난 그냥 취재 나온 병아리 PD다. 대령 계급장의 도지사님은 깍듯이 내게 ’기자님‘이다. 기자 만세. 죽어도 기자가 돼야지. 내 결심이었다.
 
집안에 기자가 많았다. 자식놈도 기자. 사촌은 대언론사 편집국장과 논설위원. 사촌 동생은 일류대학 언론학 교수다. 언론계를 모른다면 난 천하의 사기꾼이 될 것이다. 
 
■기자와 촌지
 
이름이 참 좋다. 촌지다. 뇌물이 아니고 촌지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면 비서가 봉투를 준다. 당연히 받는다. 명절 때가 되면 한 바퀴 돈다. 수금하는 것이다. 대목이다. 
 
눈을 감고 조용히 생각한다. 얼마나 내 손은 봉투를 많이 받았던가. 그러나 문제는 봉투가 아니다. 나라의 정책이 이리 바뀌고 저리 바뀐다. 없던 죄가 중죄로 되고 중죄가 무죄가 된다. 지금 정치판이 시끄러운 정치자금은 거짓인가 진실인가. 기자는 알 것이다. 강남 고급주점 고위관리들의 음주는 진짜냐 가짜냐. 기자는 알 것이다.
 
오래 전, 명절이 내일인데 아끼는 후배 기자가 있었다. 올챙이 기자라 누가 챙겨주지도 않을 것이다. 그를 불렀다. 그는 거절했다. 
 
‘선배님의 마음은 잘 압니다. 하지만 제가 이걸 받으면 다음부터 제가 선배님을 떳떳하게 만날 수가 없습니다.’
 
그에게 촌지를 줄 아무런 이유도 없는 내 순수한 호의를 거절한 젊은 후배를 나는 지금도 존경한다. 
 
언론계의 전설처럼 되어 있는 ‘애걔 겨우 요거야?’ 어느 스포츠 기자가 촌지 봉투를 뜯어 보이며 한 소리다. 이제 촌지 관행은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얼마나 다행인가. 배에서 쪼르륵 소리가 나던 가난한 시절에 기자들은 무척이나 고생했다. 광화문 동아일보 길 건너 판잣집에서 막걸리나 소주를 외상으로 마시던 우리 선배들. 그들의 기개는 대단했다. 우리 젊은 애들은 재벌기업의 언론사 기자들은 눈 아래로 봤다. 가난이 자랑은 아니지만 말이다.
 
■기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도둑놈이 어느 집에 들어갔다. 독이 텅 비었다. 한 놈은 재수 없다고 했다. 헌데 한 놈은 이미 털어 온 쌀자루를 털어 가난한 집 독에다 부었다. 무슨 짓이냐고 힐난하는 놈에게 독을 채운 도둑이 하는 말이다.
 
“임마. 도둑도 양심은 있다.”
 
기자는 존경을 받는가. 존경받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오늘의 현실을 보도하는 기사를 보며 가슴속에서 고개를 드는 말이 있다. 기자는 죽었다. 무엇을 말 하려는가.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 가자는 판단능력이 없는가. 
 
절반 이상이 텅 빈 의석을 보면서 시정연설 하는 대통령. 그의 심정은 어떨까. 다음 날 언론은 기사가 많다.
 
무능·무력·무대책, 일컬어 ‘3無’라고 한다. 한쪽에서는 박수. 한쪽에서는 규탄. 무엇이 옳은가. 무엇이 틀린가.
 
아는 자가 있다. 기자는 안다. 대통령은 몰라도 기자는 안다. 비록 양심이 썩었다는 비난을 받더라도 기자는 기자다. 정의와 평화와 나라 사랑. 기자들 가슴에 큰 덩어리는 바로 그것이다. 기자가 비록 욕을 먹더라도 가슴속에 자리 잡은 큰 덩어리. 그 덩어리가 이 세상의 희망이 되는 것이다.
 
‘나는 기자다’ 그렇다. 기자는 희망이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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