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 10월 22일 아침. 지하철을 내려 사무실로 향했다. 민주당사 인근에 사무실이 있다. 사방이 시끌벅적. 전쟁통이다. 총만 들었으면 벌써 몇 놈 죽었을 것이다. 욕설의 총동원이다.
원수들의 싸움이다. 싸우는 자들은 누구냐. 모두 한국말을 쓰고 같은 얼굴이다. 다만, 나 같은 늙은이들이 많다. 5분도 머물지 않았다. 경찰의 호위를 받은 사복들. 검찰 특수통 수사요원들이다.
법이란 이름으로 민주당사가 압수수색을 당한다. 법이라는데 무슨 도리가 있느냐. 그러나 민주당은 용인하지 않는 것이다. 이쯤 되면 무슨 일로 이 난리가 벌어지는지 똑똑한 국민은 잘 알 것이다. 수색영장 제시는 몇 번이나 했는가. 적어도 3번은 해야지. 삼세번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민주당의 주장이다.
힘센 놈이 왕이다. 수색해서 뭘 가져가는지는 나 같은 늙은이는 알 수가 없다. 한 늙은이의 저주가 터진다. ‘빨갱이놈들은 모조리 죽여야 돼’ 어! 빨갱이? 민주당원인 나도 뿔이 났다. ‘민주당 사람들이 빨갱이냐?’ 힐끗 날 쳐다보는 눈동자. ‘빨갱이면 고소를 해. 소리 지르지 말고.’ ’아 주사파 아니냐.?‘ 그놈의 주사파. 김문수가 큰 일했다.
■윤석열 대통령 각하의 시정연설
민주주의의 장점을 꼽으라면 다수결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는 고사하고 0.0000분의 1이라도 앞서면 당선이다. 그 때문에 선거에서 단 1표라도 더 얻기 위해 눈을 까뒤집는다. 윤석열이 턱걸이 당선이라고 무시하는 사람이 있지만, 상관이 없다.
대통령 선서를 하는 순간 하늘 아래 최고가 된다. 그의 어마어마한 권력이야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다. 누가 감히 그의 앞에서 고개를 똑바로 들 수 있으랴. 능력이야 어떻게 평가를 받아도 좋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유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객담 줄이고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듣는다고 했다. 새삼 설명하지 않아도 시정연설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시정연설을 통해 국정철학을 밝힌다. 시정연설은 여·야 의원들과 언론이 총집합 한 가운데 대통령으로는 최고의 광을 내는 날이다. 그런데 마가 끼었다. 여당보다 의석수가 많은 야당이 불참을 선언한 것이다. 이유가 뭔가. 여기서 그 이유를 설명하면 잔소리다. 여당 정진석이 설명하는 것이 좋겠다. 뺄 거 빼고 보탤 거 보태고 적당히 설명하면 편하니까. 그런 거 잘 하지 않는가.
텅 빈 의사당을 울리는 공허한 대통령의 시정연설. 난 늙고 실력이 없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듣지를 못하지만 똑똑한 국민의 마음은 어땠을까. 쯧쯧쯧. 저것이 바로 무능력이구나.
■대통령이 무능력이라면?
능력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니다. 능력이 없으면 대신할 것이 있다. 국민과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이미 여론조사를 통해서 공개됐고 국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대통령의 대명사는 ‘무능력’이다. 대통령이 무능력이라면 어쩌란 말인가. 무슨 방법으로 장관들을 거느리고 이들을 통솔하면서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단 말인가. 모두의 불행이다. 시정연설을 들으면서 느끼는 공감대. 문제는 심각하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가 어렵고 국제정세도 어렵게 돌아간다. 능력이 있어도 힘들 판이다. 그러나 검증된 무능력이다. 거기에 그를 따르는 자들을 보라. 모두 권력욕에 집착, 바른 정치에는 눈을 감는다. 이미 대통령을 둘러싼 측근세력이 형성되고 이들 중 하나는 안하무인(眼下無人)이다. 국민은 어쩌다가 판별능력 상실한 사람을 선택했단 말인가. 나라의 운명이다. 잠이 안 온다.
최소 득표 차 당선. 그건 그렇다 치고 이제 집권 몇 개월이냐. 지지율이 몇%냐고 묻는다면 자존심이 몹시 상할 것이다. 정치를 잘할 가능성을 물으면 국민은 입을 닫는다.
김건희 여사의 논문표절이니 주가조작이 어떠니 이런저런 말들이 많지만, 그래도 대통령은 영부인과 세계를 누빈다. 외유를 나갈 때마다 말썽은 따른다.
인기라는 것이 자로 재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은 마음속으로 가늠하고 있다. 흔히들 세월은 살같이 간다고 한다. 대통령에 당선된 지 아직 1년도 안 됐고 아직 무지 시간이 남아 있는 것처럼 느껴질지 모르나 세월은 그런 게 아니다. 어디 세월이 나 지금 간다 하면서 가든가. 소리 없이 바람처럼 가는 것이 세월이다.
더군다나 이제 내년이면 총선이다. 어떤가. 국민의 생각은 어떠하신가? 지금도 소수 의석으로 비실비실이다. 하물며 여론대로라면 오는 총선에서는 희망이 별로 없다. 뻔할 뻔 자다.
대통령의 능력 없음은 국민의 불행이다. 국민이 이렇게 생각을 하면 심각하다. 시정연설을 들으며 야당의 불참이 가슴 아프기보다 연설의 담긴 국정철학의 부재가 더 아프다. 진심으로 이를 충고해 주는 충신이 있는가.
민심은 콩가루가 됐다. 파벌은 조각조각. 이를 어쩐단 말인가. 잘못 찍은 손가락을 자른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능력이 없으면 성실하기라도 해라.
아집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세상사 자기 할 나름이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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