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 글을 쓰기가 두렵다. 아니 무섭다. 글을 쓴 뒤 습관적으로 다시 한 번 읽어보게 되는데, 요즘은 쓴 글을 다시 읽기가 겁난다. 저것이 내가 쓴 글이었는가. 전에도 글을 썼고 그렇게 좋은 글은 쓰지 못했어도 요즘처럼 사납고 험악한 글은 쓴 기억이 별로 없다. 나이 먹어 내가 인간이 못 되어가기 때문인가. 죽을 때가 가까워져서 에라 이놈의 세상 될 대로 살자는 자포자기의 심정일까.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당선작가도 했고 글도 곧잘 쓴다는 평가도 받았으며 할 말 제대로 한다는 찬사도 들었다. 한데 이제 스스로 험악한 글로 자책을 하다니. 많이 괴롭다.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절친에게도 물어보았다. 친구가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본다. 불쌍한 모양이다. 그렇다. 불쌍하다.
할 말을 하자. 결심했다. 내가 살면 얼마나 더 살랴. 젊은 애들 열 명과 대화해 보면 오늘의 정권은 바뀌어야 한다고 단언한다.
■언론이 세상을 알려주더냐.
국민이 무엇을 아는가. 낙탄 사고가 났을 때 이를 안 국민은 누가 있었던가. 만약 주택가나 폭탄제조공장에 떨어졌다면 어쩌지. 군은 입을 닫았다. 허나 세상에 비밀이 어디 있는가. 낙탄사고를 발표하는 자리에 멀거니 서 있는 고급장교. 그의 잘못이 아니다.
밝힐 것은 솔직하게 밝히는 것이 좋다. 되로 갚을 것을 말로도 못 갚는 어리석음은 인간이 할 일이 아니다. 밝은 태양 아래 세상은 핑핑 돌아가는데 국민은 어둠 속을 헤매고 있다. 국회 안에서 서로 싸우는 치사한 인간들을 묵인하면 이런 기자와 언론은 세상에 존재할 이유가 없다. 언론이 왜 존재하고 기자들은 왜 밥을 먹고 사느냐. 보도하는 기자나 진행자의 말씀은 종잡을 수가 없다. 개가 똥을 쌌다는 말인지 똥을 먹었다는 말인지 알 길이 없다. 이래선 기자들 밥 먹고 사는 것이 용하다.
대통령도 숨겨야 할 일이 있다. 그러나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솔직한 것 이상의 설득력이 어디 있는가. 도올 김용옥 선생의 말씀이다. 왜 지가 잘못하고 MBC 탓을 하느냐. 닉슨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난 것은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국민은 용서 안 한다.
경찰관에게 4만 정의 권총을 채워도 아무 소용이 없다. 총보다는 사람이 먼저다.
집안 정리 깨끗이 해라. 술 덜 깬 얼굴 보기 싫다. 청와대·감사원·검찰. 이 셋을 한데 묶어 한강에 던진다면 어떻게 될까. 어디서 웃는 소리가 들린다. 아는 국민은 다 안다. 희망이 보이는 세상에서 일 년만 살다가 죽고 싶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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