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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국정원의 변화는 국민의 요구만이 아닌 의무
등록날짜 [ 2013년04월29일 10시26분 ]
이기명 팩트TV 논설고문위원
-국정원의 변화는 국민의 요구만이 아닌 의무.-

국민에게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어디 있으랴.
 

이기명 팩트TV 논설고문

인간의 지혜가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자연의 섭리에는 미치지 못한다. 먼 산에는 아직 잔설이 남아있고 찬바람에 귓불이 어는데 문득 스치는 바람결에 봄 냄새가 난다. 뜰에 내린 눈을 치울 때 힘든 고개를 내미는 연약한 풀포기 하나. 봄에 신호다.

지진이 오려면 밀림에 동물들이 먼저 알아차리고 침몰하는 배에서는 쥐들이 난리를 친단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자연의 섭리에는 한 참 뒤진다.

‘미당 서정주’는 그의 시에서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저렇게 울었나 보다’라고 노래했다.

며칠전 칼럼에서 이승만 독재의 3.15 부정선거를 폭로한 박재표 순경의 의거가 4.19의 씨앗이 됐고 권은희 경정의 국정원 대선개입을 은패하려는 경찰고위층의 압력과 관련한 양심선언이 국민들로 하여금 권력의 정치개입 실상을 더욱 명백히 알려주고 정치에 눈치를 보는 권력이 바로 민주주의 최대의 적이라는 각성을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아무리 아니라고 부인을 해도 국민들 가슴에 새겨진 불신의 낙인은 그냥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국정원이 저지른 반민주적 폭거를 어느 국민이 모르랴. 박정희 정권의 중앙정보부로부터 국가안전기획부 국가정보원으로 이어지는 권력의 핵심중의 핵심인 국정원은 국민에게는 두려움의 대상 이외에 기여한 기억이 없다.

김대중 납치사건, 최종길 법대교수 고문치사건, 동백림 사건, 등 나열하자면 끝이 없고 한이 없다. 국정원이 말썽 없이 지낸 기간은 참여정부 5년간이었을 것이다. 국정원장과의 독대를 폐지한 참여정부의 결단을 국정원은 섭섭할지 모르지만 국민은 쌍수로 환영했다. 이유를 설명하면 이 또한 부질없는 헛소리다. 남북간에 충돌도 없었다. 개성공단도 그 시절 만들어졌다.

스스로 변하려는 몸부림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국정원의 이름이 바뀔 때 마다 국민은 기대를 했지만 결과는 늘 같았다. 그리고 원세훈의 국정원은 또 다시 정치개입이란 오명의 굴레를 국정원에 뒤집어 쓰게했다. 아무리 아니라고 부인해도 이미 국정원의 고위간부인 심리정보국장이 검찰에 소환 조사를 받았고 국정원 내부 감찰이 시작됐다고 전한다. 심리정보국도 폐지됐다고 한다.

이것은 분명한 국정원의 변화다. 전 같으면 밖에서 누가 뭐라고 해도 아니라고 부인 한마디면 끝이었다. 정권의 비호를 받는 국정원의 위력 앞에서 여당도 야당도 검찰도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나 국정원의 고위간부가 검찰에 소환이 되었다. 이것은 분명한 변화다. 그냥 변화가 아니라 파격적이고 긍정적인 변화인 것이다.

### 국정원도 변해야 사랑을 받는다.

중앙정보부의 부훈은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한다”로 알고 있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늘에서 국가안위의 최일선을 담담해야 하는 온갖 위험한 일을 감수해야 하는 정보부의 부훈다운 부훈이다. 그러나 국민은 지금까지 어떻게 인식해 왔을까. ‘양지에서 음지를 지향한다’라면 어울린다고 했을까.

정말 억울한 부원들이 많을 것이다. 몇 몇의 정치권력 지향적인 인물들이 국정원을 먹칠해 왔다. 바로 그 먹칠이 요즘 서서히 벗겨지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국정원의 긍정적 변화를 말하면 ‘죽은 나무에서 꽃 피기를 기대하라’는 타박을 듣는다. 항상 입으로만 변화를 말하고 실제로는 늘상 제 자리를 고수한 국정원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변화란 외부와 내부가 함께 노력할 때 명실상부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렇다면 내부와 외부는 무엇인가. 외부는 대통령이고 내부는 국정권장이다. 물론 국민의 소망과 요구가 변화의 동력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점은 이미 국민의 염원으로 증명이 되어 있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오로지 대한민국을 제대로 된 민주국가로 발전시키고 역사에 훌륭한 대통령으로 남는 일이다. 북한처럼 세습을 할 일도 이유도 없다. 그가 민주주의를 확실히 정착시키는 대통령이 된다면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독재자라는 부정적 평가도 많이 사라질 것이다. 민주주의 정착의 핵심이 국정원의 개혁이다. 국정원이 일체 정치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왕대못을 박아두는 일이다. 국정원의 정치개입이 잠시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끝은 비극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잘 알 것이다.

국민들은 지금 남재준 국정원장을 깊은 관심으로 주시하고 있다. 국정원 직원은 퇴직하더라도 증인이나 참고인, 사건 당사자로서 직무상 비밀에 관한 사항을 증언하거나 진술하려 할 때는 미리 국정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심리정보국이 폐지되고 국정원의 고위간부가 검찰에 출석한 것은 남재준 국정원장의 허가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감찰도 시작했고 국정원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과연 믿을 수 있는가.

한 인간이 걸어 온 길을 보면 갈 길도 보인다고 했다. 남재준 원장을 평가하는 사람들은 그를 강직한 군인으로 못 박았다. 육군참모총장 시절 그는 육군본부 구내식당만 이용했다고 한다. 그것이 뭐가 그리 대단하냐고 할지 모르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원칙과 소신이 분명한 남재준 국정원장을 보면서 국정원의 내무 변화를 기대하고 믿는 것은 전혀 꿈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야당에게 당부하는 것도 바로 그 점이다. 아무리 훌륭한 선수도 준비운동이 필요하다. 준비운동을 할 시간을 주자. 지금 이 나라는 국내 불안으로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다. 개성공단에서 짐을 싣고 나오는 차들을 보면서 국민들은 무엇을 생각했을까.

재.보선에서 누가 당선됐는지가 그게 그렇게 중요하단 말인가. 손안에 한 줌 모래만도 못한 존재들이다. 그들의 당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땅의 정치가 어떻게 제 모습을 찾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 중심에 국정원이 있고 검찰이 있다. 검찰이 조사를 하고 국정원이 조사를 받지만 둘이 모두 중요한 변화의 중심에 있다. 심각히 생각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검찰이 채동욱 검찰총장 취임이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국정원도 변할 것이다. 변하지 않고는 국민 불신이 상표인 검찰로 국정원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언론은 그들의 변화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반성해야 할 것이다. 권력의 눈치를 보며 아부 편파 왜곡을 일삼아 온 언론들도 역시 살아남기 위해 뼈를 깎는 변신을 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검찰총장 국정원장. 모두가 국민에게 줄 큰 선물을 손에 들고 있다. 선물을 다시 내려놓느냐. 아낌없이 국민에게 주느냐. 선택은 그들이 할 것이다.

이기명 팩트TV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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