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 삼국지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제갈공명이다. 내겐 유비보다 공명이 먼저 떠오른다. 공명은 어떻게 유비를 만났을까. 유비에겐 관우와 장비가 있었지만, 머리가 부족했고 대신 ‘서서’라는 뛰어난 참모가 있었기에 유비는 견딜 수 있었고 조조는 서서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한데 서서는 천하에 효자였고 조조는 서서의 모친을 인질로 삼았다. 천하의 효자인 서서는 유비 앞에 엎드려 눈물을 흘리며 이별을 고했다.
‘조조가 모친을 인질로 잡고 있으니 어쩌겠소. 내 걱정하지 말고 떠나도록 하시오.’
울면서 헤어진 두 사람. 서서는 떠났다. 한데 얼마 후 말을 달려 되돌아오는 서서. 유비는 기뻤다. 그러나 서서가 말 위에서 유비에게 전하는 말.
‘주군. 아무 곳에 제갈량이라는 천하의 인재가 있습니다. 저는 조족지혈(鳥足之血. 새 발의 피) 입니다. 직접 가시어 청하십시오.
세상이 알듯 유비는 공명을 모시기 위해 온갖 정성을 다했다. 낮잠 자는 공명을 몇 시간씩 기다리고 출타한 공명을 비를 맞으며 기다렸다. 성질 급한 장비가 ‘공명을 잡아오자’고 흥분했으나, 꾸짖어 타일렀다. 이른바 삼고초려(三顧草廬) 끝에 유비는 공명을 만난다. 앞날을 꿰뚫는 공명은 유비의 운명을 알았을까 몰랐을까. 그러나 공명은 유비를 따랐다. 이것이 바로 남자의 신뢰라는 것이다. 아. 아. 지금도 공명이 그립다.
유비·관우·장비의 도원결의(桃園結義)와 조자룡·황충·마초 등을 더 한 오호대장군의 의리는 후세에도 귀감이 된다. 지금은 어떤가. 폭력세계의 왕초들이 행차하면 졸개 똘마니들은 일렬로 줄을 지어 90도 경례한다. 비록 폭력을 찬양하지는 않지만, 그들 세계에 의리는 정치판이 배워야 한다.
얼마 전, 골수 민주당이라고 자처하던 후배가 말을 갈아탔다. 국민의힘으로 갔다. 언론계 후배 중에도 배를 바꿔 타고 벼슬을 한 후 방송에 나와 낭랑하게 목소리를 높인다. 왜 거기 갔느냐고 했더니 있어봤자 별거 없다는 것이다. 더 물어볼 필요도 없다. 제 발로 걸어가는데 도리 없지 않은가. 문제는 그들 머릿속 아니 가슴속에 양심은 어디로 돌아다니느냐는 것이다.
■후계자라는 이름의 충복?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는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내게 사람 보는 눈이 있다고 하는데 신경 쓸 거 없다. 좌우간 내가 본 사람 중에 못된 인간은 별로 없었다. 다만, 한번 큰 실수를 할 뻔 했고 지금도 천행으로 생각한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지금은 최고 권력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이다. 그 말은 명궁이 쏜 화살처럼 가슴에 꽂혔다. 요새 말로 뿅 갔다. 만날 기회는 없었지만, 어느 날 식당에서 혼자 냉면을 먹는 그를 보았다. 인사를 자청하기도 그렇고 슬그머니 냉면값이라도 내려고 했는데 그게 안 됐다. 만약 냉면값을 냈더라면 지금 땅을 칠 것이다.
그의 주위에는 무수한 인물이 있다. 미꾸라지도 있고 올챙이도 있고 여우도 있다. 그중에서 뛰어나다는 인물이 주목을 받고 있다. 후계자라고 회자된다. 어떤가 내게 묻는다면 침묵이다. 서서가 추천한 제갈공명이 될까. 서서나 제갈공명이라 할지라도 그를 알아보는 유비의 눈이 있어야 한다. 또 설사 유비라 할지라도 자신을 알아보고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 하는 인물이 있어야 한다. 그저 원님 덕에 나팔이나 불어보자는 인물이라면 아무리 많은들 무슨 소용이랴. 그야말로 수많은 곤쟁일 뿐이다. 법무장관이면 다냐.
출세라는 사다리를 잘 올라가도록 해 놓고 다 올라간 다음 사다리를 잘라버리는 요즘 세상이다.
인간의 처신을 보면서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다. 정말 훌륭한 인물로 자라기를 기원한다. 어린 나이에 장관으로 출세하고 만인지상의 꿈을 꿔도 좋다. 인간의 몸뚱이가 몇 근이 나가랴만 됨됨이는 천근으로도 모자란다. 가벼운 처신은 눈빛만 봐도 안다. 경박은 지도자의 적이다. 제갈공명과 유비의 만남. 그런 만남은 없을까.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지만 나는 그저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좋은 정치가가 되기만을 기원한다. 서서가 유비에게 제갈공명을 천거한 걸 기억하면 좋겠다.
공명이 유비에게 충성을 다 한 것을 본보기로 삼기 바란다. 공명이 오장원에서 쓴 유서를 한 번 읽어보라. 겉 다르고 속 다르면 그 자신도 국민에게 개만도 못한 대우를 받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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