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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칼럼] 눈, 귀 달고 다니면 뭐하냐는 국민
등록날짜 [ 2014년04월07일 10시35분 ]
팩트TV뉴스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국정원장에게 공개 칼럼을 쓴 후 친지한테서 웬 난리냐고 연락이 왔다. 걱정이 된 모양이다. 겁도 없느냐. 아무 말 않고 그냥 웃었다. 속으로 대답했다. 세상이 이만큼 됐는데 무슨 일이 있겠냐고. 살 만큼 살았으니 죽은들 어떠냐고. 허나 지금 죽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확실히 세상이 바뀌는 걸 본 다음에 죽었으면 하는 것이 소원이다. 법이 살아 있는 민주국가가 된 다음에 죽는 거 말이다. 스스로 목숨 끊지 않고 명대로 사는 세상 말이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60%대라고 새누리당이 희색이 만면하다. 대통령 지지율 높다는데 국민으로 배 아파할 일 없다. 그럼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얼마나 되는지 조사 한번 해보면 어떨까. 지금 하는 코끼리 다리 만지는 식의 여론조사 말고 진짜 조사 말이다. 왜 그렇게 불신하느냐고 나무라면 그냥 가만있겠지만 궁금한 건 나뿐이 아니라고 믿는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불신받는 사람은 누굴까. 정치인이라고 하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청와대·국회·검찰·국정원, 모두 불신의 대상이다. 국민을 나무라지 마라. 믿지 못할 거 못 믿는 게 무슨 죄가 되겠는가. 못 믿는다고 처벌한다면 받을 수밖에 없다.
 
2015년까지 우리나라 변호사 수가 20,000명이 넘을 거라고 한다. 2009년 말 9,612명의 약 2배가 되는 것이다. 불과 6년 만에 일이다. 고위 법관을 지낸 후배가 하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사법연수원 수료식에서 축사하는데 모두 경쟁자로 보이더라는 것이다. 골목길 다니면서 ‘이혼소송’ 호객하는 변호사도 생길 것이라고 농담도 했다.
 
고시 합격하고 판·검사가 되든지 변호사 개업을 하던지 그들의 머리가 대단하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세상에서 말하는 소위 출세를 했다는 인물들도 고시 출신이 참 많다. 국회에서 말 좀 하는 의원들의 경력을 보면 고시 출신들이 수두룩하다.
 
고위공직자들의 경력을 봐도 대부분이 고시 출신이다. 이렇게 훌륭한 머리들이 나라를 위해서 봉사를 하고 있으니 이 나라는 참으로 복 받은 나라이고 국민들 역시 복 많이 타고난 백성들이라고 할 수가 있어야 정상이다. 왜? 법을 잘 아는 사람들이 많으니 세상은 법대로 돌아갈 거 아닌가. 이 말에 불만인가. 국민들이 불만인가.
 
6월 4일에 지방선거가 있다. 공천 때문에 시끄럽다. ‘그놈이 그놈, 모두가 도둑놈인데 어느 놈이 나온들 무슨 상관이냐’ 이렇게 냉소하는 국민들이 있는가 하면, 미우나 고우나 백성들 살아가는데 가장 영향을 끼치니 신경 쓰고 잘 뽑자는 제법 철이 든 국민도 있다. 그러나 정치인에 대한 냉소가 점점 더해가는 것 같아서 아프다.
 
국회에서 야당대표가 연설하는데 마음에 안 든다고 여당의 원내대표라는 자가 ‘너나 잘해’라고 막말을 하는 걸 보면서 저런 게 어떻게 배지를 달고 있는가 의심이 들다가도 저런 걸 뽑아주는 국민들 수준이니 고생해도 싸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힘없는 착한 국민이 무슨 책임을 진단 말인가. 법을 만드는 자들은 고시 합격한 머리 좋은 인간들이다. 심심하면 의원직 사퇴한다고 뻥 치는 똑똑한 인간들이다. 서상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국민 모욕하지 말라
 

요즘 국민들 입에 오르내리는 비난의 상위 순위로는 국정원 간첩날조 사건과 허재호 대주그룹 회장, 그와 관련해 하루 5억 원의 노역임금 판결을 때려 국민의 억장을 망가트린 장 아무개 판사(사직했음) 등이다. 재벌 회장이야 돈 버는 것이 인생의 전부일 터이니 돈에 관한 한 욕을 한다 해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겠지만, 법관의 양심이 썩어 문드러져서 국민의 지탄을 받는다면 이건 그냥 덮어 버릴 문제가 아니다. 아는 도둑놈 아닌가.
 
힘든 고시 합격해서 수십 년 판·검사 하면서 얼마나 많은 백성을 감옥에 보냈겠는가. 수십 년 만에 무죄가 되어 백발을 펄럭이며 눈물로 감옥 문을 나서는 백성이 있다.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할까. 하늘 보고 주먹질할 것이다.
 
이렇게 반박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대통령도 국민과의 약속을 판판이 깨는데 법관이라고 별수 있느냐. 안타까운 노릇이다. 솔직한 얘긴데 아침에 신문 쫙 펴놓고 그냥 대충 훑터보면 아무리 점수를 줘도 이 나라가 정상적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하도 많이 들어서 국민들 귀에 더께가 앉았겠지만, 청와대 고위직으로부터 국회, 국정원, 검찰, 경찰, 법원, 감사원,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은행 등등, 곪아터지지 않은 곳이 없다. 이런 세상에 멀쩡한 정신 가지고 산다는 것이 이상할 지경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직장에서 쫓겨나는 노동자들이 목숨을 버리고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의 정기등급 심사에서는 '등급 보류'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다. 해외에 자주 나가시는 우리 박근혜 대통령의 화려한 한복이 무색해질까 걱정이다. 비정상이 정상을 대신하는 나라라고 대통령이 질타하는데도 이 지경이다.
 
국민의 인권을 보장해 주는 것이 법이다. 어디선가 웃음소리가 들리는 데 환청인가. ‘알면 병이고 모르면 약’이라는 우리 속담이 있다. 글자를 몰라서 신문도 읽지 못한다면 차라리 속이 편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엄마가 가정부 노릇 해서 번 돈으로 과외공부 시키는 이유는 자식 출세시키기 위해서다. 그중에는 자식 판·검사 만드는 것을 꿈으로 여기는 엄마가 얼마나 많을까. 이런 엄마들이 우리 국민이다. 엄마들의 잘못인가.
 

안철수 대표, 집 태워 먹고 노숙할 것인가
 

안철수 대표는 약속을 지키다 죽은 정치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직접 청와대 면회실을 찾아가 대통령 면담 요청서를 썼다. 내용이 뭘까. ‘보고 싶어요.’라고 쓰면 될 것이다. 얼굴을 봐야 선거고 뭐고 말을 할 테니까 말이다. 안철수 옆에도 머리 좋은 사람들 많다. 변호사도 많고 언론인도 많다. 그들이 짜낸 묘책이니 얼마나 멋진 효과가 날 것인가. ‘노무현 따라하기’가 그것인가. ‘걸기대 개봉박두’다.
 
야당 후보들 모두가 낙동강 오리알이 되고 당이 쪽박을 차든 깡통을 차든 상관없고 나는 원칙주의자라는 것만 지키면 그만인 모양인데 정치생명도 함께 사라진다는 것은 모르는 모양이다. ‘새 정치’ 찾다가 영원한 ‘헌정치’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닌가. 하지만 머리 좋은 먹물들 많으니 무슨 신통한 방법이 있겠지. 아직 절벽은 아니고 돌아서면 산다.
 
하루 세끼 입에 밥이나 들어가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살아야 정치하기 편한데 인간이라는 동물은 꼴에 만물의 영장이라고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할 능력을 타고 나는 사람이 있어서 정치하는 인간들이 골치를 썩인다. 촛불 켜 들고 소리 꽥꽥 지르며 반대를 외치는 그 많은 사람도 하고 싶어서 저 짓을 하는 게 아니고 참다 참다 견딜 수가 없어서 나온 사람들이다.
 
4·19 때 거리로 뛰쳐나온 학생들이 총 맞아 죽고 싶어서 나왔겠는가. 광주 5·18민주항쟁에서 시민들이 국회의원 해 먹겠다고 군부독재 반대했는가. 눈 감고 귀 막고 입 닥치고 살면 몸은 편하다는 걸 알면서도 견딜 수 없어서 나왔다. 붉은 황토로 덮인 망월동 가묘를 보면서 땅을 치던 유족들, 곁에서 그들을 바라보던 생각이 악몽처럼 되살아 난다.
 
꼭 그렇게 백성 속이는 거짓말을 하면서 살지 않으면 정치를 못 하는가. 정직하면 벼락 치는가. 속이 빤히 드려다 보이는 거짓말을 하는 국정원이나 검찰이나 국회의원이나 뒤통수가 간지러우면서 맨 날 거짓말이나 지껄여대는 대변인이란 인간들도 속이 끓을 것이다. 속으로 그러겠지. 누군 이 짓을 하고 싶어 하는 줄 아냐. 너도 해 보면 죽을 맛일 것이다. 그럴까. 정말 억지로 하는 것일까. 그들의 지식이, 그들 가슴속에 간직한 원초적 양심이 통곡하지만 그래도 이겨낸다. 힘이 정의다. 힘은 권력에서 나온다. 권력 잡아야지.
 
너무나도 많이 변한 주위의 다정했던 얼굴들을 보면서 그들 중 자신들의 어설픈 저항이 부질없는 것으로 느껴진다는 언론계 후배를 보며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언제인가는 그들이 과거의 제 자리로 돌아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언론이기보다는 요즘의 말로 애완견과 다름없는 언론은 국민의식을 황무지로 만드는 주범이 되었다.
 
4월5일 자 한겨레신문의 토요판 커버스토리 ‘나는 고발한다. 하이트진로 음료와 공정위를’ (허재현 기자) 기사를 읽어보라. 왜 언론이 이 땅을 황무지로 만들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외눈박이 세상
 

경복궁 옆에다가 별 몇 개짜리 최고급 호텔을 짓는 것을 두고 인근에 풍문여고 덕성여고가 있어서 교육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시비하는 것은 낡은 사고방식이다. 지금 글로벌 시대에 최고급 호텔에 드나드는 외국관광객을 보면서 국제 감각을 높여야 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이익이 된다. 한발 더 나아가 이들 학교에다 특별히 호텔 관련 특별교육과를 만들면 딱 이고 요즘 우리 학생들이 얼마나 똑똑한데 호텔이 옆에 있다고 교육적으로 영향을 받겠는가. 낡은 생각일랑 청계천에다 버려라. 버려. 미친놈 들이다.
 
성남비행장 인근에다 초고층 롯데월드를 건설한다. 550미터 높이라는데 이왕이면 2,000미터 쯤 하는 게 어떤가. 충돌위험을 걱정하는데 우리 조종사들의 실력을 이 정도로 과소평가해도 괜찮단 말인가. 공사생들이 데모라도 해야 할 것이다. 초고층 롯데월드를 세움으로써 얻는 경제적 효과를 생각해 보라. 거기다가 고층빌딩 위에 500미터 높이로 전방 감시시설이라도 만들면 안보를 위해서도 얼마나 선진 된 감각인가. (잠시) 아무래도 머리가 정상이 아닌 것 같다. 정신과 의사인 친구는 정상이라는데 그 친구가 이상한 것인가. 외눈박이 세상에선 두 눈 박이가 빙신(병신)이다.
 

권력의 붕괴는 순간
 

권력의 수명은 얼마나 되는가. 자신이 쥐고 있는 권력은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다. 영원하도록 만들 자신이 있다고 믿는다. 착각하지 마라. 순간에 권력은 붕괴한다. 히틀러, 무솔리니, 카다피, 후세인, 박정희 전두환 일일이 거명할 수도 없다. 이것이 역사다.
 
권력이 영원할 수도 있다. 착한 권력이다. 국민의 지지를 받고 지지받는 권력은 선거라는 과정을 통해 영원히 존재할 수 있다. 그 방법 이외에는 길이 없다. 자신 있는가. 있다고 할 것이다. 헤아릴 수 없이 앞에서 아양을 떠는 애완견이며 한 줌의 권력을 쥐고 휘두르는 외눈박이들이 자신들의 영원한 권력을 수호하는 호위병으로 보일 것이다. 그들은 정권연장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착각이다. 지금 무너지고 있다.
 
순리를 따라야 한다. 백성의 원하는 것이 순리다. 부처님처럼 항상 착한 국민은 없다. 정치는 정도를 가는 것이다. 백성이 사람답게 살게 하는 것이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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