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개한테 욕먹을 소리 또 한 마디. 아침 출근길에 개가 앞을 지나가면 재수 없다고 침 뱉는다. 오던 길을 되돌아가는 사람도 있다. 개도 역시 재수 없다고 하지 않을까. 여론조사라는 거 별로 믿지 않지만 나쁘면 기분 좋을 리 없다. 요즘 안철수의 기분이 여론조사 때문에 죽을 맛이 아닐까. 지지율이 14.8%로 나타났다. 창당 이후 더욱 떨어지면서 심지어는 정몽준과 격차도 7.2%로 벌어졌으니 막말로 하면 ‘환장’할 일이다. 안철수 지지율 하락 원인에 대해선 분석이 각양각색. "30대,40대 수도권 지식인 중도성향 지지층의 이탈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뿌리 없는 ‘새 정치’에 대한 신뢰가 갈수록 추락한다는 의미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새 정치’가 과연 무엇인가. 이제 ‘새 정치’의 모습이 선명하게 정리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아직도 시간이 안 되었는가. 선명하기는커녕 갈수록 시야가 뿌옇게 흐려진다. 원래 ‘새정치’라는 정치철학적인 명제를 담은 안철수의 현학적 주장이 한계를 가지고 출발했지만 결국 국민에게 보여준 것은 지금까지의 기존 정치형태의 말만 바꾼 붕어빵이다. 똑같은 계파주의 이기주의 그리고 기존의 패거리 정치에서 낙오한 군상들이 이름만 바꾼 집단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그들은 떨어져 나갔다. 윤여준도 새정치를 모르겠다고 했다. 안철수의 짧은 정치 여정에서 지금처럼 위기인 적도 없을 것이다. 문재인과의 대선후보 경합에서 사퇴한 것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지 않아도 명분 하나는 찾을 수 있었다.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의 소망을 수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과의 합당(신당창당)은 무엇인가. 정권교체가 명분인가. 그냥 당 하나 만들어 살아남자는 것인가. 피난 보따리 싸듯이 허겁지겁이다. 멘토라는 윤여준도 모를 정도로 신당창당이 다급했던 진짜 이유는 어디에 있었을까. 안철수와 김한길의 운명 이해가 맞아 떨어진다는 것은 흥정이 성공하는 첫째 조건이다. 서로 이득을 보는 것이다. 먼저 김한길의 경우를 보자. 세상이 다 알아주는 ‘잔머리의 달인’이다. 필요하면 친노도 반노도 비노도 가릴 것이 없다. 꿩 잡는 게 매 아닌가. 그가 가장 치를 떠는 건 노무현 계파, 사실여부는 차치하고 야당판에서는 친노가 최대계파라고 한다. 이번 6.4지방선거가 끝난 후 당내 역학관계는 어떻게 재편될 것인가. 김한길로서는 아무래도 자신이 없다. 선거에 승산도 없다. 버틸 명분도 자신도 없다. 어떻게 할 것인가. 살아나야 할 것이 아닌가. 방법 중에 가장 쉬운 것이 신당창당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안철수의 ‘새정치연합’과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3파전이 벌어지면 결과는 뻔하다. 신당 만들어서 안철수와 손을 잡자. 안철수 역시 친노라면 고개를 흔드는 동지가 아닌가. 선거에 진다해도 안철수와 대의원 절반씩만 나눈다면 친노를 이길 수도 있다. 묘수다. 안철수는 어떨까. 위에서도 지적했지만 요즘 안철수의 주가는 계속 하강이다. 이유는 ‘새 정치’의 약발이 점점 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약아빠진 정치꾼들은 눈을 굴리다가 떨어져 나가기 시작한다. 오르기만 할 줄 알았던 호남에서의 지지율도 내려간다. 신당을 창당했는데도 별로다. 과연 6.4선거에 후보자나 제대로 낼 수 있을 것인가. 6.4지방 선거의 결과는 3등이다. 동메달이지만 꼴등이다. 안철수의 존재를 어디서 찾을 수 있단 말인가. 미리 예측한 결과물이 그렇다. 초조할 수밖에 없다.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 합당이나 신당 창당이다. 김한길과 만났다. 의기투합한다. 전격선언이다. ‘우리는 신당을 창당한다.’ 명분은 새 정치다. 안철수는 잃을 것이 없다. 어차피 선거 끝나면 끝이다. 신당도 끝이다. 민주당도 끝이다. 문재인만 선거에 끌어 들인다면 그에게도 선거패배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최소한 함께 망할 수는 있는 것이다. 물귀신 작전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어리석지 않다. 안철수의 생각을 이미 읽고 있다. 국민들은 안철수가 정치의 정도를 걷기를 원하고 있다. 약속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와 함께 하는 것이다. 상대가 약속을 어기면 약속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약속은 무효다. 기초의원 후보 공천을 폐지한다는 것은 새누리와 민주당의 약속이다.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에 떡먹듯이 한 공약인데 쓴 오이처럼 팽개쳤다. 그럼 약속은 없어진 것이다. 신당 만 지킬 필요가 있는가. 안철수는 지킨다고 한다. 그게 ‘새정치’라는 것이다. 상대가 ‘불가침 조약’을 파기했는데도 싸움은 포기하고 가만히 앉아서 총 맞아 죽겠다는 것이다. 안철수에게는 섭섭할지 모르지만 이미 새누리는 안철수를 상대 정치인으로 인정을 안 하는 것 같다. 새누리의 최경환은 안철수가 국회연설 하는 도중에 ‘너나 잘해’라고 반말을 했다. 반말의 발상이 기가 차다. 윤여준의 좌절 상대는 약속을 어겨도 나는 지킨다는 안철수의 고집은 가상하다. 그러나 그 결과를 한 번 생각해 보았는가. 판쓸이 당하고 재선거 패배에 이은 총선과 대선, 조직 없는 선거는 줄줄이 패배다. 국민을 믿는다고 하겠지. 그런가. 그럼 왜 안철수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북콘서트를 했는가. 그 덕으로 오늘의 안철수가 생긴 거 아닌가. 그건 조직 아닌가. 윤여준 전 새정치추진위원회 의장의 좌절이 안쓰럽다. 다시 떠났다. "저 자신도 안 의원이 생각하고 있는 ‘새 정치’ 핵심 내용을 잘 모른다" “신념이 부족한 정치인은 새 정치 열망을 담기 어렵다” "안 의원은 아직까지 그 본인이 얘기하는 새정치의 알맹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얘기한 일이 없다. 때로는 '약속을 지키는 정치가 새정치다', 때로는 '민생을 우선 돌보는 정치가 새정치다', 이렇게만 이야기했지. 본인의 입으로 새정치의 알맹이, 핵심되는 부분을 얘기한 일은 없다" 그렇다면 꿈보다 해몽만 좋은 ‘새 정치’였던가. "우리끼리 따로 앉아서도 그 부분을 토론해 본 일이 없어요. 그걸 제가 상당히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저 같으면 우선 공동위원장들 만이라도 똑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해야 하잖아요. 우리끼리 앉아서라도 ‘새정치’라는 게 뭐냐, 뭘 해야 하느냐 하는 것을 놓고 아주 난상토론을 해봄직한데, 그런 기회를 한 번도 못 가졌어요." "과거에 안 의원의 생활이 어떤 문제를 국가 차원에서 고민해 볼 필요는 없는 삶을 살았잖아요? 그런 위치가 아니었으니까. 그렇죠? 그러니까 아직은 우리 한국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가 많은데 그런 문제들을 국가 차원에서 깊이 고민해보는 경험들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신당창당에 대해서도 납득을 하지 못했다. "전혀 몰랐죠. 공동위원장들이 아마 다 그랬을 것이다" "그 직전까지 독자 정당의 창당을 강력히 주장했고 민주당을, 바로 전날까지 낡은 정치세력으로 규정했잖은가. 그런 세력하고 하룻밤 사이에 힘을 합쳐 당을 만들기로 했다는 사실이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얼마든지 설득할 수 있고 동의를 구할 수 있는데도 그런 절차를 생략하고 한 밤 중에 혼자 독단적으로 합의했다는 거에 대해서는, 수용하기 어려웠다. 민주주의는 절차와 과정도 결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다.”
아직 확실한 것은 모르지만 안철수의 ‘새정치’라는 것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것이 국민들의 열망일 것이다. 그가 정치생명을 건 듯한 ‘후보 무공천’은 과연 ‘새 정치’의 뿌리인가. ‘새정치’는 실패해도 괜찮은 실험용인가. 어느 누구도 안철수에게 야당의 운명을 맡기지 않았다. 빨리 공천해서 싸워야 한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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