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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칼럼] 죽는 것이 두려운가
부끄럽게 살지 않았다면.
등록날짜 [ 2022년04월06일 12시24분 ]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이기명칼럼】 ‘선생님. 섭섭하게 듣지 마십시오. 이제 선생님도 글 쓰실 때 조금 신경을 쓰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닙니까. 이제 연세도 많으시고 정권도 바뀌었으니 글 쓰시는 방향도 좀 바꾸세요. 그러시다가 괜히...’
 
글 쓰는 방향을 바꿔라. 무슨 말인지 모르면 바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모양인데 내 글이 너무 뾰족하게 느껴진 모양이다. 혹시나 마음 나쁘게 먹는 사람들이 위해를 가한다면 무슨 망신인가. 그게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고마운 걱정이다. 세상이 하도 험하고 정치판이라는 곳 역시 조폭 세계 뺨치는 곳이라 나 같은 어수룩한 늙은이가 잘못 걸려서 욕이라도 보면 어쩌랴 하는 우려 때문이리라. 
 
걱정 말라. 아무리 못된 인간들이라 할지라도 죄 없는 사람을 어쩌겠느냐. 만약에 작심하고 위해를 가한다면 당해야지 별수가 있느냐. 지금까지 죄 없이 당한 사람이 하나둘이 아니다. 그런 거 겁나지 않는다. 살 만큼 살았다. 죽어야 한다면 미련 없이 죽을 용의도 있다.
 
■현군 곁에 간신 없다.
 
죽어서라도 나는 노무현 대통령님의 비극적인 서거를 잊지 못할 것이다. 복수(復讐)라는 말이 왜 이토록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는지 알 수 있었다. 한이었다. 인간에게 있어서 한(恨)이라는 것이 얼마나 독한 감정인가. 정말 남에게 한을 남기는 몹쓸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며칠 후면 정권이 바뀐다. 정권이 바뀐다는 것은 세상이 바뀐다는 의미다. 여러 가지 변화가 올 것이다. 많은 국민이 우려하는 것이 있다. 바로 남에게 한을 남기는 일들이 벌어지리라는 것이고 이미 여러 징조가 보인다. 
 
죄 지었으면 처벌받으면 된다. 정당한 처벌조차 안 받겠다고 하면 그건 잘못이다. 그런데 만에 하나 억울하게 처벌받는다면 그 역시 한이 남는다. 한이 남으면 복수를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복수를 다짐하면 그때부터 복수는 돌고 돈다. 정말 무서운 일이다.
 
대통령 당선자가 제주 4·3 학살 피해자의 묘역을 찾았다고 해서 유족들의 한이 사라질 것인가. 6·25 당시 얼마나 많은 복수극이 벌어졌는지 나는 알고 있다. 
 
지금 정권이 바뀌는 시점에서 당선자가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일이 있다. 남에게 한을 남기는 정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정권은 출발도 하지 않았는데 윤 당선자의 지지율이 민망할 정도이며 정치를 잘할 것이라는 여론 또한 만족할만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런 것은 걱정할 필요 없다. 잘 하면 그런 우려는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조국 교수의 가족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서 헤맨다. 가엾다. 
 
당선자 주위에 측근들을 걱정하는 여론이 높다. 전혀 근거 없는 걱정이 아니다. 긴 얘기는 잔소리다. 당선자는 정신 차려야 한다.  
 
대통령의 권력도 국민의 권력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오만이 권력자의 가장 큰 적이다. 잘 해주기를 기원하는 수밖에 없다.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당선자의 생각 때문에 국민 반대와 엄청난 경제적 손실은 무시해도 괜찮은 것인가.  나는 이해가 안 간다. 머리가 나쁜 탓이냐. 
 
어떤 박해가 온다 해도 고통스럽긴 하겠지만, 두렵진 않다. 글 쓰는 것밖에는 아무런 재주도 없는 내가 나라와 국민을 위해 조그만 기여라도 할 수 있다면 남은 인생 서슴지 않고 바칠 것이다. 죽음이 두렵지 않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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