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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칼럼] ‘개새끼’라고 부르지 마세요
등록날짜 [ 2014년03월27일 10시29분 ]
팩트TV뉴스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동물을 사랑하는 친구가 있다. 동물 중에서도 특히 개를 좋아한다. 그가 낙향해서 살고 있는 시골에 갔을 때 엄청 놀랐다. 백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개들이 짖어대며 난리다. 친구 하는 소리가 벌써 자기 오는 줄 알고 반가워서 저런다는 것이다. 변함없이 한결 같은 개들이 참 좋다고 했다. 문득 이해가 될 것 같았다. 자식들도 부모를 몰라보는 세상에서 개들이 보여주는 따스한 정이 왜 대견하지 않으랴.
 
넓은 우리에 들어갔다. 10여 마리의 개가 펄펄 뛰며 반긴다.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아도 준다. 송아지만한 개도 있고 조막만한 개도 있다. 서로 싸우지도 않고 우애 있게 잘 지낸단다. 가르치기 나름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가르치는지 모른다. 그는 개들이 ‘자기 새끼들’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친구의 개들은 ‘개새끼’가 아니라 ‘사람새끼’인 셈이다.
 
전북 임실군 오수면에 가면 ‘의견비’라는 것이 있다. 주인을 구하고 죽은 개 이야기다. 충견에 관한 이야기는 참 많다. 전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그냥 사람의 목숨을 구한 개에 대한 고마움뿐일까 혹은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은 못 된 인간보다 낫다는 생각 때문일까. 그래서인지 사람의 입에서 ‘개만도 못한 인간’이란 말이 거침없이 나온다.
 
인간이 주저 없이 쓰는 욕설 중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개자식’ ‘개새끼’라고 한다. 개의 입장에서 보면 여간 견디기 힘든 모욕이 아니다. 충견비를 세울 정도로 인간에게 충성을 했는데 입만 열면 하는 욕설이 ‘개새끼’라니. 해도 너무 한다고 할 것이다. 어쩌다 미친개가 사람을 물기도 하지만 그건 정신이상자가 살인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혹 개에게 물리는 경우가 있어도 원인을 따져보면 인간의 잘못이 많다. 이유 없이 사람을 무는 개는 거의 없다. 원인 제공자는 인간이다. 그럴 때 개의 입에서는 무슨 욕이 나올까. ‘개새끼’라는 욕은 안 할 것이다. 사람새끼? 어째 어색하다.

 
개가 부끄러운 줄 안다면

 
지금까지 글을 읽은 사람은 도대체 무슨 얘길 하려고 그러느냐. 그러니까 인간이 개만도 못하다는 얘기가 아니냐고 할 것이다. 맞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글 쓰는 자신을 비롯해서 많은 인간들이 짐승만도 못한 짓을 다반사로 저지르면서도 죄 없는 개만 욕을 한다.
 
이기적이고 비겁하고 겁쟁이고 약자에게 군림하고 거짓말은 밥 먹듯 하고 일일이 곱으라면 끝이 없고 한이 없다. 신문 쫘악 펴고 한 번 보자. 스스로의 부끄러움이 신문 위를 덮는다. 또 정치인 얘기냐고 한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정치라는 것이 더 없이 중요하고 이해가 날카롭게 대립되지만 거짓말 수준은 사기꾼이다. 자신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모른다면 ‘개새끼’라고 개한테 욕을 먹어도 할 말이 없다.

여기서 구체적인 사례를 든다면 얼마나 구차한 일일까. 그냥 한 마디 한다. 앞으로는 절대로 ‘개새끼’란 말을 입에 담지 마라. 자기 입으로 자기 욕을 하면 양심적이라고 할지는 모르나 집에서 개를 기른다면 화가 난 개한테 물릴 우려도 있으니 조심하기 바란다.
 
지난달 음주운전으로 면허는 취소되고 벌금 400만원을 맞은 아무개는 걱정이 태산이다. 벌금납부 날짜가 코앞이기 때문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는 판에 400만원은 거금이다. ‘일감’이 없어 월세 25만원도 넉 달 째 못 냈다. 생각 끝에 벌금대신 노역을 할까 했는데 하루 노역으로 감해지는 돈이 5만원. 80일 노역을 해야 벌금을 낸 게 된다. 가족은 어쩌나. 속에서 울화가 치밀었다. 입에서는 저절로 ‘개새끼’들이란 욕설이 튀어 나왔다.
 
요즘 누군가의 하루 노역액수가 5억이라고 해서 화제다. 무슨 일을 하기에 5억이냐고 일하는 거 구경 하자고 야단이다. 광주에 돈 많은 재벌 기업인이 벌금을 맞았는데 254억. 벌금 안내면 51일을 노역장에서 일을 해야 한다. 재벌께서는 노역을 하겠다고 하셨고 하루에 5억 씩 탕감이 된다. 아파서 쉬어도 탕감되고 휴일도 탕감. 무슨 노역인지 몰라도 하루에 5억 씩 탕감이라니 눈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80일 노역해야 할 음주운전자 입에서 ‘개새끼’가 나왔다.
 
“탈세 혐의로 2008년 벌금 1100억 원을 맞은 이건희 삼성회장의 일당은 1억 1,000만원이라고 했다. 벌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면 꼬박 1,000일을 노역해야 하는 액수다. 노역을 했는지 벌금을 냈는지 후일담은 모른다.
 
개를 기르는 친구와 개들이 대화를 한다면 무슨 얘기가 오갈까. 혹시 개들이 친구에게 몸값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을 할까. 친구는 대답할 것이다. ‘걱정마라. 난 몸 값 걱정 안 해도 괜찮다. 죄 진 거 없고 죄 질 일 없으니까‘ ’그럼 개새끼에서 제외되네요. 멍멍‘
 
술 담배는 오래 하면 중독이 된다. 끊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욕은 어떤가. 욕도 오래 먹으면 중독이 되는가. 욕은 중독이 아니라 면역이 된다. 이게 아주 고약한 것이다. 나쁜 짓 한 놈이 처음에는 욕 한 번 먹으면 아니라고 펄펄 뛰다가도 자꾸 먹으면 그 때는 ‘그래 나쁜 놈이다. 맘대로 욕해라’ 하는 것이 면역이다.
 
도둑질도 자주 하면 죄의식이 사라진다. 면역에 걸리는 것이다. 정치는 어떤가. 정치인 존경한다고 하면 제 정신 아니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만큼 정치인의 도덕적 평가는 밑바닥이다. 자업자득이고 그들 자신이 잘 알 것이다. 문제는 저평가 받는 정치인이 국민생활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매몰된 반국민적 행위 때문에 국민들이 얼마나 고통을 받는가.
 
작금의 한국정치는 유사 이래 최악이다. 반민주적이다. 유신의 복사판이다. 국정원의 간첩조작이라니, 꿈에라도 꿀 수 있는 만용인가. 간첩날조 사건혐의로 조사받는 국정원 관련자들의 자살미수가 속출한다. 전 세계 언론을 통해 국격은 가파르게 치솟는다. 조금 지나면 면역이 되어 간첩 날조쯤은 식은 죽 먹길 생각할지도 모른다. 국민들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국회의원이 자기 할 일을 망각한 세상. 언론이 사명을 망각한 세상. 사람이 개가 부끄러운 세상이 아니라 개가 사람이 부끄러운 세상이 된다면 인간은 도대체 어디에 가서 살아야 한단 말인가.
 
이제 ‘개새끼’란 말은 입에 담지 마시라. 우리가 ‘사람새끼’라고 욕을 하면 어쩔 것인가. 일당 5억 짜리 허재호가 벌금 물게 됐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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