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 어렸을 때 얘기다. 친척 집에 가서 식사하면 늘 듣는 소리가 있다.
‘아니 기명이는 왜 밥을 안 줘.’
‘먹었어요.’
‘밥을 씹지도 않고 그냥 마셨니?’
하도 밥을 빨리 먹어서 듣는 소리다. 밥 천천히 먹으라는 말을 어렸을 때부터 들었지만, 그 버릇은 아직도 고쳐지지 않는다. 빠른 게 좋은 것이 있다. 달리기다. 손기정 선수가 비록 일장기를 달고 달렸지만, 마라톤경기에서 세계기록을 깨고 우승을 했을 때는 대단했다. 달리기는 빠를수록 좋다. 기록경기기 때문이다.
요즘 이사 문제가 시끄럽다. 청와대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끝나면 청와대를 떠나면 될 것이고, 당선인은 들어가면 된다. 전 같으면 그렇게 하면 되는데 이번에는 다르다. 당선자가 청와대에 안 들어간다고 했기 때문이다. 복잡한 내막이야 알 수 없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달리기 기록경기도 아닌데 좀 늦고 빠른 게 무슨 상관이냐는 것이다. 좌우간 이 문제로 당선자가 체면을 구겼다고들 한다. 왜 나갈 사람 생각은 하지도 않았느냐면 대답이 있겠지만, 여론은 당선자 편이 아닌 것 같다. 늘 우호적이라 생각하던 일부 언론도 비판적이다. 속이 끓을 것이다.
■졸속, 불통, 레임덕, 취임덕
귀신도 실수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하물며 사람은 오죽하랴. 나 같은 인간이야 실수하면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끝이다. 그러나 대통령쯤 되면 다르다. 더구나 실수를 자주 하면 문제가 심각하다. 국민의 인식도 달라진다.
오래 살다 보니 별소리를 다 듣지만 요새 듣는 요상한 소리가 바로 ‘레임덕’과 ‘취임덕’이다. 무슨 소린지 다들 알 것이고 당선자로서는 소태(소태나무의 껍질. 매우 쓴 맛이 난다)보다 더 쓴소리가 될 것이다. 무슨 소린지 대충 알 것이다. 나의 판단 기준은 상식이 으뜸이다. ‘네까짓 게 뭘’ 하면 도리 없지만, 요즘 세상에 떠도는 당선자 관련 얘길 들으면 문제가 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주위에 ‘윤핵관’을 비롯해서 똑똑하다는 실세들이 많으니 정신 좀 차리라고 충고한다. ‘윤핵관’이야 상관이 없지만, 당선자의 거취나 평가는 바로 나라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집이 장땡은 아니다.
대선사상 가장 낮은 차이로 당선됐다 해도 권한은 다름이 없다. 세상에 떠도는 온갖 소리를 모두 들을 수는 없지만, 꼭 들어야만 할 소리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길 바라는 것이 국민의 생각이라고 믿는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만 해도 “좋습니다.” 한마디로 끝낸다면 당선자의 인기는 제법 올라가리라고 생각한다. 정말 사심 없는 충고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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