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 무거운 백을 들고 절뚝거리며 집에 들어서자 어머니가 깜짝 놀라신다.
만사가 귀찮다. ‘잘게요.’ 내 방에 들어와 문을 잠갔다. 옷을 벗었다. 팬티 아래가 시커멓다. 멍이 든 것이다. 럭비시합에서 우리는 졌다. 질 수 없는 게임에서 진 것이다. 이유는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이다. 상대를 쉽게 생각했고 결과는 참담했다. 학교에 돌아온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모멸의 차가운 시선과 빳따였다.
“왜 맞아야 하는지 모르는 놈 있으면 손들어라. 진 것이 문제가 아니다.”
유명한 럭비선수며 학교 선배이자 코치다. 스스로 궁둥이를 내밀었다. 가차 없이 떨어지는 몽둥이. 모두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문득 선배 얼굴을 봤다. 울고 있었다. 실력이 부족해서 지는 것은 도리가 없다. 그러나 패배의 원인이 자만이라면 문제가 된다.
■패했으면 입 닥쳐라
민주당은 대선에서 패했다. 0.7% 차이로 졌다 해도 진 것은 진 것이다. 패전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중요한 것은 진 것은 인정해야 하고 다음에 지지않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패전에는 책임이 따른다. 특히 정치에서는 더욱 그렇다. 대선에서 패한 민주당도 책임 문제가 불거졌고 윤호중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 뽑혔다. 한데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라고 야단이다. 정치에는 반드시 찬반이 있게 마련이다. 누굴 앉혀놓는다고 반대가 없을 것인가. 옥황상제를 모셔와도 반대는 나올 것이다. 그게 정치고 우리 정치가 그렇다. 못난 인간일수록 더욱 남의 탓을 찾는다.
일에는 선후가 있다. 화장실이 급하면 우선 찾아 들어가 허리띠 풀고 해결해야 한다. 수세식이냐 푸세식이냐 따지면 어쩔 것인가. 민주당은 선거에 패했고 정권은 넘어갔다. 내주기 싫어도 안 내 줄 도리 없다. 비대위 구성했으니 다음 할 일은 코앞에 닥친 지방선거 대책이다. 어떤가. 지방선거 자신 있는가. 여론을 보면 겁난다. 비대위 싸움질할 때인가.
■의석 많으면 뭐하나
윤석열이 당선자가 됐고, 그는 2개월 후면 명실상부한 대통령이다. 문제가 된 사면권도 행사할 수 있다. 말 타면 견마 잡히고 싶다는 말이 있지만, 윤 당선자는 너무 서둘렀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이다. 내막이야 모르지만, 엄연히 문재인 대통령의 사면권을 침해했다는 여론이다. ‘윤핵관’ 중 한 명은 문대통령이 김경수를 사면해 주기 위해 이명박 사면권을 끼고 있다는 망발(?)까지 서슴지 않는다. 아무리 굴뚝같은 소망이라 하지만 그런 소리를 함부로 지껄일 수 있는가. 이런 부류가 ‘윤핵관’이라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싫다고 해도 윤석열은 2개월 후 대통령이다.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어마어마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한계는 분명히 있다. 국회다. 국회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일이라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지조 없는 민주당 의원들이 왕창 탈당하든지 변절하면 문제는 다르다. 그러나 인간 탈 쓰고 그런 짓거리를 할 수 있으랴.
민주당도 순리를 따라 정도를 가야 한다. 대통령이라고 맘대로 권력을 휘두를 수도 없고 절대다수라 해서 대통령의 정당한 권한을 막을 수 없다. 이 역시 순리를 따라 정도를 가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럴 때라야만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신임을 얻어 대선 패배의 아픔을 씻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신의 능력이 아무리 전지전능하다 해도 인간에게 모든 능력을 부여하지는 않았다. 다만, 노력할 기회만을 준 것이다.
민주당은 들어라. 윤석열 당선인의 기자회견을 들었을 것이다. 긴 시간을 할애했다. 듣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다. 왜 청와대를 옮겨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당선자는 말끝마다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준다고 강조하는데 청와대를 국민이 뺏겼는가. 청와대 탈출이 그렇게도 급한 일인가. 머리가 모자라서 그런지 이해가 어렵다.
뭔가 보여주고 싶은 모양인데 급하면 탈 난다. 이제 당선자의 무리한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것은 민주당뿐이다. 국민의 신임으로 과반의석을 차지했다. 비대위원장 뽑는 싸움이나 하라는 것이 아니다.
긴 소리 안 한다. 민주당은 국민의 소리를 듣고 행동해라. 새로운 권력에 대한 눈치 보기 하지 말고 국민 편에 서라. 그러면 2개월 후, 국민은 민주당을 뜨겁게 지지할 것이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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