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
■전쟁을 아는가
전쟁을 아느냐고 물으면 안다고 대답할 것이다. 총 쏘고 대포 쏘고 폭격하고 사람 죽는 거 영화에서 봤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 전쟁이다. 전쟁영화다. 그러나 나는 영화가 아닌 전쟁을 보고 겪었다.
소리도 없이 말죽거리 산등성이를 넘어 신작로(新作路)를 채운 피난민행렬에 기총소사를 퍼붓고 갓난아이를 업은 채 총에 맞아 피투성이로 죽은 여성들. 이들이 왜 죽어야 하느냐. 너무나 많은 주검을 보았기에 죽는 게 별것 아니라는 엄청난 착각을 한 10대 청소년이었다. 죄 없이 죽어간 집안의 형들과 친척들. 동네 남자들의 씨가 마른 처참한 비극이 전쟁이었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목숨이다. 이것이 전쟁이다. 니들이 전쟁을 아느냐.
여덟 살 꼬맹이가 교문을 들어서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은 신사에 ‘천황폐하 만세’라는 인사를 드리는 것이었다. ‘가미가제 독고다이(神風 特攻隊)’로 연합군 함정에 부딪혀 죽는 것을 최고의 영광으로 알고 ‘천황폐하가 하사한 담배 한 대 피우고 죽는 영광’을 노래한 10대가 바로 나였다.
일본인 학교인 종로 연근동 창경초등학교 인근에 살 때 일본 애들이 빼 든 아이구치(合口. 단도)에 벌벌 떨며 매를 맞던 꼬맹이들이 일제 학대를 받은 당사자들이다. 니들이 일제 폭압을 아느냐.
■안중근·유관순·윤봉길·이봉창·이준을 아느냐.
우리 꼬맹이들은 애국선열들의 이름도 모른 채 그저 천황폐하를 욕되게 한 반역자로 알았다. 이분들의 희생으로 애국을 알고 일제침략을 알았다. 독재자 이승만도 6·25 당시 미국에서 일본군 참전을 거론하자 ‘일본이 참전하면 먼저 총을 일본군을 향해 쏘겠다’고 했다.
세상이 달라졌는가. 한반도에 전쟁이 발생하면 일본자위대의 상륙을 인정하겠다는 용감(?)한 대선후보가 있다. 부동시(不同視) 때문에 군대 안 간 탓일까. ‘선제타격’을 마음 놓고 공언하는 용기가 남발되고 26년 동안 검찰에 몸담아 두려움 없이 권력을 누린 타성에 젖어 집권하면 ‘검찰예산’을 마음대로 편성한다는 용기(?)도 나온다.
열 살도 안 되었던 나는 일본이 조국인 줄 알았고 천황을 위해 죽는 것이 최고의 정의인 줄 알았다. 묻자. 윤석열은 일본이 한국에 자행했던 만행을 모르는가. 이완용·송병준을 모르느냐.
비록 9수를 했다 해도 고시에 합격하고 검찰총장까지 역임한 머리다.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것을 보면 말이 동에 닿는지 서에 닿는지 방향감각을 잃는다. 이러면서 무슨 대통령 꿈이냐. 누구는 별거냐고 항의할지 모르지만, 정상적인 인간에겐 최소한의 상식이라는 것이 있다. 상식을 상실하면 스스로 인간이란 명패를 버려야 한다.
■우크라이나 난민의 눈물
6·25를 겪은 나이기에 우크라이나 난민의 모습은 남이 아니다. 피난열차를 타기 위해 안간힘 쓰는 모습은 바로 내 부모의 모습이었다. 열차 지붕에서 떨어져 죽는 난민들도 보았다.
포탄이 떨어져 아들의 팔이 잘려나갔다. 어린아이다. 평생을 팔 없이 살아야 한다. 푸틴에게 묻는다.
러시아가 망하기 때문에 선제공격했느냐? 너희는 독일군 주둔을 요청하겠느냐.
일본 자위대가 한국에 상륙하면 나는 고무새총이라도 들고 나가 싸울 것이다. 이제 3월이다. 삼일절을 기억하느냐.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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