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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칼럼] 쓰레기, 찌꺼기, 오래 된 배설물
등록날짜 [ 2014년03월26일 10시28분 ]
팩트TV뉴스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독하다고 느꼈다. 몹시 지독하다. 참혹하다. ‘쓰레기’, ‘찌꺼기’, ‘배설물’ 그 어느 것 하나도 사랑받는 존재가 아니다. 이것들은 버림받은 것들이며 버려야 될 존재들이다. 이런 것들에 비유되는 인간이라면 인간자격 상실이다.
 
지금은 ‘하늘공원’이 됐지만 전에는 난지도 쓰레기매립장이었다. 원래는 난(蘭)이 많아서 난지도라고 했단다. 지금은 매립이 돼서 하늘공원이 됐다. 공원은 바로 쓰레기의 산인 것이다. 거기 꽃이 피고 나무가 우거지고 새가 울고 저녁 무렵 저녁노을은 황홀하다. 어느 누가 쓰레기 매립장이라고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1977년경 난지도는 근처를 다니기가 힘들 정도로 쓰레기 악취가 진동했다. 서울시민이 버리는 쓰레기를 실은 트럭들이 줄을 이어 쓰레기를 쏟아냈다.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면 지금도 중동에는 쓰레기더미를 뒤져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난지도도 그랬다. 트럭이 쓰레기를 쏟아 놓으면 사람들이 몰려들어 쓰레기를 뒤졌다. 쓸 만한 것은 찾았다. 거기서 다이아몬드 반지를 주은 신화도 생겼다. 쓰레기 속에 진주였다.

 
쓰레기
 
 
쓰레기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정치판에서 ‘인기어(?)’가 됐다. 사람팔자 시간문제라더니 ‘쓰레기’ 팔자 역시 시간문제다. 이처럼 쓰레기를 인기어가 되도록 격상시킨 주인공은 한상진 교수다. 서울대 정치학과 명예교수인 그는 문재인을 쓰레기에 비유했다. 쓰레기를 문재인과 격을 함께 할 정도로 높여 준 한상진 교수는 ‘쓰레기’들이 절을 해야 할 판이다.
 
친노인 나도 쓰레기와 배설물과 찌꺼기 속에서 글을 쓰자니 참담하다. 화가 난다. 말이야 누구든지 자유스럽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시정잡배가 아닌 대학교수 출신이라면 최소한 상식에 어긋나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한상진 교수는 저명한 서울대학교 교수출신이며 수많은 제자를 가르쳤고 더구나 안철수 의원의 멘토라고 국민들이 인정하고 있다.
 
그런 분이 문재인 의원을 쓰레기와 찌꺼기와 오래 묵은 배설물에 비유하며 정계은퇴를 요구했다면 누가 수긍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어느 것 하나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그저 은퇴하라고 하면 그야말로 요즘 책임 없이 지껄여대는 정치평론가, 시사평론가와 무엇이 다를 것이며 자신이 말한 ‘쓰레기’와 무엇이 다를 것인가.
 
한상진 교수는 문재인이 정계를 은퇴하지 않으면 안 될 과오를 명백하게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다.
 
"안철수 의원을 만나서 정말 환영하고 같이 협력하자라고 하는 정치인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그 다음에는 깔끔하게 물러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게 요구인데 무엇을 환영해야 하며 왜 물러가야 하는지 납득할만한 이유를 어디에 제시했는가. 한상진 교수가 ’쓰레기‘라고 하면 그냥 쓰레기장으로 들어가야 하고 물러나라고 하면 그냥 물러나야 하는가. 이런 독단과 횡포가 어디 있단 말인가.
 
사람들은 한상진 교수를 분별 있는 지식인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안철수 의원도 멘토로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한상진 교수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멘토 임을 알게 됐다. 멀쩡한 사람을 물어뜯는 충견역할을 빼고 말이다. 정말 잘못 물었다. 왜 하필 문재인을 선택했는가.
 
 
찌꺼기
 
전쟁 얘기를 해야겠다. 젊은이들이 즐기는 ‘부대찌게’의 유례를 아는가. 휴전 직후 너 나 할 것 없이 무척 배가 고프던 시절, 서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부대 근처에는 낯선 음식이 등장했다. 솥에서 뜨거운 김이 솟아오르는 먹음직스러운 음식이다. 그걸 사람들은 ‘꿀꿀이죽’이라고 했다. 바꿔 말하면 돼지죽이다.
재료는 미군부대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물 찌꺼기. 미군이 먹고 남긴 햄이며 치즈 따위를 쓰레기통에 버리면 그걸 가져다가 죽을 끓인다. 휴지며 담배꽁초 같은 것은 건져내고 물만 붓고 끓이면 ‘꿀꿀이죽’이 된다. 영양가는 만점이다. 맛도 괜찮고 찬밥 더운 밥 가릴 수 없는 노동자들이 단골이었다.
 
이태원, 용산, 그 밖에 미군부대만 있다 하면 어김없이 생긴 꿀꿀이죽. 그 때 미국대통령 존슨이 방한을 했고 꿀꿀이죽은 존슨탕’이 됐다. 그게 ‘부대찌게’로 변했다. 이제 부대찌게를 먹을 때면 이 땅에 비극인 ‘동족상쟁사’를 한 번 씩 떠 올려보자.
 
미군부대 음식 찌꺼기는 이렇게 요긴하게 쓰였다. 그럼 인간쓰레기는 어디다가 쓰는가. 아니 한상진 교수가 규정한 ‘인간쓰레기’는 어디에 쓰는가. 한상진 교수는 문재인이 정치판 쓰레기며 깔끔하게 사라지라고 했다. 대학 강단에서는 유명한 교수였고 퇴임 후에는 안철수 의원에 멘토였던 한상진 교수의 논리와 판단은 이제 노무현대통령을 사랑하는 ‘친노’를 모두 쓰레기로 규정, 깔끔하게 사라지라고 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을 지지한 14,692,632명(48%)은 어떻게 되야 하는가.
 
그들 역시 깔끔하게 사라져야 할 찌꺼기는 아닌가. 한상진 교수가 정리를 해 줘야 한다.
 
 
오래된 배설물
 
 
‘니들 오줌 똥 마려워도 절대로 아무데서나 누면 안 된다. 꼭 집에 와서 눠야 한다’ 6.25 전 농촌풍경이다. 왜 그랬을까. 비료가 없는 농촌에서 배설물은 매우 중요한 비료였다. 왕십리 똥파리가 유명했던 이유는 인분저장소가 왕십리에 많았고 따라서 파리들이 득실거렸기 때문이다. 배설물도 때로는 이렇게 소중하게 썼다.
 
배설의 상쾌함이란 경험한 사람만이 안다. 고속버스 속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여성을 봤다. 딱한 모습에 기사에게 부탁해 비상용구로 해결을 봤다. 창피는 나중이고 얼마나 시원했을까. 배설은 꼭 그런 통쾌만이 아니다.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찼을 때 확 토해내는 상쾌함이 얼마나 시원할까. 대나무 숲에서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소리치고 병이 완쾌된 왕의 이발사도 다름이 아니다. 촛불도 그렇고 ‘정권 퇴진’ 함성도 얼마나 시원한 배설인가.
 
요즘 배설의 상쾌함을 만끽한 사람이 생각난다. 한상진 교수다. 평소에 하고 싶었을 찌꺼기니 쓰레기니 배설물이니 하는 말을 맘대로 했으니 얼마나 시원했을까.
 
사람마다 보는 시각도 다르고 판단의 근거도 다르고 책임지는 방법도 다르다. 그러나 불변의 이치는 경우에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치에 맞는가. 한상진 교수가 아무리 서울대 정치학교수 출신이라 하더라도 문재인을 향한 쓰레기, 배설물, 찌꺼기 발언이 온당한가. 정당한가. 근거는 있는가.
 
그 어느 단어도 문재인에게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 그의 60 평생이 거울처럼 환하게 들어나 있다. 가난이 자랑은 아니더라도 어려운 집안에서 고생하며 자라 없는 사람 사정 잘 이해한다. 사람이 사람대접 받지 못하는 독재시절에 반독재 투쟁을 하며 감옥 가서 민주주의를 배웠다.
 
노무현과 함께 인권변호사로서 억압받는 사람들을 도왔다. 가난이 죄라면 그것은 문재인의 죄가 아니다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하면서 한 점 부정도 없었다. 입신양명에 눈이 뒤집혀 벼슬을 탐하지도 않았다. 노대통령이 운명했을 때 남들처럼 맘 놓고 울지도 못했다. 그게 죄인가.
 
한상진 교수가 문재인에게 쏟아놓은 비난은 자신이 대학 강단에서도 할 수 없는 말이며 지성인의 말도 아니며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아첨배의 말이라면 딱 어울린다. 인간은 실수를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한상진 교수는 연이어서 실수를 했다. 같은 말을 반복했다. 사과할 수 없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은 과거에 자신과 관련된 발언이 자신의 생각과 다를 때 그는 ‘나의 멘토가 아니다’라고 즉시 부정을 했다. 지금은 침묵이다. 마치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친노는 배설해야 할 묵은 찌꺼기(변비)”라는 마치 옛날 왕십리 오물 구덩이 앞에서나 어울릴 말을 서슴없이 토해내는 발언을 맛있게 음미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상진 교수의 말대로 이 나라 정치판에는 버려야 할 쓰레기도 찌꺼기도 배설해야 할 오물도 많다. 이런 오물들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그의 발언이 향한 목표는 전혀 방향이 틀렸다.
 
문재인도 친노도 전혀 해당이 안 된다. 이제 국민들은 깨달을 것이다. 진정으로 사라져야 할 쓰레기 찌꺼기 배설물은 무엇이며 누구인지. 그 실체를 명확하게 알 게 된 것이다.
 

이기명 팩트TV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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