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
■실력인데 어쩌랴.
내게도 그런 경험이 있다. 버리고 싶은 기억들이다. 평소에 공부를 잘했으면 그런 걱정 없으련만 맨날 판판이 놀다가 시험이 닥치니 아이쿠 해봐야 소용이 없다. 천상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데 기억력 하나는 자랑하지만, 그것도 정도 문제다. 시험지 받아 들고 보면 아득하다. 커닝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결과는 뻔할 뻔 자다. 시험은 잡쳤다.
왜 이런 얘길 하느냐. 공부는 절대로 벼락치기가 안 된다. 수업시간에 선생님 강의만 열심히 들어도 본전 찾는다. 그러니까 평소에 공부하라는 얘기다.
보통 오후 8시 조금 지나면 잠드는 내가 어제는 11시까지 못 잤다. 이유는 알 것이다. 대선후보 4명의 TV토론회를 보기 위해서다.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시청했다. 10분, 20분, 30분…1시간이 가까이 오자 시들해졌다. 그냥 자 버릴까 하다가 그래도 대선후보 토론인데 하고 10시까지 시청했다. 다음에는 다른 이유로 잠이 안 온다. 토론을 검토하느라.
■윤석열이 가엾다.
윤석열은 비록 검찰총장을 지내고 야당의 대선후보지만 정치 초년병이다.
‘청약점수 만점이 몇 점인지 아느냐?’ 한 후보의 질문에 40점이라고 대답을 했다가 꽈당했다. 84점이 정답이다. ‘서울지역 청약 커트라인이 얼마인 줄 아느냐’ 질문에는 “글쎄 뭐 만점에 가까워야…” 우물우물했다. 역시 오답. 62.6점이 정답이다. 최고 절창(切傷)은 다음에 나왔다.
‘RE100’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이재명 후보의 질문에 ‘그게 뭐죠?’ 되물었다. ‘RE100’은 세계 기업들의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 활용 캠페인을 의미하는데 그것을 모르는 것이다. 이 정도에서 그치자.
긴장도 했을 터이고 검찰이라는 자신의 전문분야도 아니니 그럴 수도 있지만, 너무 준비가 소홀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은 면하기가 어렵게 됐다. 윤석열도 역시 어색한 웃음으로 모면해 나갔다. 물론 내 눈에 그렇게 보인 것이다.
왜 이재명 후보에 대해서는 지적을 안 하느냐고 질책을 한다면 솔직히 말한다. 이재명 후보만큼 자신 있게 소신껏 대답한 후보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평소에 공부하기 때문이며 흔들림 없는 소신의 결과라고 믿는다.
■저 짓도 못할 짓이구나.
수많은 국민이 어제 토론을 시청했을 것이며 나름대로 평가할 것이다. 아침 보도에도 자세히 나왔다. 그러나 가장 잘 아는 사람은 토론자 자신일 것이다.
기차는 떠났고 돌아오지 않는다. 여기서 매우 중요한 것이 있다. 자신이 토론을 잘했던 잘못했던 그들이 마음속에 담고 있는 것은 나라와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일 것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그동안 노력했던 것은 3월 9일 국민의 심판으로 결정이 난다. 아직도 시간은 남아 있다. 못다 한 미련은 남은 시간 동안에 최선을 다 해서 국민에게 진심을 보여주고 신뢰를 얻어야 한다. 이 정도야 넘어가겠지 같은 안이한 생각은 단념하기 바란다. 국민은 귀신이다. 나도 깜짝 놀랄 사실들이 있다. 나는 민주당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고문이다. 별의별 사건이 다 귀에 들어온다.
모 야당후보 진영에서 이재명 선대위 간부에게 임명장을 보내왔다. 윤석열 선대위의 간부 임명장이다. 누가 장난했는지는 모르지만, 이런 바보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대선이 끝나면 우리 모두 웃는 낯으로 만나자. 대한민국은 우리 모두의 조국이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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