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 서부극에서 카우보이들이 말을 타고 강 건너는 장면이 나온다. 그들에겐 불문율이 있다. 강에서는 절대로 말을 갈아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정치에서 희한한 장면을 목격하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야당 대통령후보가 기자회견을 하다가 갑자기 참모를 찾아 공약을 묻는다.
세상에 자기 공약을 묻다니. 깜박할 수는 있지만, 기자회견 중에 참모에게 확인하다니. 누가 한 일인지 알 것이다.
■후보 빼고 모두 바꾸는가
우리 옛말에는 재미있는 말들이 많다. 남의 일에는 안됐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남이 불행을 당했을 때 잘됐다고 한다면 그보다 더한 악담이 어디 있는가. 정치판에서는 너무나 흔한 일이다.
나도 남을 비판하는 글을 많이 쓰는 탓에 미움을 많이 받는다고 친구들이 말한다. 욕하지 말라고 해도 안 할 리 없고 그냥 듣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좋은 글 고맙다는 칭찬도 있어서 좋다.
사람마다 과거는 모두 있다. 과거 속에 온갖 허물이 다 묻혀 있다. 요즘 들어 못된 짓 안 하고 살았다는 자부심이 가슴을 채운다. 과거란 그렇게 중요한 것이다.
지금 한국 정치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겨룬다. 서로들 자신들이 잘한다지만, 그거야 자기들 얘기고, 오는 3월 국민이 심판할 것이다. 그동안 벌어질 사건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요즘 ‘국민의힘’을 보면 솔직히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잘못하는 짓들이 고소했는데 지금은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처음 윤석열이 후보로 선출된 후 국민은 기대가 컸다.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가슴을 때리는 좋은 말을 듣고 사람들이 얼마나 기대했던가. 나 역시 윤석열에게 꽂혔다. 그러나 며칠 가지 못했다. 그가 던지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고개를 돌리게 했다. 처음에는 실수거니 했으나 좀 지나자 실수가 아니라 그게 실력이라는 것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품격 떨어지는 말은 일일이 소개하기도 민망하다. 그것이 행동과 맞아 떨어지면서 그의 본질이 발가벗겨졌다. 지지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회심의 카드라도 생각했을 김건희의 기자회견도 악수였다. 왜 악수냐. 진정성이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정이란 철벽도 뚫고 전달되는 것이다. 흔히 인사가 만사라고 말을 한다. 그러나 윤석열의 인사는 만사가 아니라 망사가 됐다. 언론이 떠들어 대는 인사들의 등용은 며칠 지나지 않아 비판으로 변한다. 떠들썩하게 영입한다던 김한길·신지예 등도 떠났다. 김종인도 나갔다. 쫓겨났는가.
■곡소리만 안 들리는 초상집
‘국가가 있어야 국민이 있다’는 말도 윤 후보의 말이다. ‘국민의힘’이란 당은 있어도 당원은 어디에 있는가. 기자출신의 정치평론가들과 얘기를 나눴다. 내가 정치하는 사람이 아님을 알기에 속 털어놓고 말을 한다. ‘국민의힘’은 이제 끝났다는 것이다. 책임은 윤석열이 져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은 함량부족이라는 것이다.
검찰이란 수직적 직선적 조직은 권력을 쥔 사람의 말 한마디도 끝이 난다. 그러나 당의 조직이야 저마다 제갈공명으로 자부하는 인물들이다.
이제 윤 후보의 허물을 찾을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이미 국민이 알 것은 다 알았다. 다시 새 판을 짠다고 해도 그 판에 올라탈 인물이 국민으로부터 얼마나 신뢰를 받을 것인가. 조·중·동도 포기했다는 평가다.
말타고 강을 건너다가 갈아 탈 수도 있다. 문제는 갈아타고 제대로 갈 수 있느냐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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