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TV-이기명칼럼】 TV를 켰다. 새해 첫 시청이다. 이런저런 뉴스들이 머릿속에 쌓인다. 쌓인 뉴스들이 머릿속에서 정리된다. 올 한 해는 어찌 될 것인가. 밝지가 않다. 출발이 영 그렇다.

 

 

한 집 건너 병원과 약국이다. 조금만 아파도 쪼르르 달려가는 병원과 약국. 만약에 의사와 약사를 믿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세상이 뒤집힐 난리가 날 것이다.

 

정치 불신이 깊어져서 국민이 투표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의사나 약사처럼 난리가 날까. 별로 그럴 것 같지 않다. 요즘처럼 정치 불신이 심화하면 차라리 없어지는 것이 낫다는 국민이 많다. 하긴 박정희 정권 때 국민투표는 있으나 마나 한 투표였다. 전두환 때 ‘통대투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정치가 존재하는 무엇일까.

 

 

새해 첫날. 가슴 따뜻한 얘기를 하고 싶다. 일 년 내내 정치비판 글을 썼다. 비판받아야 할 정치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새해가 시작된다. 국민 가슴에는 저마다의 소망이 있을 것이다. 내 경우에 소망은 좋은 정치다.

 

토론은 정치의 기본이다. 그러나 토론을 안 하겠다는 지도자가 있다. 당나귀를 물가에 끌고 갈 수는 있어도 억지로 물을 먹일 수는 없다. 토론을 안 한다면 자기주장을 무엇으로 피력하겠는가. 국민은 무슨 소리를 들을 수가 있는가.

 

말도 못하고 2분씩이나 멍하니 서 있는 후보자는 속이 탈 것이다. 그러니 토론이 싫은 거다. 그래서 공부하라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 정치다. 준비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평소에 내공이다. 무슨 질문이 나와도 답은 하는 후보자. 말을 잘하고 못하고는 나중 문제다. 국민의 평가다. 저 후보는 공부하고 준비하는구나. 신뢰는 정치인에게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말은 가려서 해야 한다. 할 말, 안 할 말 마구 쏟아내면 수습이 안 된다.

 

“가난한 자는 자유를 찾을 자격도 없다.” 배에서 쪼르륵 소리가 나는데 무슨 빌어먹을 자유냐. 자유는 사치다. 과연 그런가. “자유 아니면 죽음을 달라.” 이건 바둑이 소리냐. 이럴 때 욕 좀 해도 좋다.

 

 

동네 축구도 승패는 매우 중요하다. 1대 빵, 한 꼴을 먹었다. 까짓 한 골쯤이야. 한데 한 꼴을 더 먹었다. 잘해야지. 한데 한 꼴 더. 3대 빵이다. 이건 문제다. 이럴 때 문제가 요행수와 자포자기다. 요행수를 바랄지 모르지만 3대 빵이면 거리가 멀다. 경기가 거칠어진다. 구경하던 선배들이 던지는 말. ‘까라 까’ 이쯤 되면 축구가 아니다. 결국, 참혹한 참패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바로 어렸을 때 내 동네축구 경험이다.

 

경험은 시공을 초월한다. 어릴 적 동네 출구 경험을 생각하다 문득 오늘의 한국 정치가 떠오른다. 요즘 야당이 너무 답답하다. 어디선가 ‘까라 까’하던 동네 축구 소리가 들린다.

 

윤석열 후보를 보면서 ‘저 사람 야단났구나’하는 생각이 난다. 자신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사람이 말실수는 할 수 있지만 정도 문제다. 윤석열은 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아닌가. 국가가 있어야 국민이 있다고 한다. 윤석열의 말이다. 큰일 날 소리다. 저러다가 선거에 지면 국민이 잘못해서 선거에 졌다고 할 것이 아닌가.

 

바로 알려주마. 국민이 있어야 국가가 있다. 고등학교 1학년 손녀딸도 제대로 알고 있는 주장이다.

 

회심의 카드라고 빼 들었을 김건희 카드는 악수 중의 악수가 됐다. 마음에 진심을 담지 않으면 성경, 불경을 아무리 외워도 소용이 없다. 오죽 답답하면 김종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정치를 그만두라는 선언 아닌가. 써 준 연설문을 찾느라고 허둥대는 윤석열을 보면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저러면서 정치를 한다는 것인가.

 

내 경우 글 한편 쓰려면 서너 번은 다시 읽는다. 잘못 쓴 곳을 발견하고 고쳐 쓴다. 대선후보들의 발언은 모두 기록되어 있다. 어디가 잘못됐는지 살펴보라. 윤석열 후보는 냉정을 찾아야 한다. 과거를 냉정하게 되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 잘못이 발견되면 인정해라. 창피할 것 없다. 모르면 모른다 하고 잊어버렸으면 까먹었다고 해라. 과거의 잘못은 인정해라. 장모와 처의 과거는 숨기려 하지 마라. 숨긴다고 감춰지는 게 아니다. 지지율 하락에 안달하지 마라. 초조하면 똥볼 찬다. 끝이다. 지지율 하락은 저절로 생긴 것이 아니다. 원인 없는 결과가 어디 있던가.

 

주위에 포진한 ‘같잖은’ 참모들 정리해라.

 

새 해부터 멋진 정치들 한번 해 보라. 국민은 박수 칠 준비 되어 있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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