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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우 칼럼]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등록날짜 [ 2014년03월17일 17시04분 ]
팩트TV뉴스 남태우 칼럼니스트
 
 
FACTTV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신작 '사랑을 카피하다'. 여주주인공인 줄리엣비노쉬는 2010년 칸 영화제에서 이 영화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팩트TV】곰곰이 생각해 보자. 과연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생물학적 진화를 거쳐 현재에 이른 만물의 영장 인류에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항의성 질문을 할 사람이 적지 않으리라는 걸 필자 역시 모르는 바 아니다.
 
여기서는 생물로서의 삶이 아니라 사회적·인문적 삶을 말하고 싶다.
 
우리 모두는 어떤 형태든 노동을 하고 있고 이것을 기초로 삶을 영속시켜 나가고 있다. 그 형태가 다를 뿐 본질은 다르지 않다. 누구나 사회 속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고 이러한 경제적 행위를 기초로 자신의 삶과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는 것이 보편적인 모습이다.
 
동일한 노동을 하고 동일한 임금을 받는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한 사람은 삶에 찌들려 늘 불만투성이이고 현실적으로 문화적 행위는 전혀 할 수 없을 만큼 경제적으로 쪼들리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다른 한사람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문화적 가치를 추구하는, 즉 다양한 공연과 영화 등 문화적 가치를 생활의 중심에 두고 미래를 위해 자신의 삶을 하나하나 설계해 나간다고 가정하자.
 
휴일을 지나고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할 때 그들의 모습이 과연 같을까? 쉽게 생각해 보아도 매우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걸 유추해 볼 수 있다.
 
이들이 가장이라면 집안의 모습은 어떻게 될까? 부부간의 갈등이나 자녀양육의 문제 등에서 다른 모습과 다른 문제점을 갖고 살아가지 않을까? 문화적으로 메마르고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가장의 태도가 과연 민주적이고 합리적일 수 있으며 자녀와 이웃의 삶을 이해하고 본받을 수 있을까?
 
최근 몇 년간 행정고시 합격자들의 부처선호 현상에서도 문화체육관광부의 선호도가 뚜렷하다. 수석합격자는 수 년 째 이 부처를 지원하고 있다. 전체 행시 합격자 중에서도 기획재정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이들이 문광부를 지원한다고 한다고 하며, 문광부의 사무관이 드라마에서 몇 차례 주요 인물로 등장하기 까지 했다.
 
전체 정부예산에서 채 1% 남짓한 정말 작은 부처인 문광부가 이렇게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단순한 사례라고 할 수도 있지만 결국 기존의 권력중심의 가치에서 개개인의 삶의 질을 우선시하는 가치관의 변화로 보아도 무방할 듯싶다.
 
문화의 가치에 대해 사람들의 사고가 많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변화보다는 안정을 가장 우선시하는 직업의 상징격인 공무원에서도 이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면 이러한 변화의 징후가 뚜렷함에도 왜 우리는 다양한 문화를 향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영화의 경우는 상업적 영화문화에 대한 쏠림현상이 다른 문화장르에 비해 더욱 심하다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영화라는 매체가 대중과 분리해서 사고할 수 없고 가장 산업화하기 쉬운 매체라는 특성이 있지만 그 저변에 예술로서의 속성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이런 현상은 쉽게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도시주민, 행복지수 논할 수 있는 삶인가
 
 
이는 사람들의 삶의 가치와 모습과도 무관하지 않다. 여기 한 사람이 있다. 그의 일생을 보자. 그는 중산층 가정의 유복한 집에서 태어나 명문유치원을 거쳐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가열찬 사교육을 받으며 중고등학교를 마치고 명문대에 입학하였다. 취업난을 일찍 알고 있던 터라 1학년부터 각종 스펙을 쌓기 위해 도서관에서 죽어라고 영어와 상식 등을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전공도 학점관리를 철저히 해 두었다. 그 결과 좋은 회사에 입사할 수 있었다.
 
외관을 갖추어야 한다는 현실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터라 일단 할부로 조금 무리해서 차를 하나 구입하고 열심히 회사생활을 하였다. 결혼할 때가 임박해지자 또 죽기 살기로 대출을 받아 전세자금을 마련하고 다행히 맞벌이로 결혼 할 수 있었다. 차일피일 아이 갖기를 미루다 겨우 한 자녀를 갖게 되었다.
 
분유값이라도 벌어야 한다는 사람들의 농담이 정말 농담인 줄 알았는데 분유값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러나 너무 급히 달려온 인생인가 허무한 마음이 들어 동창회에 갔다. 어떤 차를 타고 왔느냐에 따라 대화도 달라지고 술자리가 깊어질수록 회사에서의 스트레스 못지않게 친구들 간의 연봉레이스가 시작되었다. 쉽게 연봉을 말하지 못하고 주저주저 하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다시 앞뒤 가리지 않고 다음날부터 일에만 매달렸다.
 
아파트값은 계속 올라 전세에서 벗어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기를 십 여 년 겨우 집을 장만했지만 하나밖에 없는 아이가 통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친구들 간의 부부모임에라도 가면 아이의 성적이 부모의 순위를 가르고 있었다. 낙이라고는 대형마트에 가서 먹을거리를 한번 씩 사 오는 것 외에는 별 다른 게 없었다.
 
어느덧 중년을 넘어가고 다시 아이의 혼기가 다가오자 결혼비용을 대기위해 집을 줄여야 할 처지가 되었다. 애정을 논할 틈도 없이 세월은 흘러버렸다. 그나마 자신을 위안할 수 있은 것이라고는 낡은 차와 아파트뿐이었고 자식이 어떤 혼처에 결혼했는가 정도였다.
 
다소 장황하게 말씀드렸지만 이것이 대도시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나마 실패하지 않은 무난한 사람들의 평균적인 모습이다. 과연 이것이 행복지수를 논할 수 있는 삶인가?
 
 
전쟁패배와 문화의 승리
 
 
김구선생이 ‘나의 소원’에서 궁극적으로는 문화적으로 융성한 민족이 되기를 그토록 강조한 것처럼 문화는 이제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가치이자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결정적 요소가 되었다. 미국이 세계경찰을 자임하며 베트남전과 이라크전, 아프간전을 다 거쳤지만 엄청난 출혈에도 명백히 승리한 전쟁은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할리우드 영화와 패스트푸드는 전 세계를 장악했고 식생활을 비롯해 정신적 가치도 미국적인 것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렇듯 문화적 가치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강한 것이다.

문화란 이런 것이다. 직접적인 경제적 가치를 측정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은근히 우리네 삶에 스며들어 우리의 영혼을 지배하는 것이다. 이 영혼을 스스로 가꾸지 않고 타인의 생각으로 지배당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매우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하나의 물건을 사면서 매우 신중한 경제적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삶을 지배할 정신적 가치를 형성하는 데에는 매우 인색하다. 이 문화를 향유하는데 있어 영화는 매우 대중적인 매체이다.
 
그러나 현재의 영화시장은 한국상업영화와 미국영화만을 제한적으로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다행히 이러한 제한적인 시선을 확대하고 다양한 나라의 역사와 삶의 모습 등을 보여주는 매력적인 곳이 있다.
 
이곳이 비록 전체 스크린의 1~2%에 불과하지만 엄청난 상영편수를 자랑하는 예술영화관이다. 이곳에서 우리는 이태석신부의 숭고한 삶도 보았지만 아울러 아프리카의 수단이라는 나라와 톤즈라는 지역도 알았다.
 
소피 마르소의 최신작도 보았고 줄리엣 비노쉬가 최근작으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도 알았다. 이것이 삶이고 문화가 아닐까? 연봉과 고가의 차에만 집착한다면 이러한 정신적 가치를 느끼지도 못할뿐더러 한 쪽 눈으로만 세상을 보게 될 것이다. 이러한 협소하고 근시안적인 태도를 버리고 자신의 삶을 리모델링 해보자. 자 이제 가까운 예술영화관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거기에 인생과 사랑이 있다. 정말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남태우 대구경북시네마테크 대표 / 팩트TV 뉴스디스크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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