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쪽지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이기명 칼럼] 국민이 법을 믿지 못하면
등록날짜 [ 2014년03월17일 10시54분 ]
팩트TV뉴스 이기명 논설위원장
 
【팩트TV】교도소에 가면 죄인이 하나도 없다. 모두들 자기는 결백하다는 것이다.
 
‘절대로 소를 훔치지 않았다. 길에 고삐가 떨어져 있기에 주워 왔더니 소가 따라 왔더라’
 
모두가 결백하면 그처럼 좋은 세상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죄 진 놈이 모두 결백하다고 우긴다면 그 역시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유전무죄’라든지 ‘무전유죄’는 새삼스러운 말이 아니라도 이런 끔찍한 말이 국민들에게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들여진다면 이야말로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악의 축’은 부시의 특허다. 요즘은 쥐나 개나 모두 쓰니까 약발도 떨어졌지만 듣는 쪽에서 보면 바로 ‘악의 덩어리’라는 표현이다. 요즘 ‘암덩어리’라는 말을 쓰신 분이 있다. 그냥 ‘악의 축’이라고 했으면 더 잘 이해되지 않았을까. 죄를 짓고도 무죄라고 우긴다면 이것은 법에 대한 불신이며 저항이다.
 
며칠 전 60대의 부인이 찾아왔다. 4년여를 교도소에서 보냈는데 억울하다는 것이다. 팩트TV를 바른 언론이라고 생각하고 찾아 왔다는데 고맙기 그지없으나 말씀을 들어 보니 도와드릴 방법이 없었다. 그 분 말씀은 이랬다.
 
“경찰이구 검찰이구 법원이구 모두 도둑놈(그분 표현)이에요. 감옥 안에서도 모두들 그래요. 빽 있고 돈 있는 놈은 다 무죄에요”
 
대통령에게 탄원서 내면 보기는 하느냐는 것이다. 돌아가는 부인의 모습을 보면서 저 불신을 무슨 수로 해소하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문득 자신에게 물었다. ‘넌 어떠냐. 넌 아니라고 할 자신이 있느냐’ 자신이 없다. 그의 가족도 인척도 동네 사람들도 법원과 검찰을 믿느냐. 국정원을 믿느냐. 남재준을 믿느냐. 모두가 불신세상이다.
 
검사나 판사나 국정원 직원이나 모두가 간첩날조 하는 특권계급인가. 천만에 말씀이다. 그 사람들 중에 권력을 가졌다 해도 대부분은 공정하게 법을 행사하고 국민을 위해서 헌신하고 있다. 우리는 채동욱 검찰총장, 윤석열 검사, 임은정 검사를 알고 권은희 경정을 안다. 국민은 원세훈 국정원장을 알고 김용판 청장을 알고 조현오도 안다. 이들을 안다는 기준은 물론 다르다.
 
정의는 승리하는가.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당한 권력이 불의한 권력에 의해 판판히 깨지는 모습을 보며 참담해 지고 급기야 모든 권력을 불의한 것으로 불신해 버리는 것이다.
 
정당한 권력이 정당하게 행사되고 그로 인해서 국민의 생활이 안전하게 보장되며 그것이 국민의 가슴에 전달될 때 권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자연스럽게 생긴다. 이것이 바로 국력의 바탕이다. 지금이 바로 위기의 절정이다.
 
나무를 믿지 않으면 꽃을 피우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이 온 나라를 덮고 있다. 남재준이나 검찰이나 잠을 못 이룰 것이다. 무슨 발표를 해도 국민이 믿지를 않는다. 탈북 노인들이 민주당사 앞에서 매일 종북을 규탄해도 소용이 없다. 조중동과 종편 공중파가 아무리 감싸도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남의 나라 공문서와 도장까지 위조를 해서 멀쩡한 사람을 간첩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속속 들어나고 있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지만 어떻게든 면해 보려고 서류위조와 간첩은 별개의 문제라고 우긴다. 서류를 위조해서 간첩을 만들었는데 어떻게 별개라는 말인가. 아무리 궁지에 몰렸어도 정도 문제다.
 
지금 하는 꼴을 보면 끝까지 우길 모양인데 흔히들 ‘꼬리 자르기’로 쫄따구 몇 명의 목을 자르고 ‘개인적 일탈’이라며 ‘이상 끝’ 할 모양인 것 같다. 그러나 국민 어느 누가 믿어주랴. 바로 그게 문제다. 국민이 믿어주지 않으면 다이아몬드가 보석이라도 해도 소용이 없다. 출발부터 잘못 됐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국가기밀을 보호해야 하는 엄중한 임무에도 ‘국정원 직원의 명예’를 지킨다는 맹랑한 이유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불법 공개했다. 표창원 교수는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는 ‘군사 반란에 준하는 남재준의 누설‘이라고 질타했고 해외 언론은 ‘기밀 누설자’ ‘정치선동꾼’이라고 조롱했다. 정상회담 대화록엔 엔엘엘(NLL·북방한계선) 포기나 양보라는 말이 전혀 없음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엔엘엘을 포기하는 발언을 했다고 해석했다. 간첩이라고 하면 간첩이 되는 것이다.
 
정치는 신뢰로 출발해 신뢰로 끝나야 한다. 지금 박근혜 정권의 말을 믿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생각만 해도 너무나 끔찍하다.
 
간첩조작과 국격
 
세계 언론이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세계 주요 외신은 ‘국정원의 간첩조작’을 앞 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세계최대 포탈인 ‘야후뉴스’가 ‘한국 국정원의 간첩조작’을 실어서 세계 영어권 전체에 ‘간첩조작’ 사실이 알려졌다.
 
그동안 수사의 추이를 예의주시해온 ‘글로벌 타임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등 중국의 언론들도 이 기사를 보도하면서 중국대륙에도 ‘중국 공문서 위조’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특히 외신들의 국정원 ‘간첩증거조작’ 사건 보도가 최근 줄을 잇고 있고. AFP는 ‘남재준 국정원장에게 비난세례’라는 제목을 달아 급기야 한국의 국정원과 남재준 원장이 세계적 인물로 등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나들이는 이제 새삼스런 뉴스도 아니다. 그의 한복 패션은 뉴스 화면을 수놓는다. 그의 해외순방 외교가 얼마나 성공적인지는 잘 모르지만 국민들은 당연히 획기적 성과를 거두기를 기원한다. 그것은 그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거나를 막론하고 한국 국민이라면 당연한 일이다.
 
박대통령의 지지율은 60% 가까이 된다. 여론의 허와 실이야 보는 사람마다 다 다르지만 지지율이 진짜가 되려면 국내 정치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 비판을 위한 비판은 문제다. 그러나 비판받아야 할 일이 비판받지 않는다면 이 역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과거 독재시절 대통령 비슷한 탤런트가 그의 재임 중에 어떤 고통을 당했는지는 코미디 수준이다.
 
대통령의 소신이라면 도리가 없지만 지금 국론을 갈래갈래 찢어놓는 ‘간첩조작 사건’은 하루가 지나면 하루만큼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외국의 언론이야 뭐라고 떠들어대든 지금 국민의 가슴이 얼마나 황폐해 지는지 대통령은 헤아려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침묵은 전혀 금이 아니다. 진실은 반드시 들어난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진리다. 간첩조작 사건에 발이 묶여 국내정치가 실타래처럼 꼬여있는 있는 것은 박대통령의 탁월한 정치역량을 발휘하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야당만 공격을 한다면 정략적이라고 무시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보자. 이재오, 김용태, 심재철을 비롯한 여당 내부에서도 입을 모아 남재준의 책임을 물어야 된다고 하지 않는가. 누가 책임을 묻는가. 그럴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 한 사람 뿐이다.
 
박대통령의 선거공약은 이제 국민들이 거론조차 안 할 정도로 관심밖에 일이다. 관심 밖이란 신뢰의 상실이라는 의미다. 대통령은 이 나라에서 가장 신뢰가 있다는 신문을 보는가. 대통령은 조중동과 종편, 공중파 방송만 보는가. 보도가 달라도 너무 다르면 왜 이렇게 다른지는 살펴야 할 것이다. 대통령 주위에는 충신이 없는가. 야당의 비판과 충신의 보고가 왜 그리도 다른지 살펴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념이 확실한 여성 정치가다. 자신을 비롯해서 국민들도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 역사상 불세출의 정치지도자로 기록되기를 기원한다. 왜냐면 그래야만 오늘의 국민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송파 세 모녀 자살사건을 두고 가슴 아파하는 박대통령의 마음을 읽었다. 당연한 일이다.
 
대통령은 세모녀가 목숨을 끊은 이유를 정치가 잘못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는 것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4만7천원의 기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반환하겠다고 약속한 전두환으로부터 받은 돈을 그런데 쓰면 얼마나 국민이 좋아하고 존경할까.
 
 
국민 위에 군림할 생각이라면
 

국민은 국가를 의지하고 산다. 국가도 국민을 의지하며 발전한다. 서로가 의지하지 않고 따로 놀면 국가도 국민도 희망이 없다. 그 밑받침이 바로 신뢰다. 오늘의 한국정치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바로 신뢰회복이다. 신뢰회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자는 누구인가. 두말 할 것도 없이 정권이며 권력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다. 중심에 대통령이 있다고 국민은 믿는다.
 
내가, 우리가 권력을 쥐고 있으니 너희들은 따라만 오라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정치나 잘하면 또 모르지만 정치는 그게 아닌데 따라오라고만 한다면 좋은 소리 안 나온다. 권력을 쥔 자들도 잘 안다. 자신들이 지금 국민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는지 잘 안다. 그것도 모르면 심각하다.
 
국민이 말을 안 듣고 저항을 하면 권력은 무리수를 두게 된다. 강제와 억지와 거짓말이다. 결과는 바로 오늘의 국정원 간첩날조 사건 같은 것이다. 국정원과 검찰이라는 이 나라 최고의 권력이 신뢰를 까먹는 원인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제 가장 시급한 것은 신뢰회복이며 대통령의 결단만이 신뢰회복의 시동을 걸 수 있다. 국정원장의 해임과 국정원 개혁, 이것 한 가지만으로도 신뢰회복의 절반은 성공할 것이다. 국민이 믿어주면 정치가 왜 어려운가. 60% 지지 받는다면서 개혁 못할 게 뭐 있느냐고 국민이 묻는다. 누가 어떻고 어느 놈이 나쁜 놈인지 국민은 다 안다. 국민의 소리만 제대로 들으면 개혁의 대상자들 골라내기란 식은 죽 억기다.
국민은 순한 양 같아서 목을 매어 끌고 가면 된다는 생각은 아예 버려야 한다. 국민이 순한 양만도 아니지만 설사 순한 양이라도 견디지 못하면 들이받는다.
 
고아들이 왜 불쌍한지 아는가. 의지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마음을 둘 곳이 없다. 이럴 때 훌륭한 보모와 고아원장이 필요하다. 국민이 고아냐고 시비 걸지 말라. 쪽방에서 자살하는 늙은이나 장애자식 안고 투신하는 어머니, 세모녀가 번개탄 피어놓고 목숨 끊는 것이 고아보다 나을 것이 뭐가 있는가. 나무에도 돌에도 기댈 곳이 없는 것이다.
 
정부를 못 믿고 법을 믿지 못하면 국민은 의지할 곳 없어 하늘을 떠도는 불쌍한 영혼이 된다. 어찌할 것인가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
올려 0 내려 0
팩트TV뉴스 이기명 논설위원장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트위터로 보내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이기명 칼럼] ‘사라 베르나르’의 눈물 (2014-06-11 11:40:00)
[풀영상]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발기인대회 "2017 정권교체 향해 다 같이 전진하자" (2014-03-16 20:51:00)